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를 당했지만 가해자가 자신을 알고 있거나 주변에 소문이 날까 봐 고소를 망설이는 피해자가 많습니다. 고소장은 물론 경찰 조사 과정의 조서와 진술서에도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 나이 같은 인적사항이 그대로 남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법은 이 원칙에 예외를 두어, 성범죄 피해자가 실명 대신 가명으로 조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가명조서 제도의 법적 근거, 신청할 수 있는 요건과 절차, 그리고 이 제도가 어디까지 신원을 지켜주고 어디서부터는 한계가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인적사항 노출이 두려워 고소를 미루는 이유
성범죄 피해자가 고소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신원이 가해자나 주변인에게 알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입니다.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수사기관은 조서와 진술서에 진술인의 성명·주소·연령·직업 등 인적사항을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 서류는 이후 수사기록과 소송기록의 일부가 되어 피의자와 변호인이 열람·등사할 수 있는 대상이 됩니다. 가해자가 직장 동료나 지인, 친인척인 경우라면 이 과정에서 실명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보복이나 2차 피해에 대한 공포가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는 피해 사실 자체를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은 경우가 많고, 고소 이후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는 기간 동안 신원이 여러 서류에 반복해서 남는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신고 자체를 포기하면 정작 처벌받아야 할 가해자는 아무 제재도 받지 않게 됩니다. 법이 가명조서 제도를 둔 이유는 바로 이 지점 — 신원 노출에 대한 공포가 정당한 고소를 가로막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조서에 실명이 남는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소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 가명조서 제도의 취지다.
가명조서 제도의 법적 근거 — 성폭력처벌법과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
가명조서의 근거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있습니다. 이 조항은 법원 또는 수사기관이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그리고 성폭력범죄를 신고(고소·고발을 포함합니다)한 사람을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조사할 때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5조 및 제7조부터 제13조까지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원래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은 조직범죄나 강력범죄를 신고한 사람을 보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 성폭력처벌법이 이 보호 장치를 성범죄 피해자와 신고인에게도 그대로 가져다 쓰도록 연결해 둔 것입니다.
이 중 실제로 가명조서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항이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7조(인적 사항의 기재 생략)입니다. 이 조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조서나 그 밖의 서류를 작성할 때, 신고자나 그 친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으면 그 취지를 조서에 적고 성명·연령·주소·직업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은 아예 기재하지 않도록 정합니다. 다만 성폭력처벌법 제23조는 이 조항을 준용하면서 같은 법 제9조와 제13조에 한해서는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별도로 정해두고 있어, 적어도 신원관리카드 열람 제한과 신변안전조치에 관한 한 보복 우려를 따로 소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명조서의 뿌리는 조직범죄 신고자를 보호하던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이고, 성폭력처벌법 제23조가 이를 성범죄 피해자·신고인에게 그대로 준용시킨 결과다.
누가, 어떤 요건으로 가명조서를 신청할 수 있나
가명조서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본인뿐 아니라 그 범죄를 고소·고발한 사람도 포함됩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거나 사정상 직접 고소하기 어려워 법정대리인이나 가족이 대신 고소하는 경우에도, 그 신고인 명의로 가명조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조문상으로는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원칙적 요건이지만, 실무에서는 성범죄 사건 자체의 특성 — 가해자가 신원을 알면 접촉하거나 합의를 종용할 가능성, 2차 피해 우려 — 을 근거로 이 요건이 폭넓게 인정되는 편입니다.
신청 주체 — 피해자 본인, 법정대리인, 고소·고발인
신청 시점 — 고소장 접수 시점, 이후 조사 과정 중 어느 때든 가능
신청 방법 — 담당 수사관에게 구두 또는 서면으로 요청,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수사기관은 이를 시행해야 함
효과 — 조서·진술서에 실명 대신 가명 기재, 가명으로 서명하고 무인 날인(가명 서명도 본명과 동일한 효력)
법 문언상 요건은 '보복 우려'이지만, 성범죄 사건에서는 이 우려가 폭넓게 인정되는 것이 실무 경향이다.
가명조서 신청이 거절되거나 제한될 수 있는 경우
가명조서는 원칙적으로 신청하면 시행되어야 하지만,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 문언상 요건은 '보복을 당할 우려'이므로, 수사기관이 볼 때 그러한 우려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뚜렷하다면 형식적인 신청만으로 곧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성범죄 사건의 특성상 이 우려는 폭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고, 실무적으로 신청 자체가 거절되는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또한 가명조서를 신청했다고 해서 이미 다른 경로로 실명이 노출된 부분까지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병원 진단서나 상담 기록, 지인을 통해 전달된 사건 경위처럼 수사기관 밖에서 이미 실명으로 작성된 자료가 사건 기록에 첨부돼 있다면, 조서상의 가명 처리와 별개로 그 자료를 통해 신원이 드러날 가능성은 남습니다. 가명조서를 신청할 때 이런 부수 자료까지 함께 점검해 달라고 요청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담당 수사관이 가명조서 제도 자체를 안내하지 않아 피해자가 신청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실무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법에는 신고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스스로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므로, 안내를 받지 못했더라도 피해자 쪽에서 먼저 인적사항 기재 생략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면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필요하다면 상급 기관이나 피해자 지원기관을 통해 다시 요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고소 단계에서 실제로 신청하는 방법
실무적으로 가명조서는 고소장을 접수하는 시점에 함께 요청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경찰서에 고소장을 낼 때 담당 수사관에게 인적사항 기재 생략을 신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수사관은 조서를 작성하면서 피해자의 실명 대신 사전에 정한 가명을 사용하고, 실제 인적사항은 별도의 신원관리카드에 옮겨 적습니다. 이 신원관리카드는 조서와 분리되어 관리되고,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9조에 따라 열람 자체가 제한됩니다.
신청은 구두로도 가능하지만, 나중에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신청 사실과 시점을 조서에 명확히 남겨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조사가 이미 실명으로 진행된 뒤에 뒤늦게 가명조서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이미 작성된 서류에 남은 실명 부분까지 소급해서 지우기는 어려우므로 처음 조사를 받는 단계에서 신청하는 편이 실익이 훨씬 큽니다.
가명조서는 조사가 시작되기 전, 늦어도 최초 진술 조서를 작성하는 그 자리에서 신청해야 실효성이 가장 크다.
가명조서와 신원관리카드는 실제로 어떻게 관리되나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기로 한 경우, 수사기관은 그 인적사항을 범죄신고자등 신원관리카드에 등재해 별도로 보관해야 합니다. 이 카드는 사건 기록과 함께 편철되지 않고 분리 관리되며, 검사가 원칙적으로 이를 관리합니다. 조서에 성명을 적지 않는 대신 피해자는 가명으로 서명하고 무인으로 날인하는데, 이 가명 서명은 법적으로 본명 서명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이후 재판에서 서류의 진정성립을 다투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신원관리카드에 대한 열람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9조에 따라 제한되고, 성폭력처벌법 제23조는 이 조항을 준용하면서 보복 우려 소명 요건까지 면제해 열람 제한을 더 두텁게 적용합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원이 예외적으로 열람을 허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가명조서가 '어떤 경우에도 신원이 절대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미까지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가명조서로 감춘 인적사항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신원관리카드에 별도 보관되며, 열람이 제한될 뿐이다.
가명조서로도 못 막는 것 — 법정 증언과 이미 아는 사이일 때
가명조서는 어디까지나 서류에 실명을 남기지 않는 제도이지 피해자를 물리적으로 마주치지 않게 해주는 제도는 아닙니다. 수사 단계를 넘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해야 하는 경우, 신원 보호를 온전히 받으려면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11조(증인 소환 및 신문의 특례)에 따른 차폐시설이나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이용한 신문을 별도로 신청해야 합니다. 가명조서를 신청했다고 해서 법정 증언 방식까지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므로, 두 제도를 함께 챙겨야 실질적인 보호가 됩니다.
또한 가명조서의 실익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모르는 사이일 때 가장 큽니다. 직장 상사, 지인, 친족 관계처럼 가해자가 이미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사건이라면, 조서에 실명을 적지 않더라도 가해자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뻔히 아는 상황이라 신원 은닉의 실효성이 제한적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가명조서보다 접근금지·통신금지 등 신변안전조치나 보복 방지에 초점을 맞춘 다른 보호조치를 함께 검토하는 편이 더 실질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 내 성범죄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매일 마주칠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 가명조서로 서류상 신원을 감추더라도 실제 대면 상황에서의 위협은 그대로 남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가명조서를 신청하는 동시에 근무지 분리나 접근금지 명령,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13조에 따른 신변안전조치까지 함께 요청해 두는 것이 실질적인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가명조서는 서류상 실명을 감출 뿐이며, 법정 진술 보호와 이미 아는 사이인 사건의 신변 보호는 별도의 제도로 챙겨야 한다.
신청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실무 체크포인트
가명조서는 신청만 하면 저절로 완성되는 제도가 아니라, 신청 시점과 방식에 따라 실효성이 달라집니다. 아래 사항을 미리 챙겨두면 신원 보호의 공백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고소장 제출 전, 담당 수사관과의 첫 접촉 단계에서 가명조서 신청 의사를 명확히 밝힐 것
신청 여부와 시점을 조서에 기록으로 남겨달라고 요청할 것
이미 실명으로 진술한 부분이 있다면 그 이후 서류부터라도 가명 전환을 요청할 것
법정 증언이 예정돼 있다면 가명조서와 별도로 증인신문 특례(차폐시설·중계장치)를 함께 신청할 것
가해자가 지인·친족 등으로 이미 신원을 아는 경우 신변안전조치·접근금지 등 추가 보호조치를 함께 검토할 것
무엇보다 이 절차는 피해자 혼자 조문을 따져가며 챙기기보다는 법률 조력을 받아 처음부터 함께 준비하는 편이 실수를 줄입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형사절차 전 과정에서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고, 가명조서 신청과 신원관리카드 관리, 이후 법정 증인신문 특례까지 한 번에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명조서는 성범죄 피해자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나요?
A. 성폭력처벌법 제23조는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뿐 아니라 그 범죄를 고소·고발한 신고인에게도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의 보호 규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어, 피해자 본인은 물론 법정대리인이나 대리 고소인도 신청 대상에 포함됩니다. 다만 법 문언상 '보복을 당할 우려'가 전제 요건이므로, 신원 노출 시 우려되는 구체적 사정을 함께 밝히는 것이 승인에 유리합니다. 성범죄라는 죄질 자체가 이 우려를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편이라, 별도의 협박이나 보복 정황이 없어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고소장을 이미 실명으로 제출했는데 나중에라도 가명조서로 바꿀 수 있나요?
A. 조사 도중이라도 인적사항 기재 생략을 신청할 수 있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수사기관은 이를 시행해야 합니다. 다만 이미 실명으로 작성된 이전 서류까지 소급해서 지우기는 어려우므로, 이후 작성되는 조서·진술서부터 가명으로 전환되는 것이 현실적인 효과이고 최초 진술 단계에서 신청하는 편이 가장 안전합니다.
Q. 가명조서를 쓰면 가해자는 제 실명을 절대 알 수 없나요?
A. 조서와 진술서 같은 서류상으로는 실명 대신 가명이 기재되고 실제 인적사항은 신원관리카드에 분리 보관되지만, 가해자가 이미 지인이나 친족 등으로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경우라면 신원 은닉의 실효성은 제한적입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가명조서와 함께 접근금지 등 별도의 신변안전조치를 검토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보호가 됩니다.
Q. 법정에서 증언할 때도 신원이 자동으로 보호되나요?
A. 아닙니다. 가명조서는 서류에 실명을 남기지 않는 제도이고, 법정 증언 단계에서 차폐시설이나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이용해 신원을 보호받으려면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11조에 따른 증인신문 특례를 별도로 신청해야 합니다.
Q. 신원관리카드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나요?
A.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9조에 따라 신원관리카드의 열람은 제한되고, 성폭력처벌법 제23조가 이 조항을 준용하면서 보복 우려 소명 요건까지 면제해 열람 제한을 더 두텁게 적용합니다. 다만 재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원이 예외적으로 열람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예외적 열람은 검사가 관리하는 절차를 거치므로, 신원관리카드가 아무 제한 없이 수사 관계자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Q. 혼자서도 신청할 수 있나요, 변호사 도움이 꼭 필요한가요?
A. 신청 자체는 피해자 본인이 담당 수사관에게 직접 요청해도 가능하지만, 성범죄 피해자는 형사절차 전 과정에서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어 가명조서 신청부터 신원관리카드 관리, 법정 증인신문 특례 신청까지 한 번에 안내받는 편이 절차상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맺음말
가명조서는 성범죄 피해자가 신원 노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당한 고소 자체를 포기하지 않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3조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이 함께 짜놓은 이 장치를 제대로 활용하면 조서와 진술서에 실명을 남기지 않고도 고소·조사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명조서 하나로 모든 신원 보호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청 시점을 놓치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법정 증언 단계나 가해자가 이미 신원을 아는 사건에서는 별도의 보호조치를 함께 챙겨야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신청 요건과 절차를 미리 파악해 두고, 이 제도가 어디까지 지켜주고 어디서부터 한계가 있는지 알고 준비하는 것이 결국 신원과 안전을 함께 지키는 길입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성범죄 신고·고소를 망설이다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가명조서 신청과 신원관리카드 관리, 이후 법정 절차까지는 법률 조력을 받아 처음부터 함께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