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업주가 강요한 투약 — 지배관계 입증과 피해자 지위
사건 개요
유흥업소 마약 단속은 대개 업소 한 곳을 통째로 훑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업주와 영업사장뿐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던 종업원까지 함께 입건되는 일이 흔합니다. 이때 종사자들이 조사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사장이 시켜서 했다"는 것입니다. 손님 접대 자리에서 거절하지 못했고, 거절하면 자리에서 빠지게 되고, 자리에서 빠지면 선불금은 그대로 남는 구조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수사기관에서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것은 모발·소변 감정 결과라는 객관적 물증이고, 강요가 있었다는 사정은 오직 본인의 진술로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마약 사건에서 "시켜서 했다"는 변명은 워낙 흔하게 등장하는 터라, 아무런 뒷받침 없이 꺼내면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상만 남기고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업주의 강요가 있었다는 사정은 투약죄 자체를 없애 주지는 못하지만, 처분의 단계와 형의 무게를 실제로 바꿉니다. 다만 그렇게 작동하려면 그 사정이 감정 호소가 아니라 지배관계의 구조와 시점을 보여 주는 자료로 제출되어야 합니다. 같은 사건에서 누구는 기소유예로 끝나고 누구는 실형을 받는 차이가 대체로 여기서 갈립니다.
핵심 쟁점
첫째, 투약죄의 성립 자체는 강요와 무관하게 남는다는 점입니다.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마약류를 사용하는 것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위반이고, 필로폰(메스암페타민)처럼 같은 법 제2조 제3호 나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경우 같은 법 제6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누가 권했는지는 이 조문의 요건이 아닙니다.
둘째, 형법 제12조의 '강요된 행위'가 성립하려면 문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조문은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달리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한 행위만을 벌하지 않습니다. 판례는 이를 육체적으로 그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경우 또는 윤리적으로 강압된 경우로 좁게 새기고 있어, 해고 위협·선불금 독촉·업소 내 따돌림 같은 경제적·심리적 압박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셋째, 그럼에도 강요 정황이 결정적으로 작동하는 무대가 따로 있습니다. 하나는 업주의 죄책이고, 다른 하나는 종사자 본인의 처분 단계와 양형입니다. 특히 업무·고용관계로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게 마약등을 사용하여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한 사람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4항 제1호에 따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중형의 대상이 됩니다.
넷째, '성매매피해자' 지위의 범위입니다. 같은 법 제2조 제1항 제4호 나목은 업무관계·고용관계 그 밖의 관계로 보호 또는 감독하는 사람에 의하여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또는 대마에 중독되어 성매매를 한 사람을 성매매피해자로 정의하고, 제6조 제1항은 성매매피해자의 성매매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다만 이 불처벌은 성매매 부분에 한정되며 투약죄까지 지워 주지는 않습니다. 이 경계를 혼동한 채 "나는 피해자니 다 무죄"라고 주장하면 방어 전체가 신뢰를 잃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강요를 '진술'이 아니라 '구조'로 세우기
강요 주장이 무너지는 지점은 대개 하나입니다. 당사자는 그 압박을 온몸으로 겪었지만, 기록에는 "무서웠다", "어쩔 수 없었다"는 형용사만 남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강요를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업소의 운영 구조로 옮겨 놓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1) 종속의 물적 토대를 금액과 문서로 특정합니다.
유흥업소의 지배관계는 대체로 돈으로 만들어집니다. 선불금(마이킹) 차용증과 계좌이체 내역, 지각·결근·손님 거절에 매기는 벌금 규정, 업소가 제공한 숙소, 출근을 관리하던 단체 대화방이 그 실체입니다. "월 얼마를 받았고, 얼마를 빌렸으며, 그만두면 무엇을 갚아야 했는가"를 숫자로 특정하면, 거절이 곧 채무 이행 불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드러납니다. 이는 형법 제12조의 협박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객관 자료가 됩니다.
2) 투약 상황의 '지시성'을 누가 무엇을 했는지로 분해합니다.
약을 구한 사람이 누구인지, 값을 치른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투약이 이루어졌는지를 회차별로 정리합니다. 특히 본인 명의의 매수 이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텔레그램·다크월렛 계정 부존재, 판매상과의 통화·이체 내역 부존재, 이른바 던지기 수령 정황 부존재—은 강요 서사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소극적 증거입니다. 반대로 본인이 한 번이라도 직접 구매한 흔적이 나오면 그 주장은 통째로 무너지므로, 이 확인은 방어 방향을 정하기 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3) 모발 감정의 시기 추정을 업소 재직 기간과 겹쳐 봅니다.
모발은 한 달에 약 1cm 자라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모발을 일정 길이 단위로 분절해 감정하는 방식으로 투약의 대략적 시기를 추정합니다. 반면 소변 감정은 필로폰 기준 통상 수일에서 일주일 남짓의 최근 투약만 잡아냅니다. 그래서 시기가 쟁점일 때는 모발이 핵심입니다. 감정 결과가 가리키는 구간이 업소 출근 기간에만 몰려 있고 퇴사 이후 구간에서는 음성이라면, 개인적 기호가 아니라 그 업소 환경에서만 투약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물증으로 나타납니다.
4) 업주에 대한 형사 절차를 별도로 세웁니다.
업주가 마약을 구해 제공했다면 그 자체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고, 폭행·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형법 제324조 강요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합니다. 나아가 마약을 사용하게 한 뒤 성매매까지 시켰다면 앞서 본 성매매처벌법 제18조 제4항 제1호의 중형 대상입니다. 업주에 대한 고소·진술을 본인 사건과 같은 시기에 진행하면 그 수사에서 확보되는 압수물과 관계인 진술이 그대로 본인의 강요 정황이 됩니다. 다만 없는 사실을 보태면 무고가 되므로, 겪은 사실만 시점별로 진술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세워 둔 정황을 처분과 양형으로 바꾸기
정황을 모아 두어도 어느 절차에 어떤 이름으로 올릴지 정하지 못하면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강요 사정은 무죄 주장·처분 단계·양형이라는 세 갈래에서 쓰임이 전혀 다르므로, 사안에 맞는 자리를 골라 배치해야 합니다.
1) 형법 제12조 주장은 요건이 실제로 갖춰졌을 때만 정면으로 씁니다.
감금 상태에서, 또는 폭행이나 집단의 위력을 앞세운 협박 아래 투약이 이루어졌고 그것을 뒷받침할 상해 진단서·목격자·현장 정황이 있다면 강요된 행위를 정면으로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하는 사안에서 무죄만 고집하면, 다투는 동안 범행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쌓여 정작 받을 수 있었던 선처까지 잃습니다. 이때는 같은 사실을 형법 제51조의 양형조건 중 '범행의 동기'와 '범행 후의 정황'으로 옮겨, 작량감경의 근거로 삼는 편이 실질적으로 유리합니다.
2) 기소 전 단계에서 치료보호 절차를 먼저 밟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는 마약류 사용자의 중독 여부를 판별하고 중독자를 치료·보호하기 위한 치료보호기관 제도를 두고 있으며, 판별검사와 입원·외래 치료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검찰은 초범이고 단순 투약이며 재범 위험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건에서 치료를 조건으로 한 기소유예나 교육이수를 조건으로 한 기소유예 처분을 합니다. 강요 정황은 바로 이 재범 위험 판단에서 힘을 씁니다. 스스로 구해 시작한 것이 아니고 그 환경에서 벗어났다는 사정은, 중독 치료 이수 자료와 함께 제출될 때 처분권자를 설득하는 가장 구체적인 근거가 됩니다.
3) 성매매 부분은 '피해자 지위'로 따로 떼어 방어합니다.
성매매까지 함께 입건된 경우라면, 투약 사건과 별개로 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4호 나목의 요건—보호·감독하는 사람에 의하여 마약등에 중독되었을 것, 그리고 그 상태에서 성매매를 하였을 것—을 정면으로 세웁니다. 요건이 인정되면 제6조 제1항에 따라 그 성매매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독 상태를 확인하는 판별검사 결과와 중독의 원인이 업주의 제공에 있었음을 보여 주는 자료가 이 부분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또한 같은 조는 수사기관이 피의자나 참고인을 성매매피해자로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신변보호·수사의 비공개·지원시설 인계 등 보호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이 지위를 이른 단계에 주장하는 것은 처벌 여부만이 아니라 조사 과정의 안전과도 직결됩니다.
4) 최초 진술과 자수 시점을 함께 설계합니다.
경찰 첫 조사에서 "제가 했습니다"라는 한마디만 남기면, 이후에 아무리 상세히 경위를 설명해도 형량을 줄이려는 뒤늦은 변명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투약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누가 언제 어떤 말로 요구했는지를 함께 기록에 남겨 두어야 합니다. 아직 수사가 본인에게 미치지 않은 단계라면 형법 제52조의 자수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자수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사유이고, 업주의 조직적 범행을 밝히는 진술과 결합될 때 처분 단계에서 실질적인 무게를 갖습니다.
결론
"업주가 시켜서 했다"는 사정은 그 자체로 방패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 법은 강요된 행위를 아주 좁게만 인정하고, 그 밖의 압박은 투약죄의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이 사정이 무의미한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업주의 죄책을 세우는 근거이자, 본인에 대한 처분과 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경위이며, 성매매가 얽혀 있다면 불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법정 요건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선불금 자료·업소 대화 기록·감정 결과의 시기 대조처럼 남아 있는 자료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업소가 문을 닫고 대화방이 사라지면 그 구조를 되살릴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조사 통지를 받았거나 이미 감정 결과를 통보받은 상황이라면, 첫 진술을 하기 전에 무엇을 남기고 어떤 순서로 말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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