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만 빌려줬는데 세금·건보료가 나온다면, 되돌리는 순서
사건 개요
시작은 대개 사소한 부탁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친척이나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 "사정이 있어 내 이름으로는 사업자등록이 안 된다, 이름만 잠깐 빌려 달라"고 합니다. 실제로 운영에는 손도 대지 않고, 돈 한 푼 받지 않으며, 몇 달 뒤에 정리하겠다는 말을 믿고 신분증 사본과 인감을 건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수천만 원짜리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고지서가 자기 앞으로 날아옵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그 다음입니다. 배우자나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돼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던 분이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어, 존재한 적 없는 소득을 근거로 매달 보험료를 부과받습니다. 명의를 빌려 간 사람은 이미 연락이 닿지 않고, 사업장은 문을 닫았거나 다른 사람이 쓰고 있습니다. 세무서와 공단에 "나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라고 호소해 보지만, 창구에서 돌아오는 답은 "등록된 사업자는 본인"이라는 말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제로 사업을 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과세는 되돌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어려움은 법리가 아니라 두 가지 구조에 있습니다. 하나는 그 증명 책임이 억울하다고 말하는 명의자 본인에게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건보료·구상·형사책임이 각기 다른 기한과 절차로 굴러가 한 곳만 붙들고 있으면 나머지가 그사이에 굳어 버린다는 점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소득이 사실상 누구에게 귀속되었는가입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은 소득·수익·재산의 귀속이 명의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으면 그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과세요건의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지만, 사업자등록 명의자를 실사업자로 보아 과세한 경우 "명의와 실질이 다르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명의자가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명의대여는 밖에서 실체를 알 수 없는 내부 합의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어느 절차로 다툴 것인가입니다. 신고를 한 적이 있으면 경정청구, 부과처분을 받았으면 불복 — 이 갈림길을 잘못 잡으면 기한이 지나 본안을 다툴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셋째, 건강보험료는 국세와 별개의 절차로 굴러가며 시효도 더 짧다는 점입니다. 넷째, 실사업자에게서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가, 그리고 명의를 빌려준 행위 자체에 따르는 형사책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입니다.
이 네 가지는 각각 다른 시계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대응은 "억울함을 어떻게 설명할까"가 아니라 어느 기한이 가장 먼저 닫히는가에서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실질귀속을 증명해 과세 자체를 되돌리기
세금을 실사업자에게 돌리지 못하면 그 뒤의 구상도, 건보료 정정도 따라오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여기서 출발하므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건을 구성합니다.
1) 실사업자를 '자금과 기록'으로 특정합니다.
"나는 사업을 한 적이 없다"는 진술은 그 자체로는 증명이 되지 않습니다. 증명해야 할 것은 부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 사업을 지배했다는 사실이므로, 돈이 흐른 길과 사람이 남긴 기록에서 실사업자를 끌어냅니다. 사업용 계좌의 개설·관리 주체와 입출금 내역, 카드 단말기 정산계좌의 명의, 사업장 임대차계약의 실제 체결자와 보증금·차임을 출연한 계좌, 거래처가 발주·수금 과정에서 연락한 상대, 직원 급여를 지급하고 4대보험을 신고한 주체, 각종 인허가 서류의 작성자를 모읍니다. 여기에 명의자가 같은 기간 다른 직장에 상시 근무했다는 재직증명과 4대보험 취득 이력이 더해지면, 물리적으로 그 사업을 운영할 수 없었다는 점이 강력하게 뒷받침됩니다.
2) 경정청구인지 불복인지, 기한을 기준으로 경로를 가릅니다.
두 길은 요건이 다릅니다. 경정청구는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신고기한까지 제출한 자와 기한후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한 자가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이내에 할 수 있습니다(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그런데 명의만 빌려준 분은 애초에 신고를 한 적이 없어 이 요건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부과처분에 대한 불복이 본길입니다. 세무조사 결과통지나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단계라면 30일 이내 과세전적부심사(같은 법 제81조의15)로 부과 전에 막고, 이미 고지서가 나왔다면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를 제기합니다. 이후 행정소송은 결정 통지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이며, 조세소송은 심사·심판을 거쳐야만 제기할 수 있는 필요적 전치입니다(같은 법 제56조). 이 90일은 억울함의 크기와 무관하게 닫히므로, 상담 첫날 확인해야 할 것은 사연이 아니라 고지서를 받은 날짜입니다.
3) 형사 리스크를 계산에 넣고 진술을 설계합니다.
명의대여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은 세금을 벗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면서, 동시에 자기 처벌의 근거가 됩니다. 조세범 처벌법 제11조는 조세의 회피 또는 강제집행의 면탈을 목적으로 명의를 빌려준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명의를 빌려 사업을 영위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죄는 조세 회피나 강제집행 면탈의 목적을 요건으로 하므로, 대가를 받지 않았고 가족·지인의 딱한 사정에 응한 것이며 사업 이익을 나눠 받은 적이 없다는 사정을 함께 세워 목적의 부존재를 다툽니다. 세무 절차에서의 진술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엇갈리면 양쪽 모두를 잃으므로, 두 절차의 진술은 처음부터 같은 사실관계 위에서 일관되게 정리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건보료를 되돌리고, 실사업자에게서 회수하기
세금 문제가 정리되어도 건강보험료와 이미 납부한 돈은 저절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서로 다른 시효를 동시에 관리하는 일이 핵심이 됩니다.
1) 건강보험료는 국세 경정을 앞세우되, 3년 시효를 따로 관리합니다.
공단은 자체 조사로 소득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세청이 통보한 소득자료를 근거로 보험료를 부과합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기준은 사업자등록이 있으면서 사업소득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도록 되어 있어(사업자등록이 없는 경우에만 연 500만 원 이하를 소득 없음으로 봅니다), 명의대여만으로 지역가입자 전환과 보험료 부과가 곧바로 따라옵니다. 따라서 국세 소득이 경정되어야 보험료 정정의 근거가 생깁니다. 문제는 시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국세는 5년까지 다툴 여지가 있지만, 보험료 과오납금을 환급받을 권리는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91조). 그래서 국세 불복만 붙들고 있다가 이긴 뒤 공단에 갔을 때 앞부분 보험료를 되찾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이를 막기 위해 국세 절차와 병행하여 공단 부과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과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 심판청구를 걸어 두고, 국세 경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소급 정정·환급으로 연결합니다.
2) 구상은 '실제로 낸 돈'에 대해서만, 그리고 구성에 따라 액수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가 생깁니다. 세금이 부과된 것만으로는 구상할 것이 없습니다. 명의자가 실제로 납부해 재산이 빠져나가야 비로소 실사업자가 면한 이익, 즉 반환받을 대상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청구의 구성도 결과를 바꿉니다. 부당이득반환(민법 제741조)으로 구성하면 명의를 빌려준 잘못을 이유로 금액을 깎는 과실상계가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소멸시효도 10년인 반면, 불법행위 손해배상(같은 법 제750조)으로 구성하면 명의자 자신의 과실이 참작되어 감액될 수 있고 시효도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으로 짧아집니다(같은 법 제766조). 실사업자는 흔히 "조세 회피 목적의 명의대여는 불법원인급여여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같은 법 제746조), 여기서 말하는 불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이라는 좁은 의미이므로 단순한 강행법규 위반만으로는 그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명의대여 당시 "세금은 실사업자가 부담한다"는 약정이나 문자·통화 내용이 남아 있다면 약정에 따른 청구가 가장 다투기 쉬운 길이 됩니다.
3) 회수 가능성을 먼저 조사하고, 동시에 명의를 끊어 손실을 멈춥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남의 이름을 빌려야 했던 사람은 대개 자기 이름으로는 사업을 할 수 없는 사정, 즉 체납이나 신용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판결을 받고도 집행할 재산이 없어 소송비용만 얹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소를 내기 전에 부동산·차량·예금·거래처에 대한 매출채권을 확인하고 가압류로 책임재산을 먼저 묶은 뒤 본안에 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회수와 별개로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것이 명의 정리입니다. 폐업신고와 사업자등록 정정, 세무서에 대한 명의대여 사실 신고로 명의 사용을 끊고, 사업용 계좌·카드 단말기·통신·차량 등 남아 있는 명의를 회수합니다. 이미 확정된 채무에 대해서는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로, 명의로 넘어간 재산이 있다면 말소등기 청구로 정리합니다. 이 조치를 미루면 해마다 새로운 세금과 보험료가 같은 이름 위에 다시 쌓이고, 체납으로 이어지면 예금·급여 압류와 신용 제한까지 피해가 번집니다.
결론
명의를 빌려주는 순간의 부담은 없다시피 하지만, 그 대가는 몇 년 뒤 세금·보험료·형사책임·신용 훼손이라는 네 갈래로 한꺼번에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억울함은 그 자체로 아무것도 되돌리지 못합니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실제로 사업을 지배한 사람이 따로 있었다는 점을 자금과 기록으로 보여 주는 일이고, 그 책임은 명의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고지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보험료 환급의 3년, 구상권의 시효가 각각 다른 속도로 닫히고, 그사이에도 명의는 계속 사용되어 새로운 부과를 만들어 냅니다. 지금 낯선 세금이나 보험료 고지서를 받으셨다면, 무엇부터 막고 어느 절차로 다툴지 기한을 기준으로 대응 순서를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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