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매음 성립 요건 — 화가 나서 한 말이면 처벌되지 않는다는 오해에 관하여
게임 채팅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간 말 때문에 통신매체이용음란, 이른바 통매음으로 고소되었다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두 가지입니다. "말다툼 중에 화가 나서 한 말인데 성적 목적이 있었겠느냐", "상대가 누구인지 특정하지 않았으니 성립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정확하지 않습니다.
■ 조문과 요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요건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 둘째 통신매체의 이용, 셋째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 넷째 상대방에게 도달할 것입니다.
■ '화가 나서 한 말'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통매음은 목적범이므로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분노나 모욕의 의도로 한 말이라면 목적이 없다고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성적 욕망'의 범위를 넓게 보고 있습니다.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이나 전제로 하는 욕망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성적 욕망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감과 결합되어 있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즉 화가 나서 한 말이라는 사정만으로 목적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이었다면, 그 동기가 분노였더라도 요건이 충족될 수 있습니다.
■ 특정성과 공연성은 요건이 아닙니다
두 번째 오해입니다. 상대방의 이름이나 신원을 언급하지 않았으니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통매음은 명예훼손이나 모욕과 달리 피해자의 특정이나 공연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할 것'뿐입니다. 게임의 팀 채팅이나 개인 메시지를 통해 그 상대방이 내용을 인식하였다면 도달 요건은 충족됩니다.
반대로 모욕죄는 공연성과 피해자의 특정을 요구하므로, 같은 발언이라도 두 죄의 성립 여부가 갈릴 수 있습니다. 게임 닉네임만으로 실제 인물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 모욕죄의 특정성이 부정되는 사례가 있는 것과 대조됩니다.
■ 그렇다면 다툴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가
목적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적 표현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단순 욕설이거나, 상대방의 선행 도발에 일회적으로 응수한 뒤 즉시 중단한 경우처럼, 대화 전체의 흐름에서 성적 비하나 조롱의 의도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판단은 대화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놓고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조사 전에 채팅 로그 전체를 확보해 두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선행 발언과 이후 중단된 경위까지 남아 있어야 경위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처분 수위 —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처분은 표현의 내용과 수위, 횟수와 기간, 상대방과의 관계, 전력, 피해 회복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하나로 정리하여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통상의 경우를 전제로 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흐름을 보입니다.
합의가 이루어지고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이 충분히 소명된 경우에는 기소유예 처분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있습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라도 경위와 반성의 정도,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에 따라 벌금형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표현의 횟수가 많거나 내용의 정도가 중한 경우처럼 사안이 중대하다고 평가되면 구공판 기소되어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선고되기도 합니다.
한편 통매음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42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은 벌금형에도 병과될 수 있습니다.
■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한 지점
혐의를 다투는 경우와 인정하는 경우로 나뉩니다.
혐의를 다투는 경우, 쟁점은 결국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의 부존재입니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화가 나서 한 말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관련 판례의 법리를 검토하여 이 사건의 표현이 성적 비하나 조롱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 대화 전체의 흐름에서 목적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를 법리와 함께 정리한 변호인의견서가 필요합니다. 수사기관은 결국 기록으로 판단하므로, 조사실에서의 구두 진술만으로는 이러한 법리적 주장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에는 양형에 관한 의견서가 처분을 가릅니다.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반성의 구체적 내용, 재범 방지를 위하여 실제로 이행한 조치, 합의를 위한 노력과 그 경과를 자료와 함께 정리하여 제출하여야 합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더라도 그 노력의 경위를 소명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 마치며
통매음은 가볍게 생각하기 쉬운 죄명이지만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는 성범죄입니다. 조사 통지를 받으셨다면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정리하고, 대화 전체를 확보한 뒤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본 게시물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혜검 법률사무소 김혜주 대표변호사의 책임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담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 될 수 없습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건의 결과나 승소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광고책임변호사: 김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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