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 촉진이 추행 신고로 번졌다면 — 의사의 면허 지키기
사건 개요
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배를 눌러보는 촉진은 피할 수 없는 진찰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 통상적인 진찰이 끝난 뒤, 환자가 "만지는 손길이 이상했다", "불필요하게 오래 만졌다"며 강제추행으로 고소하는 사례가 실제로 드물지 않습니다. 진료실은 구조상 의사와 환자 단둘이 있는 경우가 많고, 촉진 자체가 신체 접촉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다른 형사사건과 달리 '접촉이 있었는지'는 다툴 필요조차 없이 인정되고 곧바로 '그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로 쟁점이 넘어갑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접촉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으니, 남는 것은 그 촉진이 진료상 필요한 행위였는지, 아니면 진료를 빙자한 추행이었는지를 가리는 일입니다. 그런데 많은 의사분들이 "나는 의사이고, 정상적인 진료를 했을 뿐"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무혐의가 나올 것이라 안심하다가, 정작 그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를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아 수사 단계에서부터 곤란을 겪습니다. 간호사 입회 없이 진료실 문을 닫고 촉진했고, 진료기록부에는 "복부 압통, 촉진"이라는 짧은 문구만 남아 있다면, 그 진료가 실제로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나중에 설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당한 진료행위였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강제추행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인정은 의사라는 신분만으로 저절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진료 당시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를 객관적 기록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핵심 쟁점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경우 성립합니다. 이 사건 유형에서는 폭행이나 협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대신, 판례상 확립된 '기습추행' 법리가 적용됩니다. 추행행위 자체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로 인정되면, 그 힘이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가 아니어도 폭행 요건이 충족된다는 것입니다. 즉 진료 중 신체 접촉이라 해도 그 접촉이 환자의 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면, 곧바로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정당한 진료'와 '추행'을 구별할까요. 복부 통증 환자를 진찰하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이유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의료인 사건에서, 대법원은 2025년 6월 5일 선고(2022도9676)를 통해 의료인의 진료 과정에서 이루어진 신체 접촉이 추행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려면, 그 행위가 진료행위와 무관하거나 진료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에서 유죄 판단의 근거로 실제 지목된 사정은 셋이었습니다. 간호사 등 제3자의 입회가 없었다는 점, 신체 접촉에 앞서 환자에게 설명하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 접촉의 필요성과 내용을 진료기록부에 남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세 가지는 뒤집어 보면 그대로 방어의 설계도가 됩니다. 진료 당시 이 세 가지를 갖추어 두었는지가, 고소를 당한 이후 무혐의로 갈 수 있는지 유죄로 흘러가는지를 가르는 실질적인 분기점이기 때문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진료 현장에서 '정당한 진료행위'를 기록으로 남기기
이미 고소를 당한 시점에서는 진료 당시의 상황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단계는 아직 고소를 당하지 않은 의사분들에게 더 중요합니다. 다만 이미 고소를 당한 경우라도, 평소 진료 관행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해당 진료 전후로 무엇을 남겼는지를 최대한 재구성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단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조언합니다.
1) 민감 부위 진찰에는 간호사 등 제3자를 입회시키고, 그 입회 사실을 남깁니다.
이른바 '샤페론(chaperone)' 관행입니다. 흉부·복부·비뇨기 등 신체 접촉이 필요한 진찰에 간호사나 직원을 동석시키면, 그 자체로 은밀한 의도가 없었다는 정황이 되고 훗날 진술을 뒷받침할 목격자도 확보됩니다. 앞서 본 대법원 사건에서 법원이 유죄의 근거로 삼은 첫 번째 사정이 바로 제3자 입회의 부재였다는 점에서, 이 하나만 지켜도 방어의 출발선이 크게 달라집니다. 입회한 직원의 이름과 시간을 진료기록이나 근무일지에 남겨 두는 것도 함께 챙깁니다.
2) 접촉이 필요한 이유를 미리 설명하고, 그 설명·동의 과정을 기록합니다.
"어디를 어떻게 눌러 확인하겠습니다"라는 사전 설명 한마디가 환자의 심리적 방어와 의사의 법적 방어를 동시에 만듭니다. 설명 없이 이루어진 접촉은 환자 입장에서 예기치 못한 신체 침해로 받아들여지기 쉽고, 이는 곧 '동의 범위 밖의 유형력 행사'라는 기습추행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설명했다는 사실 자체를 진료기록에 짧게라도 남겨 두면, 나중에 "설명 없이 갑자기 만졌다"는 진술과 대비되는 객관적 근거가 됩니다.
3) 촉진의 의학적 목적·부위·방법을 진료기록부에 즉시 구체적으로 기재합니다.
의료법 제22조는 의료인에게 진료기록부 작성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복부 촉진"이라는 세 글자만 남기는 것과, "우하복부 압통 확인을 위해 복부 촉진 시행, 반발통 없음"처럼 목적과 소견까지 남기는 것은 방어력에서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진료기록은 사건 당시로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이 흐려지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그 시점 그대로 남는 객관적 자료이며, 앞서 본 대법원 사건에서도 이 기재의 부재가 유죄의 근거로 지목됐던 만큼, 사후에 보완하기보다 진료 당일 즉시 남겨 두는 습관이 결정적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고소 이후 형사 절차와 면허 리스크를 함께 관리하기
이미 고소가 접수되어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이제는 기록을 남기는 단계가 아니라 남아 있는 기록과 정황으로 무혐의를 받아내야 하는 단계입니다. 이 국면에서는 형사 절차 대응과 동시에, 의료인 신분에 특유한 면허 리스크까지 함께 시야에 넣어야 합니다.
1) 조사 전 진술 방향을 정교하게 설계합니다.
강제추행죄는 고의범이므로, 접촉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접촉을 추행으로 '인식하고 의욕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조사 초기에 감정적으로 억울함만 호소하다가는 구체적 진료 목적과 방식에 관한 진술이 부실해지기 쉽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조사에 앞서 해당 진료의 의학적 필요성, 통상적인 진료 순서, 접촉 부위와 방법이 진료 지침에 부합하는지를 먼저 정리한 뒤 조사에 임하도록 조력합니다.
2) 불송치·불기소를 목표로 한 객관적 자료를 조속히 확보합니다.
진료기록부 원본, 동일한 증상을 호소한 다른 환자들에 대한 유사한 진료 패턴, 병원 내 CCTV(있는 경우), 함께 근무한 간호사·직원의 진술서 등을 신속히 확보해 제출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CCTV 영상은 삭제되고 직원의 기억도 흐려지므로, 고소 사실을 인지한 즉시 이러한 자료부터 확보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3) 유죄 확정 시의 면허 리스크까지 미리 계산에 넣습니다.
2023년 11월 20일 시행된 개정 의료법 제8조·제65조는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집행유예·선고유예 포함) 의료인 결격사유 및 필요적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도록 그 범위를 넓혔습니다. 강제추행죄로 벌금형에 그치지 않고 금고형 이상이 확정되면 면허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형사 절차의 목표를 무혐의·불기소에 두되, 만에 하나 기소되는 상황까지 대비해 처음부터 벌금형 이하로 결과를 관리하는 전략, 그리고 필요시 행정처분 단계의 대응까지 형사 대응과 함께 설계해 두어야 합니다.
결론
진료실은 본래 은밀한 신체 접촉이 불가피한 공간이고, 그 특성 때문에 억울한 신고의 위험이 늘 함께 존재합니다. 이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사건이 터진 뒤의 대응이 아니라, 평소 진료 과정에 간호사 입회·사전 설명·기록화라는 세 가지 습관을 들여 두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대법원이 실제 판결에서 유·무죄를 가른 근거로 삼았던 사정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미 고소를 당한 상황이라면, 남아 있는 진료기록과 정황을 최대한 빨리 정리해 조사에 대비하는 것이 관건이며, 벌금형을 넘어서는 결과는 면허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형사 대응과 면허 리스크 관리를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계시다면, 진료 당시의 기록과 정황을 어떻게 정리해 대응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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