먼저 키스한 상대의 준강제추행 고소 — CCTV로 밝힌 상호성
먼저 키스한 상대의 준강제추행 고소 — CCTV로 밝힌 상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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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먼저 키스한 상대의 준강제추행 고소 — CCTV로 밝힌 상호성 

김강희 변호사


먼저 키스한 상대의 준강제추행 고소 — CCTV로 밝힌 상호성


사건 개요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이 며칠 뒤 고소장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함께 술을 마시던 상대가 먼저 다가와 입을 맞추었고 그 자리의 분위기도 서로 나쁘지 않았는데, 얼마 지나 상대가 "그날 필름이 끊겨 아무 기억이 없다"며 준강제추행으로 고소했다는 것입니다. 조사 통지를 받고 오시는 분들은 대개 억울함부터 말씀하십니다. "먼저 한 쪽은 그쪽인데 왜 제가 피의자입니까"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그 억울함을 판단의 재료로 삼지 않습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 경우를 준강제추행으로 처벌하고, 그 형은 강제추행과 같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전혀 없었더라도, 상대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인정되면 그것만으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까지 이어지므로 가볍게 넘길 사건이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억이 없다"는 진술은 그 자체로 심신상실의 증거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술에 취해 기억만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른바 알코올 블랙아웃)와 의식 자체가 사라진 상태(패싱아웃)를 구별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문제는 이 구별을 말로 주장하는 데 있지 않고, 그날 상대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했다는 사실을 남은 자료로 보여 줄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고소인이 사건 당시 형법 제299조가 말하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입니다. 대법원은 깊은 잠에 빠졌거나 술·약물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경우, 또는 그 영향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를 여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둘째, 피의자가 그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했는지입니다. 상대가 먼저 신체 접촉을 시작했다면 이용할 무력한 상태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우므로, 누가 먼저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요건의 문제입니다. 셋째, 이 두 가지를 무엇으로 증명하는지입니다.

세 번째가 사실상 사건의 성패를 가릅니다. 두 사람의 기억이 정면으로 엇갈리는데 한쪽은 아예 기억이 없다고 하므로, 남는 것은 진술의 설득력이 아니라 그날 현장에 남은 자료뿐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는 억울함을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가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했다는 사실과 접촉이 상호적이었다는 사실을 CCTV·목격자·기록으로 얼마나 빨리 붙잡아 두었는가가 결과를 결정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전제를 객관 자료로 검증하기


고소인의 "기억이 없다"는 진술은 수사 초기에 강하게 작동합니다. 이 전제를 그대로 둔 채 동의가 있었는지만 다투면 사건은 기억 대 기억의 싸움으로 흘러가고, 기억이 없다고 하는 쪽이 오히려 유리해지는 역설이 생깁니다. 그래서 김강희 변호사는 동의 여부를 말하기 전에 이 전제 자체를 자료로 검증합니다.

1) CCTV를 '기억'이 아니라 '행동능력'의 자료로 읽습니다.

대법원이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을 나누면서 들여다보라고 한 것이 바로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 특히 행동 능력과 상황 인식 능력입니다. 그래서 영상에서 접촉 장면 하나를 찾는 데 매달리지 않고, 고소인이 부축 없이 스스로 걸었는지, 계단이나 문턱을 지날 때 균형을 잡았는지, 종업원과 대화하거나 주문·결제를 했는지, 휴대전화를 꺼내 조작했는지, 자리를 옮기며 스스로 방향을 골랐는지를 시각별로 정리합니다. 이는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이 유지되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자료이고, 나중에 기억이 남았는지와는 층위가 다른 사실입니다.

2) 그날의 음주량과 시간표를 복원합니다.

"많이 마셨다"는 말은 양쪽이 모두 하지만, 확인 가능한 형태는 따로 있습니다. 주점의 포스 영수증과 카드 전표로 주문된 주종과 병 수를, 동석자 진술로 각자가 실제 마신 양과 속도를, 통화·메신저 시각으로 술자리의 시작과 종료 시점을 특정합니다. 여기에 고소장에 적힌 사건 시각이 그 시간표의 어디쯤에 놓이는지를 겹쳐 봅니다. 그러면 의식을 잃을 만한 국면이었는지가 서로의 인상이 아니라 시간과 수량으로 드러나고, 고소인이 주장하는 만취 시점과 실제 음주 진행이 어긋나는 지점도 함께 보입니다.

3) 사건 직후의 행동을 확보합니다.

의식이 없었다는 주장은 사건 직후의 행동과 자주 충돌합니다. 스스로 호출 앱으로 택시를 불렀는지, 교통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했는지, 귀가 후 누구에게 어떤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는지, 다음 날 먼저 연락해 왔는지를 확인합니다. 사건 직후에 스스로 이동 수단을 고르고 목적지를 지정하고 문장을 구성해 대화한 사실은, 그 시점에 판단·대응 능력이 살아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 가운데 가장 다투기 어려운 축에 속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접촉의 상호성을 사라지기 전에 외부 흔적으로 고정하기


심신상실이라는 전제가 흔들려도 "그럼 접촉은 어떻게 시작되었나"라는 질문은 남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주장이 아니라 두 사람의 기억 바깥에 남아 있는 흔적입니다. 문제는 그 흔적 대부분이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1) CCTV는 '확보'가 아니라 '보전'의 문제로 다룹니다.

주점이나 건물 복도의 영상은 저장 용량에 따라 보통 2주에서 한 달이면 자동으로 덮어쓰입니다. 고소 사실을 알게 되는 시점에는 남은 시간이 이미 얼마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업소에 보존을 요청하는 것과 동시에 수사기관에 해당 영상의 압수 또는 임의제출을 신청하고, 그것만으로 부족하면 형사소송법 제184조에 따라 판사에게 증거보전을 청구합니다. 미리 증거를 보전하지 않으면 나중에 그 증거를 쓰기 곤란한 사정이 있을 때 압수·수색·검증 등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이고, 영상이 곧 삭제될 상황이 그 전형적인 예입니다.

2) 목격자를 조기에 특정해 진술을 고정합니다.

동석자, 옆 테이블 손님, 종업원처럼 그 장면을 본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흐려지고, 양쪽에서 연락을 받는 사이 한쪽으로 기울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가 어느 자리에 있었는지를 먼저 특정한 뒤, 접촉이 어떤 순서로 이루어졌는지, 고소인이 그 직전과 직후에 어떤 상태로 말하고 움직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담은 사실확인서를 받아 둡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사기관에 참고인 조사를 신청해 그 진술이 수사기록에 정식으로 편입되도록 해야, 나중에 "지인이 써 준 서면"이라는 반박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3) 대화 기록으로 접촉의 맥락을 세웁니다.

사건 전후의 메신저와 통화는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보여 줍니다. 만남을 먼저 제안한 쪽, 자리를 옮기자고 한 쪽, 사건 다음 날 오간 대화의 어조는 접촉이 일방적이었는지 상호적이었는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됩니다. 대화는 절대 삭제하지 말고 원본이 담긴 기기 그대로 보존해야 하며, 본인이 참여한 대화를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4) 무고 대응은 순서를 지켜 설계합니다.

억울한 마음에 곧바로 맞고소부터 하려는 분들이 많지만, 순서를 잘못 잡으면 본인 사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156조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경우에 성립하고,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점을 신고자가 인식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본인이 불기소나 무죄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상대가 곧바로 무고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먼저 본인 사건에서 상호성을 확정하고, 고소인이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경우에 한해 무고를 검토하는 편이 실효적입니다.


결론


이런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대응은 "먼저 한 건 그쪽"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이 보는 것은 누가 더 억울한가가 아니라, 고소인이 그 시점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 그리고 접촉이 상호적이었는지를 무엇이 뒷받침하는가입니다. 기억이 없다는 진술이 곧 심신상실을 뜻하지는 않지만, 그 법리는 반박할 자료가 손에 있을 때에만 힘을 갖습니다.

그리고 그 자료에는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CCTV는 며칠 단위로 덮어쓰이고 목격자의 기억은 빠르게 흐려집니다. 고소 사실을 알게 된 바로 그 순간이 영상 보전과 목격자 확보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지금 경찰 조사 일정을 앞두고 계시다면, 무엇을 먼저 붙잡아야 하고 어떤 순서로 진술해야 하는지 대응의 방향을 한 번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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