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 후 모텔 앞에서 거절당했다면 — 강제추행 고소 방어법
사건 개요
거리나 술자리에서 우연히 마음이 맞아 그날 바로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어 모텔 앞까지 함께 걸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려는 순간 한쪽이 마음을 바꿔 "오늘은 아닌 것 같다"며 거절하고, 서로 인사를 나눈 뒤 각자 귀가하는 상황도 드물지 않습니다. 당사자로서는 그 순간 상대의 뜻을 존중해 순순히 물러났다고 기억하는데, 정작 문제는 그다음 날 벌어집니다. 갑자기 경찰서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가 접수되었다는 연락을 받는 것입니다.
상담을 오는 분들은 한결같이 "분명히 웃으며 함께 걸어갔고, 거절 의사를 밝히자 바로 인정하고 헤어졌는데 왜 강제추행이냐"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실제로 문제 삼는 지점은 그 헤어짐의 순간이 아니라, 그 이전 이동 과정 중에 있었던 손을 잡거나 어깨·허리를 감싸는 등의 신체접촉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에는 자연스러운 스킨십이라 여겼던 행동이, 하루 지나 마음이 바뀐 상대의 시각에서는 원치 않는 접촉으로 재구성되는 것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무죄를 다투는 길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인성 호소가 아닙니다. 그날 그 순간의 상호작용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를 객관적 기록으로 재구성하는 데 있으며, 카카오톡 대화와 이동 동선이 바로 그 기록의 축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퉈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문제 삼는 신체접촉이 정확히 언제, 어떤 형태로 있었는지의 특정입니다. 둘째, 그 접촉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입니다(형법 제298조). 셋째, 고소인 진술이 카카오톡 대화나 이동 동선 같은 객관적 정황과 앞뒤가 맞는지, 즉 진술의 신빙성입니다. 넷째, 고소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무고(형법 제156조)로 다툴 여지가 있는지와, 그 실익입니다.
특히 둘째 쟁점은 최근 판례로 기준이 크게 바뀐 부분이라 더 중요합니다.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은, 폭행·협박이 먼저 있고 그로 인해 추행이 이어지는 유형(폭행·협박 선행형)에서 종전에 요구되던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는 기준을 폐기했습니다. 이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이거나,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 고지이면 폭행·협박 요건이 충족됩니다. 또한 별도의 폭행 없이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기습추행'의 경우, 그 접촉 행위 자체가 상대 의사에 반했다면 폭행이자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오랜 흐름입니다. 즉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싼 정도라도, 상대 의사에 반했다는 점만 인정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로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어의 무게중심은 "그 정도로는 강제추행이 안 된다"는 주장이 아니라, 그 접촉이 실제로 상대의 의사에 반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한 고소인의 진술이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는지로 옮겨가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카카오톡 대화로 그날의 흐름을 재구성하기
이런 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은 그날 전후의 카카오톡 대화입니다. 캡처 몇 장이 아니라, 대화 전체의 흐름을 시간순으로 남겨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이 작업을 진행합니다.
1) 대화 전체를 원본 형태로 백업합니다.
카카오톡의 '대화 내보내기' 기능으로 텍스트 파일 형태의 원본을 확보해, 삭제나 편집 논란의 여지를 없앱니다. 일부 캡처만 제출하면 "앞뒤 맥락을 잘랐다"는 반박에 취약해지므로, 만남 전 대화부터 헤어진 이후 대화까지 끊김 없는 전체를 확보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2) 대화의 '톤'에서 강압의 부존재를 드러냅니다.
누가 먼저 만남을 제안했는지, 이동 장소를 누가 먼저 언급했는지, 이모티콘이나 말투가 친밀하고 대등했는지를 시간순으로 짚습니다. 일방적으로 끌려간 정황이라면 대화에서 주저·거부의 흔적이 남기 마련인데, 그런 흔적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간 대화라면 그 자체가 강압이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됩니다.
3) 헤어진 직후의 대화를 별도로 짚어냅니다.
거절당한 뒤 곧바로 나눈 대화가 있다면 그 내용이 특히 중요합니다. 격한 항의나 두려움의 표현 없이 평이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면, 그리고 그 이후에도 한동안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졌다면, 다음 날 갑자기 접수된 고소와 그 시점의 정황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이동 동선 기록으로 그 순간을 객관적으로 세우기
대화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이동 동선이 채웁니다. 그 사람이 어디를, 언제, 어떻게 이동했는지는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아 있어, 진술보다 훨씬 강한 증거력을 갖습니다.
1) 교통카드·택시 결제내역으로 경로와 시각을 특정합니다.
대중교통 태그 기록이나 택시 결제 내역은 두 사람이 몇 시에,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를 분 단위로 특정해 줍니다. 강제로 끌려갔다는 주장과, 실제 이동이 자연스러운 동행의 형태였는지를 대조하는 기초 자료가 됩니다.
2) 주변 CCTV와 위치정보로 저항의 흔적 유무를 확인합니다.
모텔 인근이나 이동 경로상의 CCTV, 통신사 기지국 위치정보를 통해 도착·이탈 시점을 재구성합니다. 억지로 끌려갔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뿌리치거나, 걸음을 멈추는 등의 저항 동작이 영상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흔적 없이 나란히 걸어간 정황이 확인된다면, 그 자체로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3) 헤어진 이후의 행적을 함께 짚습니다.
거절 직후 곧바로 신고했는지, 아니면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 날에야 고소했는지, 그 사이 상대방과 연락을 지속하거나 만남을 이어갔는지도 중요한 대조점입니다. 즉각적인 신고나 도움 요청 없이 하루가 지난 뒤 고소가 이뤄졌다면, 그 시간적 간극이 왜 발생했는지를 고소인 스스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이는 방어 측에 유리한 심리적·증거적 지렛대가 됩니다.
결론
헌팅으로 만난 사람과의 짧은 시간이 다음 날 형사 고소로 이어지는 사건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보다 그 순간을 담고 있는 기록의 힘으로 갈립니다. 카카오톡 대화와 이동 동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거나 삭제될 위험이 있는 자료이므로, 고소 사실을 인지한 즉시 원본 형태로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추행의 폭행·협박 인정 문턱이 낮아진 만큼, "그 정도는 문제없다"는 안이한 판단은 위험합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무엇을 먼저 확보하고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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