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온 이재영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의류를 납품했음에도 거래처가 갖가지 이유를 내세우며 5억 원이 넘는 물품대금 지급을 거부한 사건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실관계
의뢰인은 의류 수출·제조·도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거래처(이하 '피고')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의류 생산 주문을 받았습니다. 주문서가 발행되면 생산에 착수하는 통상적인 방식이었고, 납품 완료 후에는 인보이스를 발행해 대금을 청구했습니다. 의뢰인은 계약대로 물건을 만들어 넘겼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수차례 독촉 끝에 일부 금액만 나눠 보내왔을 뿐, 수억 원의 잔금은 끝내 입금되지 않았습니다.
피고의 반격 — "납품이 늦었으니 손해를 공제하라"
피고는 의뢰인이 납품 일정을 지키지 못했고, 그로 인해 최종 바이어에게 납품이 지연되어 거액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이어로부터 납품대금 일부를 공제당했고, 추가 물류비를 부담했으며, 손해배상까지 요구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바이어와의 거래 자체가 끊겼다는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이 모든 손해를 의뢰인이 받아야 할 물품대금에서 빼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한 주장이었습니다. 납품 지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고, 피고가 주장하는 손해의 규모도 작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의뢰인 입장에서는 억울했습니다. 납품이 늦어진 것은 피고 스스로가 원단 승인을 지연했기 때문이었으니까요.
조력 내용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납품 지연의 귀책이 누구에게 있는지. 원단 공급업체는 피고가 직접 지정한 곳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원단 품질 확인과 승인 역시 피고가 의뢰인을 거치지 않고 공급업체와 직접 소통하며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입증하는 이메일 증거들을 확보했습니다. 원단 컨펌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급업체가 원단을 납품할 수 없는 구조였고, 승인이 늦어진 것이 납품 지연의 직접 원인이었습니다.
둘째, 피고가 주장하는 손해들이 납품 지연과 실제로 인과관계가 있는지. 바이어가 납품대금에서 공제한 금액은 두 번째 납품과 무관한 시점에 이미 통보된 것이었고, 추가 물류비 역시 첫 번째 납품 기일 이전에 피고가 바이어와 협의한 내용이었습니다. 바이어의 거래 단절도 의뢰인의 납품 지연과 연결 짓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셋째, 피고가 납품 지연 중임을 알면서도 두 번째 계약을 새로 체결하고 대금 지급을 약속한 사실. 이는 지연에 대한 책임을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묵시적 합의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구성해 주장했습니다.
결과
법원은 피고의 공제 항변을 전부 기각했습니다.
의뢰인과 피고 사이의 계약은 바이어와의 계약과 별개의 독립된 계약으로, 피고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바이어 일정을 의뢰인이 무조건 따를 의무는 없다고 봤습니다. 납품 지연에 대해서도 피고가 납품 지연을 알면서 새 계약을 체결한 점에서 묵시적 합의가 인정됐고, 손해와의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잔여 물품대금 전액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이 명해졌고, 소송비용도 피고가 전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물품대금 분쟁에서 채무자가 가장 자주 쓰는 전략 중 하나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내세워 대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감액하려는 것입니다. 이 사건처럼, 지연의 원인이 실은 상대방에게 있다면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메일 한 통, 계약서 조항 하나가 사건의 방향을 바꿉니다. 납품했는데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거나, 상대방이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우며 지급을 미루고 있다면 언제든 상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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