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상대가 해 놓고 이혼까지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람을 피우거나 가정을 돌보지 않아 혼인을 깨뜨린 배우자가, 정작 자신이 나서서 이혼하자고 밀어붙이는 것입니다. 아직 가정을 지키고 싶은 쪽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법은 이런 요구를 쉽게 받아주지 않습니다.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사람이 그것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면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 혼인을 지켜낼 여지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어서, 상대의 청구가 그 예외에 닿아 있는지가 사건을 가릅니다.
1. 이혼을 원하지 않는 쪽이 원칙적으로 유리하다
우리 판례는 오래전부터 유책주의를 지켜 왔습니다. 혼인이 돌이킬 수 없이 깨졌더라도, 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사람이 그것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면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민법이 정한 이혼 사유 가운데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민법 제840조 제6호)를 두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원칙은 혼인을 지키려는 상대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잘못한 쪽의 요구로 손쉽게 이혼이 된다면, 남은 배우자는 아무 잘못 없이 혼인과 그에 딸린 보호를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유책배우자라면, 이혼을 원하지 않는 쪽은 원칙적으로 유리한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미 마음이 떠났으니 헤어지자"는 말만으로는 이혼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2. 그러나 예외가 있다
문제는 이 원칙에 예외가 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될 수 있는 경우를 정리했습니다. 이혼을 막으려는 쪽에서는 바로 이 예외에 걸리지 않는지가 관건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첫째,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상대 배우자도 사실은 혼인을 계속할 뜻이 없는 경우입니다. 겉으로는 반대하지만 실제로는 관계를 회복할 의사 없이 오기나 보복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혼을 인정해도 부당하게 내쫓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둘째, 유책배우자의 잘못을 상쇄할 만큼 상대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입니다. 이혼 이후 상대가 겪을 어려움을 충분히 배려해 잘못한 쪽의 책임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고 볼 사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셋째, 세월이 흘러 유책성과 상대의 고통이 옅어진 경우입니다. 파탄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고 별거가 길게 이어지면서, 처음의 잘못을 이제 와 엄밀히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정도가 된 경우입니다.
이 세 가지는 정해진 목록이 아니라 대표적인 예이고, 결국 잣대는 유책배우자의 책임이 그의 이혼청구를 물리쳐야 할 만큼 무겁게 남아 있는지입니다. 실제로는 이 예외의 문턱이 높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3. 이혼을 막으려면 무엇을 보여줘야 하나
이혼을 원하지 않는 쪽에서 방어의 핵심은, 상대의 청구가 위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문제 되는 것이 첫 번째, 즉 "당신도 사실은 혼인을 지킬 뜻이 없지 않으냐"는 다툼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이혼에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은 겉으로 드러낸 말이 아니라 혼인 생활과 소송 과정에서 보인 태도를 종합해, 실제로 관계를 회복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혼인을 지키려는 의사가 진정하다는 것을 그동안의 태도와 노력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이혼을 꺼리는 이유가 이혼 이후의 생활이나 자녀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법원이 혼인을 지킬 의사가 없다고 쉽게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또 하나, 별거가 길어질수록 세 번째 예외에 가까워진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오랜 별거로 부부의 실질이 사라졌다고 평가되면 그만큼 이혼이 인정될 여지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4. 이혼 자체와 돈 문제는 다르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혼을 막느냐 여부와 그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은 별개입니다. 설령 여러 사정으로 이혼이 인정되더라도,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상대에게는 그 책임을 물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함께 이룬 재산에 대한 재산분할도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혼을 막는 것과 별개로, 자신의 몫과 권리를 함께 챙기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5. 유책배우자 본인이라면
반대로, 자신이 파탄에 책임이 있는 쪽이면서 이혼을 원하는 경우라면 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보았듯 예외의 문턱이 높아, 단순히 "관계가 끝났으니 헤어지자"는 주장만으로는 이혼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사정이 예외에 닿아 있는지, 있다면 그것을 어떤 사실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따져야 합니다.
6.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둘러싼 다툼은 원칙과 예외 사이에서, 결국 여러 사정을 어떻게 평가받느냐로 갈립니다. 이혼을 막으려는 쪽이든 청구하는 쪽이든, 자신의 상황이 그 경계의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배우자의 이혼 요구로 막막하시다면, 상대의 청구가 예외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져 대응의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사건의 사정을 놓고 그 길을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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