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처럼 꾸민 각서, 실은 대여였다면 — 원금 반환 청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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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처럼 꾸민 각서, 실은 대여였다면 — 원금 반환 청구법 

김강희 변호사


동업처럼 꾸민 각서, 실은 대여였다면 — 원금 반환 청구법


사건 개요


지인이나 거래처 사장이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도움을 청해 오면, 순수한 대여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차용증을 쓰면 딱딱해 보이니 동업 형태로 각서를 쓰자"는 상대방의 제안에 따라, 실제로는 그저 급전을 빌려준 것뿐인데 문서상으로는 "공동으로 사업을 운영하며 이익과 손실을 나눈다"는 취지의 각서에 서명하게 되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돈을 건넨 사람은 경영에 관여한 적도, 사업장에 발을 들인 적도 없이 그저 1억 원을 이체했을 뿐인데도 말입니다.

사업이 잘 될 때는 이런 문서의 형식이 문제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사업이 어려워지고 돈을 받아야 할 시점이 왔을 때 터집니다. 상대방은 "우리는 동업이었으니 손실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며 원금 반환을 거부합니다. 대여한 사람 입장에서는 각서 제목이 '동업계약서' 또는 '투자약정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순식간에 '동업자'가 되어, 빌려준 돈이 아니라 '날린 투자금'을 자처해야 하는 처지에 몰립니다.

하지만 법원은 문서의 제목이나 표현이 아니라 약정의 실질을 봅니다. 각서에 '동업', '투자', '손익분배'라는 단어가 쓰여 있어도, 그 실질이 원금 보장과 확정된 대가를 전제로 한 금전 거래였다면 이는 소비대차, 즉 대여금으로 취급됩니다. 각서의 제목이 아니라 자금이 오간 실제 경위와 이행 정황을 증명해 낼 수 있는가가 원금을 되찾을 수 있는지를 가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그 약정에 수익 발생의 불확실성과 원금 손실 위험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소비대차와 투자약정을 구별할 때 원금 보장 여부, 대가의 고정성, 당사자의 사업 관여 여부,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다42538 판결). 둘째, 돈을 준 사람이 실제로 경영에 관여했는지입니다. 조합(동업)이 성립하려면 2인 이상이 상호 출자해 공동으로 사업을 경영해야 하는데(민법 제703조), 한쪽이 자금만 대고 운영·의사결정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었다면 조합의 실질 자체가 없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셋째, 금전 수수의 원인에 다툼이 있을 때 대여금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어서, 각서의 문구만으로는 어느 쪽도 쉽게 이기지 못합니다. 승패는 결국 각서 밖에서 오간 말과 행동, 그리고 자금이 실제로 어떻게 다뤄졌는가를 얼마나 촘촘하게 증명해 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각서의 문구가 아니라 거래의 실질을 증명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하기


가장 먼저 무너뜨려야 할 것은 "각서 제목이 동업계약서이니 동업이다"라는 상대방의 전제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각서 문구 자체가 아니라, 그 문구 밖에서 실제로 오간 정황을 촘촘히 재구성합니다.

1) 원금 보장·대가 고정 정황을 찾아 정리합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구별 기준의 핵심은 수익 발생의 불확실성과 원금 손실 위험의 존재 여부입니다. 각서에 손익분배라는 문구가 있더라도, "사업이 어떻게 되든 1년 후 원금 1억 원은 반환한다"거나 "매달 일정액을 이자 명목으로 지급한다"는 취지의 문자·통화 녹취·카카오톡 대화가 남아 있다면, 이는 원금이 사업 성패와 무관하게 보장되고 대가가 고정되어 있었다는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상대방이 사업 실패를 이유로 손실 분담을 주장하기 전, 스스로 원금 반환을 약속했던 시점의 기록을 최우선으로 확보합니다.

2) 자금 이체와 계좌 흐름에서 '출자'가 아니라 '대여'의 흔적을 찾습니다.

조합에 대한 출자라면 통상 공동사업의 자산으로 편입되어 조합원 전원의 합유로 관리되어야 합니다(민법 제704조). 그러나 실제로는 자금이 상대방 개인 계좌로 이체되고, 이후 조합 명의 통장이나 공동 자산으로 분리 관리된 적이 없으며, 이체 시 송금 메모에 '사업자금 대여' 또는 이와 유사한 목적이 기재되어 있다면, 이는 출자가 아니라 개인 간 금전소비대차였다는 정황이 됩니다(민법 제598조). 이체 내역, 송금 메모, 계좌 명의를 시점별로 정리해 자금의 실제 성격을 재구성합니다.

3) 사업 관여 여부를 사실관계로 정리해 조합의 실질 자체를 다툽니다.

조합은 상호 출자와 함께 '공동으로 사업을 경영'할 것을 요건으로 합니다(민법 제703조). 의뢰인이 사업장에 출입한 적이 없는지, 매출·지출 내역을 보고받거나 의사결정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 사업자등록에 공동사업자로 이름을 올린 적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자금만 건넸을 뿐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뒷받침되면, 애초에 조합의 성립요건 자체가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손실 분담' 항변을 차단하고 청구를 확정하기


거래의 실질을 뒷받침할 정황을 확보했다면, 다음은 상대방이 꺼내는 항변을 미리 차단하고 청구를 법적으로 확정하는 단계입니다.

1) 손익분배 약정이 있었다는 항변에는 '비율의 부재'로 맞섭니다.

상대방이 "이익도 손실도 나누기로 했다"고 주장해도, 정작 각서에 구체적인 손익분배 비율이나 정산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민법 제711조는 당사자가 손익분배 비율을 정하지 않은 때에는 출자가액에 비례해 정하도록 규정하는데, 애초에 정산 기준도, 정산이 이루어진 적도 없었다는 사실은 그 각서가 실제로 이행된 동업계약이 아니라 형식만 빌린 문서였음을 뒷받침합니다.

2) 대여금 청구를 주위적으로, 부당이득·채무불이행을 예비적으로 구성합니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소비대차로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소장 단계에서부터 청구원인을 이원화해 둡니다. 주위적으로는 소비대차에 기한 대여금 반환을, 예비적으로는 상대방이 애초 약속한 원금 반환 조건을 지키지 않은 데 따른 채무불이행 또는 부당이득 반환을 함께 구성해, 법적 성격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어느 쪽으로 나더라도 청구 자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합니다.

3) 반환 시기와 소멸시효를 관리해 청구권을 지킵니다.

각서에 반환 시기가 명확히 적혀 있지 않다면, 상당한 기간을 정해 반환을 최고하는 절차가 먼저 필요합니다(민법 제603조). 또한 상대방과의 관계가 상행위에 해당한다면 소멸시효가 5년으로 단축될 수 있어, 협상이 길어지는 동안 시효가 임박하지 않는지를 먼저 점검합니다. 내용증명으로 반환을 공식 최고해 두면 최고 시점과 시효 중단의 근거를 함께 남길 수 있습니다.


결론


각서의 제목에 '동업'이나 '투자'라는 단어가 쓰여 있다고 해서 그 돈이 곧바로 위험을 감수한 투자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문서의 이름이 아니라 원금이 보장되었는지, 대가가 고정되어 있었는지, 실제로 경영에 관여했는지를 살펴 그 돈의 실질을 가립니다.

문제는 그 실질을 뒷받침할 정황이 시간이 지날수록 흩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원금을 돌려주겠다는 말,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금이 오간 경위는 지금 정리해 두어야 나중에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각서의 문구 때문에 대여금을 투자 손실로 떠안게 될 처지라면, 그 각서가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었는지부터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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