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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기매매 납기 지연, 상법 자동해제와 즉시이행청구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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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기매매 납기 지연, 상법 자동해제와 즉시이행청구 갈림길 

김상훈 변호사

상인간 매매에서 납품 기일을 며칠 넘겼다고 해서 계약이 당연히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법이 정한 확정기매매에 해당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시즌 상품 공급계약이나 특정 행사·공사 일정에 맞춘 부품·자재 납품처럼 "그 날짜를 넘기면 받아도 의미가 없는" 거래는, 이행기가 지나는 순간 별도의 해제 통보 없이도 계약이 끝난 것으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납기를 넘긴 매도인 입장에서는 계약이 아직 살아있는지 몰라 재고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고, 매수인 입장에서도 지금이라도 물건을 받는 게 나은지 다른 곳에서 급히 구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면, 이미 해제된 계약을 붙들고 있다가 대체거래 시점을 놓치거나, 반대로 살릴 수 있었던 계약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확정기매매 해당 여부부터 가리는 것이 첫 단추

상법이 정한 확정기매매란 매매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정해진 일시·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인간 매매를 말합니다. 계절상품, 특정 행사·공사 일정에 맞춘 부품·자재 납품, 명절 대목을 겨냥한 상품 공급계약 등이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실무에서 "이게 확정기매매인지" 자체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계약서에 납기를 못박았다고 전부 확정기매매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날짜를 넘기면 계약을 맺은 목적 자체를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시기가 본질적이었는지가 관건이며, 이는 거래 경위·업종 관행·계약서 문구·사전 협의 내용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여기서 처리 방향이 갈립니다. 확정기매매로 인정되면 이행시기 경과와 동시에 원칙적으로 계약이 해제된 것으로 취급되지만, 단순한 이행지체에 그친다면 상대방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도 이행이 없어야 비로소 해제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에 따라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이 판단부터 먼저 해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상법 제68조의 자동해제와 민법 정기행위의 결정적 차이

상법 제68조(확정기매매의 해제)는 "상인간의 매매에서 매매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일정한 일시 또는 일정한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당사자 일방이 그 이행시기를 경과한 때에는 상대방이 즉시 그 이행을 청구하지 아니하면 계약을 해제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핵심은 "본다"라는 표현입니다 — 해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별도로 할 필요가 없고, 이행시기가 지나는 순간 원칙적으로 계약이 끝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 구조는 민법 제545조(정기행위와 해제)와 비교하면 더 분명해집니다. 민법도 정기행위에 대해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지만, 이는 상대방에게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일 뿐입니다. 상대방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남아 있고, 해제하려면 그 의사표시를 해야 합니다. 반대로 상법 제68조는 이행시기 경과와 동시에 원칙과 예외가 뒤바뀝니다 —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계약이 자동으로 해제되고, 계약을 살리려는 쪽이 오히려 "즉시 이행을 청구"해야 합니다.

여기서 "즉시"의 의미가 실무상 가장 중요합니다. 이행시기가 지난 뒤에도 매수인이 그 물건을 받는 것이 여전히 이익이라고 판단해 계약을 유지하고 싶다면, 시간을 끌지 말고 곧바로 이행을 청구하는 의사를 매도인에게 도달시켜야 합니다. 며칠이라도 지체하며 관망하다가는 이미 해제된 계약을 붙들고 있었던 셈이 되어, 뒤늦게 이행을 청구해도 매도인이 이를 거절할 근거를 갖게 됩니다.

매도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행시기를 넘긴 뒤 매수인으로부터 즉시이행청구가 오지 않았다면, 별다른 통보 없이도 계약관계에서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매도인이 먼저 "이대로 해제로 처리해도 되는지, 그래도 받을 의사가 있는지"를 문서로 확인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되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상법 제68조에 따른 해제는 매도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와 무관하게 이행시기 도과라는 사실만으로 성립합니다 — "일부러 늦춘 게 아니라 원자재 수급이 꼬여서"라는 사정은 해제 자체를 막지 못합니다. 다만 손해배상까지 이어지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계약 해제는 자동으로 성립해도, 손해배상 책임은 민법의 채무불이행 원칙에 따라 매도인에게 고의·과실이 없었다면 면책될 여지가 있습니다. 즉 "계약은 끝났지만 손해배상은 별개로 다퉈야 하는" 상황이 실무에서 흔히 생깁니다.

계약이 해제로 확정되면 남는 것은 손해배상 문제입니다. 매수인이 다른 업체에서 대체거래를 통해 같은 물건을 구했다면, 원래 계약가격과 대체거래 가격의 차액이 통상손해(민법 제393조)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재판매 계약 위약금처럼 매도인이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에서 비롯된 손해는 특별손해로 취급되어, 그 예견가능성을 별도로 입증해야 배상범위에 포함됩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보면 체감이 달라집니다. 특정 행사 개막일에 맞춰 부품 500개를 계약금액 5,000만 원에 납품하기로 한 확정기매매에서 매도인이 납기를 지키지 못했고, 매수인이 해제를 전제로 다른 업체와 급히 대체거래를 했더니 단가가 10% 오른 개당 1만 원씩 더 들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원래 계약금액 — 5,000만 원

  • 대체거래 금액(단가 10% 상승) — 5,500만 원

  • 차액손해(통상손해로 청구 가능) — 500만 원

여기에 행사 자체가 무산되어 발생한 별도의 손해까지 청구하려면, 매도인이 그 행사 일정과 위험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를 특별손해 요건으로 별도 입증해야 합니다. 아울러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상법 제64조에 따라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어 민법상 일반채권보다 짧으므로, 손해배상 청구를 미룰수록 시효 관리 부담도 함께 커집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매도인·매수인 각자의 체크리스트

쟁점이 정리됐다면, 지금 서 있는 위치(매도인인지 매수인인지)에 따라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확정기매매 해당성부터 증거로 정리 — 계약서상 납기 조항, 협의 과정에서 오간 메일·문자, 업종 관행 등을 모아 "그 시기를 넘기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는지"를 뒷받침할 자료부터 확보합니다. 이 판단이 흔들리면 이후 대응 전부가 흔들립니다.

  • 매수인 — 계약을 살리고 싶다면 즉시이행청구를 지체 없이 — 이행시기가 지난 것을 안 즉시 내용증명으로 이행을 청구해 도달시켜야 합니다. 정확한 이행 요구 내용과 발송·도달 일자를 남겨, 뒤에 "즉시"였는지가 다퉈질 때 대비합니다.

  • 매수인 — 계약을 포기한다면 대체거래와 시가 자료를 함께 — 손해를 키우지 않으려면 대체거래를 신속히 진행하되, 원래 계약서, 대체거래 계약서·세금계산서·견적서 등 차액을 입증할 자료를 반드시 남겨 둡니다. 대체거래가 지나치게 늦어지면 그 사이의 시가 변동분까지 인정받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 매도인 — 즉시이행청구 유무부터 확인 — 이행시기 경과 후 매수인으로부터 즉시이행청구가 왔는지 문서로 확인합니다. 왔다면 이행 준비를, 오지 않았다면 해제로 확정됐음을 전제로 재고 처분과 손해배상 방어를 준비합니다.

  • 손해배상 범위는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를 나눠 산정 — 시가 차액 등 통상손해와, 예견가능성이 필요한 특별손해를 구분해 청구 또는 방어 범위를 잡고, 상사채권 5년 소멸시효가 임박하지 않았는지 함께 점검합니다.

  • 매도인 — 귀책사유 없음은 손해배상에서만 다툰다 — 해제 자체는 이행시기 도과만으로 성립해 막을 수 없지만, 원자재 수급 차질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 경위와 자료를 정리해 손해배상 단계에서 고의·과실이 없었음을 별도로 다툽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확정기매매인지부터 지금 확인해야 하는 이유

확정기매매는 이행시기가 지나는 순간 자동으로 결론이 나 버리는 구조라, "일단 지켜보자"는 태도가 가장 위험합니다. 즉시 이행을 청구할지, 해제를 전제로 손해배상과 대체거래를 준비할지 판단이 늦어질수록 선택지 자체가 좁아집니다.

납기를 놓친 상인간 계약으로 곤란을 겪고 계시다면, 그 계약이 확정기매매에 해당하는지, 지금이 즉시이행청구를 할 수 있는 시점인지부터 먼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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