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법무 자문을 진행하다 보면, 연봉계약 갱신 시즌에 맞춰 전 직원에게 겸직금지 조항을 새로 넣고 싶다는 상담을 자주 받습니다. "취업규칙 개정 절차까지 밟기는 부담스러우니, 계약서 갱신 때 조항만 추가해서 서명받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접근하면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절차에는 별도의 동의 요건이 따릅니다. 특히 전 직원 또는 특정 직군 전체에 일괄 적용할 목적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 요건을 놓치면 조항 자체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새로 넣는 조항이 불이익 변경으로 평가되는 이유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기득 이익을 박탈하고,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겸직은 판례상 근로자 개인의 사생활 영역으로 다뤄지며, 기업질서나 노무 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기존에 없던 겸직금지 조항을 새로 넣는 것은 이 사생활 영역에 제한을 부과하는 것이므로, 복무규율의 강화에 해당해 원칙적으로 불이익 변경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별 서명으로는 우회할 수 없는 절차
여기서 실무상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개별 근로계약서에 조항을 추가해 서명을 받는 방식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쓸 수 없습니다. 형식은 개별 계약이라도, 사업장 내 근로자 전체 또는 특정 직군에 일률적·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조항이라면 실질은 취업규칙 변경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요구되는 절차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노동조합이 없다면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입니다. 개별 근로자로부터 서명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집단적 동의 요건을 대체하지 못합니다.
개별 약정이 유효한 경우와 무효가 되는 경우
다만 취업규칙과 무관하게 개별 근로계약에서 독자적으로 겸직금지를 약정하는 경우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경우에는 근로자의 개별 동의만으로 유효한 약정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이때도 한계는 있습니다. 취업규칙이 겸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정하고 있다면, 그보다 불리한 개별 약정은 그 부분에 한해 무효가 됩니다. 취업규칙에 겸직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에 한해 개별 약정이 온전히 유효할 수 있습니다.
동의의 진정성은 별도로 문제 됩니다.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서명을 강요하거나 불이익을 고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가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겸직금지 조항, 신설 전 점검 순서
조항 신설을 검토할 때는 다음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조항이 특정 직원 개인과의 개별 약정인지, 아니면 회사 전체나 직군 단위로 일괄 적용되는 것인지, 후자라면 집단적 동의 절차를 거쳤는지, 취업규칙에 겸직 관련 기존 규정이 있는지, 서명 전 조항의 내용과 취지를 설명했는지, 서명 거부 시 불이익을 고지하지 않았는지를 순서대로 점검해야 합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조항 신설 배경과 설명 과정, 동의 취득 경위는 서면으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조사 설계 단계부터 검토가 필요한 이유
겸직금지 조항을 계약서 갱신을 통해 일괄 도입하려는 경우, 대상 인원의 규모, 취업규칙과의 관계, 기존 계약과의 유불리 비교가 애매한 경우라면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조사 방식과 조치 수위가 달라집니다. 조사 설계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면 절차상 하자로 인한 추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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