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나 월세를 올려 달라는 임대인의 통보를 받고, 얼마까지 올려줘야 하는지 몰라 일단 요구대로 서명부터 하는 임차인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차임이나 보증금을 올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요건과 한도를 법으로 못 박아 두고 있고, 이 범위를 넘는 요구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부분만큼 효력이 없습니다. 문제는 계약을 언제 했는지, 갱신요구권을 썼는지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상한과 절차가 달라 실무에서 혼동이 잦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차임 증액청구권의 법적 근거와 5% 상한이 실제로 어떻게 계산되는지, 이를 초과한 합의는 어떤 효력을 갖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차임 증액청구권이란 — 아무 이유 없이 올릴 수는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는 당사자가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이 임차주택에 관한 조세·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적절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장래에 대하여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임대인이 그저 "시세가 올랐으니 올려 달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같은 공과금이 늘었거나, 물가·금리 등 경제사정이 실제로 변동해 기존 약정 금액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정이 전제돼야 합니다.
이 권리는 학계와 실무에서 형성권으로 분류됩니다. 임대인이 증액의 의사표시를 하고 그 의사표시가 임차인에게 도달하면, 임차인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효력이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요건과 한도를 갖춘 청구에 한정되고, 증액 폭이나 사유의 타당성을 임차인이 다투면 결국 협의나 조정, 소송을 통해 상당한 금액이 얼마인지를 확정해야 합니다. 형성권이라는 성질과 무제한으로 인정되는 권리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실무에서는 임대인이 "요즘 다들 이 정도는 받는다"는 식으로 인근 시세만을 근거로 증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세 상승 자체는 제7조가 요구하는 조세·공과금 증감이나 경제사정 변동의 간접적 정황은 될 수 있어도 그 자체로 요건을 충족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닙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이 어떤 사정 변동을 근거로 증액을 요구하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 사정과 무관하게 한도만 앞세운 요구라면 아래에서 볼 5% 상한 안에서만 응하면 된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증액청구권은 임대인이 금액을 통보하기만 하면 그대로 확정되는 권리가 아니라, 경제사정 변동이라는 요건과 법이 정한 한도를 동시에 충족해야 인정되는 형성권이다.
증액청구, 아무 때나 할 수 없다 — 1년 제한의 기산점
제7조 제2항은 증액청구를 임대차계약 또는 약정한 차임 등의 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하지 못한다고 명시합니다. 기산점은 두 가지 중 나중 시점입니다. 아직 한 번도 증액한 적이 없다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이미 한 차례 증액한 적이 있다면 그 직전 증액이 있었던 날부터 1년이 지나야 다시 증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존속기간이 2년이라는 사실과 이 1년 제한은 서로 다른 기준이라는 점을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실무에서 흔한 오해는 재계약 시점, 즉 2년마다 한 번씩만 증액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 문언상으로는 계약 존속기간 중이라도 직전 증액(또는 계약체결)로부터 1년이 지났다면 임대인이 이론적으로 추가 증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차 관행상 계약기간 중 잦은 증액 청구는 분쟁을 낳기 쉽고, 아래에서 볼 5% 한도 역시 매번 새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직전 확정 차임을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최초 증액 — 임대차계약 체결일로부터 1년 경과 후 청구 가능.
이미 증액 이력이 있는 경우 — 직전 증액이 있었던 날로부터 1년 경과 후 청구 가능.
계약 존속기간(통상 2년)과 이 1년 제한은 별개 기준이므로 혼동하지 말 것.
얼마까지 올릴 수 있나 — 20분의 1(5%) 상한의 계산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은 제7조에 따른 증액청구의 한도를 약정한 차임 등의 20분의 1의 금액, 즉 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기준이 되는 것은 시세나 인근 신규 계약 금액이 아니라 지금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 약정되어 있는 차임·보증금 그 자체입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3억원인 임대차라면 증액 한도는 1,500만원이고, 월세 100만원인 임대차라면 증액 한도는 5만원입니다. 보증금과 월세가 함께 있는 경우 두 금액을 환산해 합산 기준으로 계산하는 방식도 실무상 쓰이므로, 계산이 애매하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나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법은 이 상한을 지역 사정에 맞게 조정할 여지도 열어 두었습니다.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 및 특별자치도는 관할 구역의 임대차 시장 여건을 고려해 조례로 증액청구의 상한을 이 범위 안에서 달리 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5%보다 낮게 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 위임이고, 실제로 이런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인 지방자치단체는 아직 흔치 않아 대다수 지역에서는 시행령이 정한 5%가 그대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임차 중인 주택 소재지의 지방자치단체가 별도 조례를 두었는지는 계약 전후로 한 번 확인해 볼 만합니다.
보증금과 월세가 함께 있는 임대차라면 계산이 한 단계 더 필요합니다. 실무에서는 환산보증금 방식이 쓰이는데, 월세를 법정 전환율로 보증금 상당액으로 환산해 기존 보증금과 합산한 뒤, 변경 후 환산보증금이 변경 전 환산보증금의 5%를 넘지 않는지를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보증금과 월세를 각각 5%씩 올리면 환산보증금 기준으로도 5% 인상이 되지만, 어느 한쪽만 올리거나 서로 다른 비율로 올리면 환산보증금 기준 인상률이 5%를 넘거나 못 미칠 수 있어 단순히 오른 항목 하나만 떼어 5%를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두 금액이 섞여 있는 계산이 애매하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사전 문의하거나 전문가의 확인을 받는 편이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보증금 3억원 → 증액 한도 1,500만원(20분의 1).
월세 100만원 → 증액 한도 5만원(20분의 1).
기준 금액은 시세가 아니라 현재 약정된 차임·보증금.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5%보다 낮게 정할 수 있으나 실제 사례는 드묾.
증액 한도의 기준은 인근 시세가 아니라 지금 약정되어 있는 차임·보증금이고, 그 20분의 1(5%)을 넘는 청구는 초과분에 한해 효력이 없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쓰더라도 5% 상한은 그대로 적용된다
2020년 개정으로 도입된 제6조의3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계약기간 만료 전 일정 기간 안에 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 조문 제3항은 갱신요구권 행사로 갱신되는 임대차의 차임과 보증금 역시 제7조가 정한 범위, 즉 5% 상한 안에서만 증감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갱신요구권을 쓴다고 해서 임대인이 시세에 맞춰 자유롭게 금액을 새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 조문이 못 박아 둔 것입니다.
실무에서 갈등이 생기는 지점은 임대인이 "갱신이 아니라 새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는 형식을 취해 5% 상한을 피하려는 경우입니다. 임차인이 갱신요구권 행사기간 안에 갱신을 요구했는데도 임대인이 새로운 조건의 재계약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하며 사실상 상한을 회피하려 한다면, 그 실질은 갱신요구권의 행사이므로 강행규정을 피하기 위한 형식만으로는 5% 상한 적용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계약기간 만료 후 임대인과 협의해 처음부터 새로운 조건으로 재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라면, 그 새 계약은 갱신이 아니므로 5% 상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과 그에 따른 5% 상한 규정을 둘러싸고 임대인 측이 재산권 침해라며 다퉜던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2024. 2. 28. 선고 2020헌마1343 등 결정에서 제6조의3 제1항, 제3항 및 그와 연결된 제7조 제2항 부분이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라는 입법목적에 비해 임대인의 재산권 제한 정도가 과도하지 않다는 취지로, 이 제도의 합헌성이 이미 확인된 셈입니다.
갱신요구권 행사로 갱신되는 임대차의 차임·보증금은 제6조의3에 따라 제7조의 5% 상한을 그대로 적용받고, 형식만 새 계약으로 바꾼다고 이를 피할 수 없다.
묵시적 갱신 기간에도 함부로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6조의2가 정한 묵시적 갱신은 임대인이 계약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사이에 갱신거절이나 조건변경의 통지를 하지 않으면, 그 임대차를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한 것으로 보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동일한 조건'이라는 문구가 중요합니다. 임대인이 이 기간 안에 아무런 통지도 하지 않았다면, 차임이나 보증금은 자동으로 오르지 않고 종전 금액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은, 임대인이 묵시적 갱신을 그대로 넘긴 뒤 한참 지나서야 "그동안 못 올린 만큼 한꺼번에 올려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요구도 결국 제7조에 따른 정식 증액청구일 뿐이므로, 직전 증액(또는 계약체결)로부터 1년이 지났는지, 그리고 지금 약정된 금액의 5%를 넘지 않는지라는 두 가지 제한을 그대로 받습니다. 밀린 기간이 길다고 해서 그 기간만큼 누적된 비율을 한 번에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5%를 초과해 합의했다면 — 초과분의 효력과 반환청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는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는 강행규정입니다. 5% 상한을 넘는 증액 약정도 이 조문의 적용을 받아, 계약 전체가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라 초과하는 부분만 효력을 잃습니다. 임차인이 임대인의 요구에 밀려 5%를 훌쩍 넘는 금액으로 계약서를 다시 썼다 해도, 법이 허용하는 한도를 넘는 부분은 처음부터 효력이 없었던 것으로 취급됩니다.
이미 초과분을 지급했다면 문제는 더 간단합니다.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금액이므로 임차인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법리에 따라 그 초과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초과분 지급 의무를 만들어내지 않으므로, 서명 당시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반환청구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 반환청구권도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10년의 소멸시효 적용을 받고, 그 기산점은 초과분을 실제로 지급한 각 시점이므로 초과 지급이 여러 차례 나뉘어 있었다면 지급분마다 기산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초과 지급 사실을 확인했다면 시간을 끌지 않고 정산을 요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협의가 안 될 때 — 분쟁조정위원회와 소송
증액 여부나 폭에 대해 임대인과 임차인의 의견이 갈리면 곧바로 소송부터 고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차임·보증금의 증감에 관한 다툼을 조정 대상으로 다루고 있고, 한국부동산원을 비롯한 지정 기관이 각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어 임대인·임차인 어느 쪽이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 비용이 낮고 절차도 소송보다 신속한 편입니다.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하고,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가 포함된 조정조서는 집행권원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별도 소송 없이 이행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결국 소송으로 넘어갑니다. 증액청구권이 형성권이라 해도 증액의 필요성이나 폭 자체를 임차인이 다투면, 법원이 경제사정 변동의 정도와 5% 한도를 함께 고려해 상당한 금액이 얼마인지 판단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는 인근 시세 자료, 조세·공과금 변동 내역, 직전 증액 시점과 금액 등을 정리해 두는 쪽이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증액 폭에 다툼이 있으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먼저 검토할 수 있고,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법원이 5% 한도 안에서 상당한 금액을 가려낸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기간 2년 동안 차임을 여러 번 올릴 수 있나요?
A. 직전 증액(또는 계약체결)로부터 1년이 지나면 법 문언상 추가 증액청구가 가능하지만, 매번 새로 5% 한도가 적용되고 실제로 계약기간 중 여러 차례 증액이 이뤄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Q. 계약갱신요구권을 쓰면 무조건 5%까지만 올릴 수 있나요?
A. 네, 갱신요구권 행사로 갱신되는 임대차의 차임과 보증금은 제6조의3에 따라 제7조의 5% 상한을 그대로 적용받아, 그 이상 요구는 초과분에 한해 효력이 없습니다.
Q. 임대인이 5% 넘게 요구하며 안 주면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A. 갱신요구권 행사기간 안이라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을 거절할 수 없고, 5% 초과 요구는 초과분만 효력이 없어 5% 한도까지만 인정되므로 그 이상을 이유로 한 퇴거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습니다.
Q. 이미 5% 넘게 올려주기로 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는데 되돌릴 수 있나요?
A. 초과하는 부분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강행규정 위반으로 처음부터 효력이 없고, 이미 지급했다면 그 초과분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습니다. 서명 당시 상황이 급박했다는 사정은 반환청구권 자체를 막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Q. 협의가 안 되면 바로 소송부터 해야 하나요?
A.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먼저 신청할 수 있고, 비용과 기간 부담이 적은 편이며, 조정이 성립하지 않을 때 소송으로 넘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Q. 상가 임대차도 5% 상한이 똑같이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별도의 산정률과 지역별 기준을 두고 있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5% 상한과 그대로 같지 않으므로, 상가라면 해당 법의 기준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맺음말
차임 증액청구권은 임대인이 아무 때나 원하는 만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경제사정 변동이라는 요건과 20분의 1(5%)이라는 한도,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 제한이 함께 붙어 있는 권리입니다.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경우에도 이 상한은 그대로 적용되고, 상한을 넘는 합의는 초과분에 한해 효력이 없어 이미 지급한 금액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이든 이미 서명한 뒤든, 지금 요구받은 금액이 현재 약정 금액의 5%를 넘는지부터 계산해 보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직전 증액 시점과 계약 체결일, 그리고 임대인이 내세우는 사정 변동의 근거를 함께 정리해 두면 협의든 조정이든 훨씬 수월하게 풀립니다. 협의로 풀리지 않는다면 분쟁조정위원회나 소송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으므로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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