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보조 공고로 시작한 보이스피싱 수거책, 채용 대화가 증거
사무보조 공고로 시작한 보이스피싱 수거책, 채용 대화가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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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보조 공고로 시작한 보이스피싱 수거책, 채용 대화가 증거 

김강희 변호사


사무보조 공고로 시작한 보이스피싱 수거책, 채용 대화가 증거


사건 개요


구인사이트에 올라온 공고는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사무보조', '서류 전달 및 현장 확인', '부동산 시장조사 보조'. 급여는 월급제나 일당제로 적혀 있었고, 회사 이름과 사업자 정보도 붙어 있었습니다. 지원해서 연락을 받고, 며칠간은 실제로 사진을 찍어 보내고 서류를 정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고객이 맡긴 잔금을 대신 받아 오라", "회사 대신 수금해 와서 지정한 곳에 입금하라"는 지시가 내려옵니다. 시키는 대로 현금을 받아 전달했고, 며칠 뒤 경찰서에서 연락이 옵니다.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입건됐다는 통보입니다.

이 상황에 놓인 분들이 상담에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은 거의 같습니다. "저는 사무보조로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 주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보는 것은 지원자의 마음이 아니라, 거액의 현금을 낯선 사람에게서 직접 받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일을 하면서도 아무 의심 없이 계속했다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몰랐다"는 진술은 그 자체로는 증거가 아니라 주장일 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런 사건에서 고의를 다툴 재료는 사실상 채용 과정에 몰려 있습니다. 어떤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지, 채용 단계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근로계약서와 급여는 어떤 형태였는지가 "정상적인 취업이라고 믿을 만했는가"를 판단하는 거의 유일한 객관 자료입니다. 문제는 사건이 터진 시점에는 공고가 이미 내려가 있고, 대화방은 상대가 먼저 나가 버렸으며, 당사자만 휴대폰을 그대로 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자료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온전한 형태로 붙잡아 두느냐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핵심 쟁점


먼저 어떤 죄로 다투게 되는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현금 수거책은 대개 형법 제347조 사기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의 공동정범(제30조) 또는 방조범(제32조)으로 기소됩니다. 여기에 피해자에게 가짜 확인증이나 금융기관 명의의 서류를 건넸다면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제231조·제234조)가, 금융감독원장 명의 등 관공서 문서를 건넸다면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제225조·제229조)가 함께 붙습니다. 수거한 돈을 다른 사람 명의로 송금했다면 금융실명법 위반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까지 얹힙니다. 피해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하한이 징역 3년으로 올라갑니다. 참고로 이렇게 직접 만나 현금을 받아 가는 이른바 대면편취형도 2020년 개정으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전기통신금융사기' 정의에 포함되어, 피해자 측에서는 지급정지·환급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죄명이 무엇이든 실제 갈림길은 하나로 모입니다.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것인가입니다. 대법원은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이 사건 피고인은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아 부동산 시장조사 업무를 시작했다가 곧 현금수거책 역할을 하게 된 사람이었고, 원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이 밝힌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고의는 미필적인 것으로 충분하고 보이스피싱 범행의 전체 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다른 공범의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곧바로 인식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고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간접사실로 대법원이 실제로 짚은 항목은 매우 구체적입니다. 별도의 면접 절차를 거쳤는지, 신원·신용을 확인하거나 보증하는 절차가 있었는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지, 정상 업무를 시작한 지 며칠 만에 거액의 현금수거 업무로 넘어갔는지, 수거할 상대방의 인상착의와 할 말과 건넬 서류까지 지시받았는지, 받은 보수가 일반적인 아르바이트 대가보다 큰지, 그리고 피고인의 나이와 사회 경력은 어떠한지입니다. 이 목록은 그대로 뒤집으면 방어의 목록이 됩니다. 같은 해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된 사건도 있는데,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고 편의점·식당 아르바이트 외에 사회생활 경험이 전혀 없었던 피고인에 대해 단순 사무보조 업무라고 믿었을 여지가 크다고 본 사례였습니다. 결국 승패는 이 간접사실 목록의 각 칸을 누가 먼저 채우느냐에서 결정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채용 경로 전체를 시간순 증거로 복원하기


"사무보조인 줄 알았다"는 말은 진술로 남기면 주장이지만, 채용 기록으로 남기면 증거가 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수사 초기에 다음 순서로 채용 경로를 복원합니다.

1) 공고 원문과 지원 이력부터 확보합니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자료가 구인 공고입니다. 조직은 사건화되기 전에 공고를 내리지만, 구인사이트에는 게시 이력과 지원 내역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본인 계정의 지원 내역 화면, 지원 완료 안내 문자·이메일, 캐시나 검색 결과에 남은 공고 화면을 즉시 갈무리하고, 필요하면 수사기관을 통한 사실조회로 게시된 공고 원문과 게시자 정보를 확보합니다. 이 자료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공고에 '사무보조', '서류 전달'이라는 직무명과 월급제·일당제 급여 조건, 회사명과 사업자 정보가 적혀 있었다는 사실이 남으면, "누가 봐도 수상한 고수익 알바에 스스로 뛰어들었다"는 수사기관의 전제가 첫 단계에서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2) 채용 단계의 대화를 원본 형태로 살려 냅니다.

대법원이 지적한 '이례적인 채용 절차'는 뒤집어 말하면, 절차가 있었다면 그것이 곧 방어 자료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면접이 있었다면 통화 기록과 방문 장소·시간, 근로계약서를 썼다면 그 계약서, 신분증·통장 사본·이력서를 제출했다면 그 전송 기록을 모읍니다. 대화방을 상대가 폭파했거나 본인이 지웠더라도 포기할 일이 아닙니다.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으로 삭제된 메신저 데이터가 복원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수사기관이 이미 휴대폰을 압수했다면 그 분석 결과에 대한 열람·등사를 신청해 유리한 대화를 직접 찾아냅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내가 무엇을 물었는지보다 상대가 무엇을 숨겼는지입니다. 업무 내용을 정상적인 회사 업무처럼 설명한 문장, 계약서와 4대보험을 언급한 문장이 있으면 그것이 곧 기망당한 증거가 됩니다.

3) '정상 업무 구간'과 전환 시점을 특정합니다.

이 유형에는 정형화된 수법이 있습니다. 처음 일주일에서 이 주 정도는 부동산 현장 사진 촬영, 상가 조사, 서류 정리 같은 진짜 업무를 시키고 약속한 급여도 지급합니다. 지원자가 "정상적인 회사"라고 믿게 된 시점에 비로소 "잔금 전달"이라는 이름으로 현금 수거를 지시합니다. 그래서 초기 업무의 사진 촬영 시각과 위치정보, 업무 보고 메시지, 첫 급여 입금 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정상 업무가 실재했다는 사실과 지시가 바뀐 정확한 날짜를 특정합니다. 이 작업이 되면 "처음부터 알고 들어갔다"는 프레임 대신 "정상 채용으로 시작해 도중에 이용당했다"는 구조가 기록에 남고, 뒤에서 볼 고의의 시작 시점 다툼도 이 지점에서 출발할 수 있게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법원이 드는 간접사실마다 반대 사실을 붙이기


채용 기록을 모았다면, 다음은 그 자료를 법원이 실제로 보는 항목에 하나씩 대응시키는 일입니다. 항목별로 반대 사실이 채워지지 않으면 아무리 억울해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1) 보수의 성격을 '수상한 고액'에서 '평범한 급여'로 되돌립니다.

대법원이 고의 인정 방향으로 본 요소 중 하나가 일반적인 아르바이트 대가보다 큰 보수였습니다. 그렇다면 방어의 핵심은 액수 자체보다 보수의 구조입니다. 수거 금액에 비례하는 수수료율이 아니라 고정 일당·월급이었다는 점, 그 수준이 동종 사무보조 시세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 급여가 텔레그램을 통한 현금이 아니라 본인 실명 계좌로 이체됐다는 점을 급여 이체 내역과 공고의 급여 조건으로 함께 제시합니다. 원천징수나 4대보험 가입 흔적이 있다면 더욱 강력합니다. 수천만 원을 수거하면서 받은 돈이 며칠치 일당에 불과했다는 대비는, 이익 배분에 가담한 공범이라는 그림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2) 신원 노출 정도와 위조문서 교부 여부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이 사건들에서 가장 무거운 갈림길은 여기입니다. 자신의 실명과 본인 명의 휴대폰·계좌를 그대로 쓰고, 상대에게 신분증 사본과 이력서를 제출했으며, 본인 차량으로 이동했다면 범죄에 가담한다는 인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입니다. 반대로 가명을 쓰라는 지시를 따랐거나, 위조된 신분증을 소지했거나,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말하라"는 지시대로 관공서·금융기관 명의의 위조 문서를 피해자에게 건넸다면 방어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대법원도 앞선 판결에서 건네받은 위조 공·사문서의 조악한 형식과 내용을 고의 인정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런 서류가 있었던 사안이라면 "내용을 읽지 않고 봉투째 전달했다", "서류를 건넬 때 어떤 설명을 들었다"는 사정을 대화 기록과 CCTV로 구체화해, 문서의 내용을 인식했는지를 별도의 쟁점으로 분리해 다투어야 합니다.

3) 의심할 계기가 생긴 시점과 그 뒤의 행동을 짚습니다.

미필적 고의는 "처음부터 알았는가"가 아니라 "언제부터 알 수 있었는가"의 문제입니다. 피해자가 현장에서 항의했거나, 조직이 "경찰이 물으면 이렇게 말하라"고 지시했거나,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CCTV를 피하라고 했다면 그 순간이 계기입니다. 계기가 생긴 뒤에도 계속했다면 그 이후 행위에 대해서는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계기의 유무와 시점을 정확히 특정하고, 그 직후 스스로 연락을 끊었거나 회사에 항의했거나 경찰에 문의한 사실이 있다면 통화 기록과 메시지로 증명합니다. 계기 이후에도 이어진 부분이 있다면, 전체 기간을 뭉뚱그려 인정할 것이 아니라 계기 전후로 죄가 성립하는 구간을 나누어 피해액과 죄수를 다투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4)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에도 동시에 대비합니다.

무죄 주장은 하되, 그 하나에만 모든 것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으로 인정되면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형이 필요적으로 감경되어, 사기죄의 법정 상한이 징역 10년에서 5년으로 내려갑니다. 가담의 정도가 단순 심부름에 그쳤고 이익 배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 조직 상부와 연결되지 않은 말단이라는 점을 기록으로 세우는 작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양형에서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양형위원회의 사기범죄 양형기준상 조직적 사기 제1유형(이득액 1억 원 미만)은 기본 영역이 징역 1년~2년 6개월, 가중 영역이 2년 6개월~4년으로 설정되어 있어, 피해 회복과 공탁, 진지한 반성, 초범 여부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실제 변수가 됩니다.


결론


이 유형의 사건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정작 결백을 뒷받침할 자료를 본인이 이미 지워 버린 경우입니다. 창피하다는 생각에 대화방을 삭제하고, 사이트에서 지원 내역을 정리하고, 휴대폰을 초기화한 뒤에 변호인을 찾아오면 남는 것은 진술뿐입니다. 그러나 진술만으로 미필적 고의를 뒤집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경찰에서 연락을 받은 그 순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공고와 대화와 급여 기록을 원본 그대로 보존하는 것입니다. 그 자료가 남아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같은 사실관계도 "몰랐다는 변명"이 되기도 하고 "속아서 이용당한 정황"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놓여 계시다면, 무엇이 아직 남아 있고 무엇을 지금 붙잡아야 하는지부터 한 번 점검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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