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여자친구의 준강간 고소 — 교제 중 관계 패턴 방어
이별 후 여자친구의 준강간 고소 — 교제 중 관계 패턴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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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여자친구의 준강간 고소 — 교제 중 관계 패턴 방어 

김강희 변호사


이별 후 여자친구의 준강간 고소 — 교제 중 관계 패턴 방어


사건 개요


사귀던 사람과 여느 날처럼 술을 마시고 함께 밤을 보냈습니다. 그 뒤로도 몇 달을 더 만났고, 다투다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서 출석 요구가 옵니다. 죄명은 준강간. 고소인은 전 여자친구이고, 고소장에는 "그날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 동의한 적이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상대는 그날 이후로도 자신과 몇 달을 더 만났던 바로 그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고소가 가능한지 납득하지 못한 채 조사실 앞에 서게 됩니다.

이런 상담을 받다 보면 대부분 같은 말로 시작합니다. "우리는 사귀는 사이였습니다." 그 한마디로 사건이 정리되기를 바라지만, 법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를 처벌하며,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는지를 성립요건으로 삼지 않습니다. 처벌 수위도 강간죄의 예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벌금형이 없는 무거운 죄입니다. 2013년 6월 19일부터는 성범죄의 친고죄 규정이 폐지되어, 고소인이 마음을 돌려 고소를 취소해도 그것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방어는 "연인이었다"는 신분 주장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날 상대가 실제로 어떤 상태였는지, 그리고 교제 기간에 반복된 관계의 패턴과 이별 이후의 경위가 그 정황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자료로 세워야 합니다.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이 두 축을 얼마나 객관적인 기록으로 채우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고소인이 그날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입니다. 여기서 술로 인한 기억의 단절과 의식의 상실은 서로 다른 문제로 취급됩니다. 둘째, 설령 그런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피고소인이 상대가 그런 상태라고 인식하고 이를 이용할 의사로 행위했는지입니다. 셋째, 두 사람 사이의 동의가 어떤 형태로 존재했는지이며, 교제 관계라는 사실이 동의를 대신하지는 않되 그날의 정황을 해석하는 간접사실은 됩니다. 넷째,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이며 이별 경위와 고소 시점이 그 판단 자료가 됩니다.

특히 두 번째 쟁점은 많은 분이 놓칩니다. 대법원은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로 행위했으나 실제로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던 경우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상대가 멀쩡했다"는 사실만 밝히면 끝난다고 생각하고 대응하면, 정작 자신의 인식에 관한 진술을 방치하다가 미수 부분에서 무너질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기억이 없다'는 진술을 그날의 행위능력으로 되돌려 놓기


고소의 출발점은 대개 "기억이 없다"는 한 문장입니다. 그러나 형법이 요구하는 것은 기억의 공백이 아니라 판단능력과 대응능력의 상실입니다. 이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그날의 상태를 재구성합니다.

1)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을 갈라 세웁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알코올 블랙아웃(기억형성의 실패)과 패싱아웃(의식의 상실)을 구별하고, 심신상실·항거불능 여부는 음주 정황과 당시 언동, 전후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같은 판결은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곧바로 블랙아웃이라 단정할 수도 없다고 하여 양쪽 모두를 경계합니다. 그래서 "기억이 없다"는 진술을 다투는 방법은 반박이 아니라 같은 시각 상대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스스로 보낸 메시지, 통화 발신, 사진 촬영, 결제 내역처럼 판단과 조작이 필요한 행위가 남아 있으면 그 자체가 대응능력의 증거가 됩니다.

2) '만취'라는 형용사를 잔 수와 시각으로 바꿉니다.

고소장의 "만취했다"는 표현은 수사기관이 그대로 옮겨 적기 쉬운 말이지만, 검증 가능한 사실이 아닙니다. 주점 영수증과 카드 결제 내역으로 주문한 주종과 수량, 결제 시각을 특정하고, 두 사람이 나눠 마신 실제 양과 체중·경과 시간을 대조해 음주 수준을 수치로 바꿉니다. 함께 있던 지인이 있었다면 헤어질 무렵 상대의 보행과 대화 상태에 관한 진술을 확보합니다. 여기에 주점·건물 CCTV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확인하면, 형용사로 쓰인 만취가 실제로는 어느 수준이었는지 드러납니다.

3) 이동과 귀가의 동선을 시각 순서로 배열합니다.

술자리에서 숙소까지, 그리고 다음 날 아침까지의 시간을 분 단위 타임라인으로 정리합니다. 택시 호출 앱 기록, 교통카드 사용, 엘리베이터와 현관 CCTV, 도어락 개폐 기록, 배달·편의점 결제 내역이 재료가 됩니다. 스스로 목적지를 정해 차량을 부르고,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대화를 이어 갔다면 이는 일시적 기억 단절과는 구별되는 정황입니다. 이런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삭제되므로, 조사 일정보다 먼저 보전 요청과 확보에 착수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교제 기간의 관계 패턴과 이별 경위를 간접사실로 세우기


연인이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검사가 세우려는 전제를 무너뜨리는 재료로는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다음을 챙깁니다.

1) 관계 패턴으로 '정상 상태라면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제를 겨냥합니다.

앞의 2018도9781 판결은 심신상실을 인정하는 근거의 하나로 두 사람의 관계에 비추어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성적 관계에 동의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을 듭니다. 뒤집어 말하면, 그런 기대가 이상하지 않은 관계였다는 점은 그 전제를 정면으로 흔듭니다. 교제 시작 시점, 만남의 빈도, 그날 이전에도 같은 방식의 술자리와 숙박이 반복되었다는 사실을 대화 기록·사진·숙소 예약 내역으로 특정합니다.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반복된 사실의 나열이어야 힘을 갖습니다.

2) 사건일 이후 이별까지의 시간을 하나의 타임라인으로 제출합니다.

준강간 피해를 주장하는 그날 이후에도 교제가 몇 달 더 이어졌다면, 그 기간에 오간 대화의 어조와 만남의 내용이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다음 날 아침의 안부 메시지, 이후의 데이트와 여행, 기념일 대화가 시간 순서대로 놓이면 진술의 신빙성은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다투어집니다. 여기에 이별의 경위와 고소 사이의 간격, 그 사이의 재회 요구나 금전 관련 요구가 있었다면 함께 정리합니다. 다만 이를 "보복이다"라는 단정으로 제출하면 역효과이므로, 판단은 수사기관에 맡기고 시점과 문구만 건조하게 배열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3) 무고 맞고소는 순서와 요건을 따져 결정합니다.

억울할수록 곧바로 무고로 맞고소하고 싶어지지만, 순서를 잘못 잡으면 방어가 무너집니다.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은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그 신고를 허위라고 단정해 무고죄를 인정할 수 없고, 신고 내용에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정황을 과장한 정도라면 무고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즉 불기소나 무죄가 곧바로 상대의 무고 유죄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고(형법 제156조)는 본안 방어를 마친 뒤,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자료가 확보된 경우에 한해 검토합니다. 수사 초기의 성급한 맞고소는 태도 문제로 평가되어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론


이런 사건에서 가장 자주 되돌릴 수 없게 되는 지점은 첫 조사입니다. 억울함에 떠밀려 기억나는 대로 답하다가 "상대가 많이 취해 보이기는 했다"는 식으로 자신의 인식을 스스로 인정해 버리면, 앞서 본 불능미수 법리가 곧바로 적용될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사실과 다른 부분을 나중에 번복하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립니다. 첫 진술 전에 자료를 먼저 모으고,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따라 변호인이 참여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준강간은 유죄가 확정되면 형벌에 더해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 같은 부수처분이 따르는 사건이라, 초기 대응의 무게가 다릅니다.

정리하면 방어의 축은 두 개입니다. 그날 상대의 상태를 기억이 아닌 행위능력의 기록으로 되돌려 놓는 것, 그리고 교제 기간의 관계 패턴과 이별 이후의 시간을 검증 가능한 타임라인으로 세우는 것입니다. 두 축 모두 통신 기록과 영상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자료에 의존하므로, 출석 요구를 받은 그 시점이 이미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있다면 무엇을 먼저 확보하고 첫 조사에서 어디까지 말할지, 대응의 방향과 순서를 한 번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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