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자의 지시로 매출을 부풀리거나 재고자산을 실제보다 크게 잡아 넣었다가, 정작 수사가 시작되면 지시를 내린 대표이사가 아니라 전표를 직접 만진 실무자부터 조사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항변은 언뜻 타당해 보이지만, 형사법정에서는 그 말만으로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거짓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실무자를 구성요건의 중심에 세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시받아 움직인 실무자는 어느 선까지 가담해야 공동정범이 되고, 어느 선이면 방조범이나 무죄에 그치는지, 그 기준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분식회계 처벌 조항 — 회계업무 담당자가 곧 처벌 대상이 되는 구조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제39조는 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이 조문의 주어는 대표이사가 아니라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입니다. 회계팀에서 전표를 입력하고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실무자가 바로 이 조문이 겨냥하는 행위자에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상급자의 지시로 움직였다는 사정은 실무자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직접 했다는 사실 자체를 바꾸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종종 지시를 내린 대표이사보다 먼저 실무자의 계정 접근기록과 전표 수정이력부터 확보합니다. 실제로 허위 매출채권을 계상하거나 재고자산 평가액을 부풀린 것은 실무자의 손을 거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지시받아서 했을 뿐 내가 결정한 게 아니다"라는 설명은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여지는 있어도, 애초에 범죄가 성립하는지를 가르는 단계에서는 결정적 항변이 되기 어렵습니다. 실무자가 스스로를 단순 이행자로 여기더라도, 형사법은 그 실행행위 자체에 책임을 묻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는 정식 직함이나 결재권 유무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회계처리·재무제표 작성 업무를 수행했는지로 판단됩니다. 대리·과장급 실무자든 회계팀장이든, 심지어 임시로 그 업무를 대행한 직원이든 실제 작성·입력 행위를 했다면 이 조문의 적용 범위 안에 들어옵니다. "나는 정식 발령을 받은 회계담당자가 아니었다"는 사정만으로 조문 적용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고, 실제 수행한 업무의 내용이 기준이 됩니다.
외부감사법 제39조가 겨냥하는 행위자는 지시를 내린 사람이 아니라 회계처리기준 위반 행위를 실제로 실행한 회계업무 담당자다.
"시키는 대로 했다"는 항변 — 강요된 행위·정당행위로 인정되나
형법은 예외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를 두고 있습니다. 형법 제12조의 강요된 행위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신 또는 친족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해 강요된 행위만을 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역시 법령에 의한 행위이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한해 위법성을 조각합니다. 두 조문 모두 요건이 매우 엄격해서, 회사 내 상명하복 관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압박은 대부분 이 요건에 미치지 못합니다.
"지시를 거부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았다", "해고당할까 봐 어쩔 수 없었다"는 사정은 강요된 행위의 요건인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정당행위 역시 상급자의 지시가 명백히 위법한 내용이라면, 그 지시를 따랐다는 사실만으로 사회상규에 부합하는 행위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결국 실무자 입장에서 "회사가 시켜서"라는 설명은 도덕적 정상참작 사유는 될 수 있어도, 법적으로 책임을 완전히 벗어나게 해주는 사유는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지점을 오해하고 수사 초기 대응에서 성급한 진술을 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공동정범과 방조범을 가르는 기준 — 기능적 행위지배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 때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제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를 종범으로 처벌하되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정합니다. 실무자의 책임이 공동정범인지 방조범(종범)인지를 가르는 실질적 기준은 이른바 기능적 행위지배입니다. 공동으로 범행하려는 주관적 의사와 함께, 범행 실현에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역할을 분담했는지를 함께 봅니다. 단순히 이미 결정된 수치를 전표에 옮겨 적는 데 그쳤는지, 아니면 분식의 구체적 방법 자체를 제안하거나 설계하는 데 관여했는지가 갈림길이 됩니다.
예를 들어 대표이사가 "매출을 10억원어치 더 늘려서 맞춰라"라고만 지시했는데, 실무자가 스스로 가공 거래처를 만들고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경로까지 설계해 그 10억원을 실제 장부에 반영했다면, 그 실무자는 범행 실현에 본질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어 공동정범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대표이사와 회계팀장이 이미 정한 가공 매출 10억원의 수치와 거래처를 그대로 전달받아 전표에 입력만 하고 그 방법이나 규모 결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 방조범으로 평가되어 법정형이 필요적으로 감경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 구별은 사안마다 실행행위의 비중을 세밀히 따져야 하는 문제이지, 직급이 낮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방조범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자가 분식의 구체적 방법을 스스로 고안했는지, 아니면 이미 결정된 수치를 수동적으로 입력만 했는지가 공동정범과 방조범을 가르는 실질적 기준이다.
고의 인정 여부 — 몰랐다는 항변이 통하는 경우
외부감사법위반죄는 고의범이므로 실무자가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애초에 고의가 없어 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에게는 회계처리기준에 대한 직무상 지식이 당연히 전제되기 때문에, "정확한 회계기준을 몰랐다"는 설명만으로는 고의를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매출 인식 시점을 무리하게 앞당기거나 재고자산 평가방법을 별다른 근거 없이 임의로 바꾸는 등 통상적인 회계처리와 명백히 다른 지시를 받았다면, 그 이상함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의는 확정적 고의뿐 아니라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한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히 인정됩니다. 실무자가 "혹시 문제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지시를 그대로 이행했다면, 나중에 "몰랐다"고 주장해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통상적인 회계처리 재량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오인했고 그런 오인에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면, 고의 조각을 다투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는 지시가 내려온 경위, 실무자가 이의를 제기했는지 여부, 관련 자료를 남겨두었는지가 실제 결론을 좌우합니다.
신분 없는 상급자도 공범이 되는 이유 — 형법 제33조 공범과 신분
외부감사법 제39조의 주어가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라면, 회계 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대표이사는 어떻게 함께 처벌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형법 제33조는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자가 가공한 경우에도 공동정범이나 종범 규정을 적용한다고 정합니다. 실무에서는 회계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대표이사라도 지시·결재를 통해 분식회계 실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면, 이 조문에 따라 공동정범으로 함께 처벌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실무자 입장에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드러납니다. 대표이사가 신분 없이도 공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실무자 스스로는 이미 신분요건을 충족하는 당사자로서 형사책임의 출발점에 서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표이사가 진짜 책임자이고 나는 곁가지"라는 생각과 달리, 수사·재판 실무에서는 실무자와 대표이사가 함께 공동정범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각자의 가담 정도와 역할 분담이 양형에 반영될 뿐, 신분 유무가 처벌 여부 자체를 가르지는 않습니다. 회사가 법인으로서 별도 벌금형을 받는 외부감사법 제46조의 양벌규정까지 고려하면, 지시자와 실행자 양쪽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구조라는 점이 더 분명해집니다.
법원이 보는 판단 기준 — 직급, 인식, 관여 방식
실무자의 책임 범위를 판단할 때 법원이 실제로 살피는 요소는 여러 갈래입니다. 직급과 직무 권한, 회계 관련 전문지식의 보유 정도, 허위성에 대한 인식 수준, 분식 방법 결정에 능동적으로 관여했는지, 그로 인해 개인적 이익을 취득했는지, 지시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를 제기한 이력이 있는지가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아래 항목들이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판단 지표입니다.
직급·권한 — 단순 실무 담당자인지, 결재권을 가진 책임자급인지
인식 정도 — 허위 처리임을 알았는지, 통상적 회계처리로 오인할 여지가 있었는지
관여 방식 — 분식 수법을 직접 설계했는지, 이미 결정된 수치를 입력만 했는지
이익 취득 여부 — 성과급·승진 등 개인적 이익을 얻었는지
이의제기 이력 — 문제를 제기하거나 서면으로 우려를 남긴 사실이 있는지
직급이 낮다는 사정만으로 자동 면책되지 않고, 직급이 높다는 사정만으로 자동 가중되지도 않는다 — 법원은 실제 관여 방식과 인식 정도를 개별적으로 따진다.
분식회계로 발생한 부당이득액의 규모도 결과적으로 형량에 영향을 미칩니다. 분식회계가 금융기관 대출사기나 투자자 기망으로 이어져 이득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함께 적용되어,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형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실무자가 단순 전표 입력을 넘어 대출 서류나 투자 설명자료 작성에까지 관여했는지가 공동정범 인정 여부를 가르는 또 하나의 변수가 됩니다.
실무자가 지금 확인해야 할 것 — 지시 정황 증거와 대응
이미 분식회계에 관여한 상태에서 수사 가능성이 보인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시가 내려온 경위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메일, 사내 메신저, 결재 문서, 회의록처럼 누가 언제 어떤 내용을 지시했는지 보여주는 자료는 가담 정도를 낮게 평가받는 데 핵심 증거가 됩니다. 구두로만 지시받았다면 지시 직후 동료나 상급자에게 보낸 확인 메일, 업무일지 기록처럼 정황을 보강할 수 있는 자료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지시 내용에 이의를 제기했던 정황이 있다면, 그 기록도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문제를 제기했다가 묵살당한 경위가 남아 있다면, 이는 고의를 다투거나 방조범으로의 평가를 받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수사가 개시된 상황이라면, 섣부른 진술보다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자신의 실행행위 범위와 인식 수준을 정확히 정리한 뒤 진술 방향을 정하는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자백이나 협조 경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은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요소이므로, 이 부분도 초기 단계부터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내부고발이나 회계감리·수사 초기 단계에서의 자발적 협조는 형법 제52조의 자수 감경 규정이나 수사기관의 재량적 양형 참작 사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다른 경로로 사건이 포착된 뒤 뒤늦게 협조 의사를 밝히는 경우와,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고 먼저 알린 경우는 참작 정도에서 차이가 클 수 있으므로, 협조 시점 자체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요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분식회계 지시를 받아 실행만 한 실무자도 처벌받나요?
A. 외부감사법 제39조는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거짓 재무제표를 작성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어, 지시를 받아 실행한 실무자도 처벌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다만 가담 정도와 인식 수준에 따라 공동정범인지 방조범인지가 갈리고, 그 결과 형량에는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Q.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항변은 통하나요?
A. 형법상 강요된 행위나 정당행위로 인정받으려면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에 준하는 협박이 있었거나 사회상규에 부합하는 행위여야 하는데, 통상적인 상명하복 관계의 압박은 이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지시의 경위와 강도, 이의제기 여부는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분식회계인지 몰랐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외부감사법위반죄는 고의범이라 허위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면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에게는 통상 회계지식이 전제되므로, 명백히 이상한 지시였는데도 몰랐다고 주장하려면 그 오인에 합리적 근거가 있었음을 함께 소명해야 합니다.
Q. 대표이사는 회계업무를 직접 하지 않는데 왜 함께 처벌되나요?
A. 형법 제33조는 신분관계로 성립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자가 가공한 경우에도 공범 규정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어, 회계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대표이사라도 지시·결재를 통해 본질적으로 관여했다면 공동정범으로 함께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공동정범과 방조범은 형량 차이가 큰가요?
A. 방조범(종범)은 형법 제32조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되므로, 같은 사안이라도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는지 방조범으로 인정되는지에 따라 선고형에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행행위의 본질적 기여 여부가 그 갈림길입니다.
Q. 회사 조사나 수사가 시작되면 실무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지시가 내려온 경위와 자신의 관여 범위를 뒷받침하는 자료부터 정리하고, 이의를 제기했던 정황이 있다면 함께 확보해 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진술 방향을 정하기 전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실행행위의 범위와 인식 수준을 정확히 정리하는 편이 결과에 유리합니다.
맺음말
분식회계에 관여한 실무자의 책임은 "지시를 받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인식하며 실행했는지"로 판가름 납니다.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조문의 중심에 있는 구조인 이상, 지시받았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능동적으로 분식 방법을 설계했는지, 이미 정해진 수치를 수동적으로 처리했는지, 허위성을 얼마나 인식했는지에 따라 공동정범과 방조범, 그리고 형량은 크게 달라집니다. 지시 경위를 보여주는 자료와 이의제기 이력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결과를 가르는 실질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 기업에서 유사한 사안으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자신의 실행행위 범위부터 객관적으로 짚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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