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형을 선고받고 판결이 이미 확정된 사람들 중에는, 이 조항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2023년 2월 헌법재판소가 주거침입 강제추행·준강제추행죄의 법정형 하한을 정한 이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이 조항을 적용받아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재심을 청구해 다시 재판받을 길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위헌 결정이 났다고 자동으로 형이 바뀌거나 전과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심을 청구해야만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조항이 왜 위헌으로 판단됐는지, 재심 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재심을 청구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 — 위헌 판단을 받은 조항
이번에 위헌으로 결정된 조항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중, 사람의 주거에 침입해(형법 제319조 제1항 주거침입죄)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또는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을 저지른 경우를 처벌하는 부분입니다. 이 조항은 주거침입죄와 강제추행·준강제추행죄가 결합된 결합범 형태로, 두 죄를 별도로 처벌하지 않고 하나의 가중처벌 조항으로 묶어 훨씬 무거운 형을 예정해 두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법정형의 하한이었습니다. 이 조항은 2020년 5월 19일 개정되면서 법정형 하한이 종전 징역 5년에서 징역 7년으로 상향됐고, 상한은 무기징역까지 열려 있었습니다. 단순 주거침입 후 신체 일부를 잠깐 만지는 정도의 경미한 추행부터 흉기를 이용한 중한 추행까지 행위의 죄질이 천차만별인데도, 법정형 하한만큼은 예외 없이 7년 이상으로 고정돼 있었던 것이 이후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 핵심 지점입니다.
헌재의 위헌 판단 —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
헌법재판소는 2023년 2월 23일 선고한 2021헌가9 등 결정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주거침입 강제추행·준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행위 태양이 매우 다양함에도 법정형 하한을 일률적으로 징역 7년 이상으로 정해 두면, 아무리 죄질이 가볍고 참작할 사정이 많은 사건이라도 작량감경을 거쳐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선고형이 3년 이하의 징역일 때만 가능한데, 7년 이상이라는 하한 자체가 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기 때문입니다.
헌재는 이런 구조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어긋난다고 봤습니다. 형벌은 행위자의 책임에 비례해야 하는데, 경미한 사안까지 중한 사안과 똑같이 무겁게 처벌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개별 사건의 구체적 타당성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결정문은 국회가 입법 과정에서 같은 조 제2항의 특수강도강간죄와 혼동해, 실제 심의 대상이던 주거침입 강제추행·준강제추행죄에 대한 법정형 상향의 타당성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채 개정을 의결했다는 절차적 문제까지 짚었습니다.
법정형 하한을 일률적으로 높게 고정해 경미한 사안까지 집행유예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반한다 — 이것이 헌재가 전원일치로 위헌을 선언한 핵심 이유다.
위헌결정의 소급효 — 재심 대상이 되는 시기
헌법재판소법 제47조에 따르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조항은 원칙적으로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잃지만(같은 조 제2항), 형벌에 관한 조항은 예외적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합니다(같은 조 제3항 본문). 다만 그 조항에 대해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었다면 그 합헌결정이 있은 날의 다음 날부터만 소급 효력이 미친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이번에 위헌 판단을 받은 부분은 2020년 5월 19일 개정으로 새로 만들어진 조항이고, 그 개정 조항 자체에 대한 종전 합헌결정은 없었으므로, 위헌 효력은 개정 조항의 시행일인 2020년 5월 19일까지 소급됩니다.
즉 2020년 5월 19일부터 위헌결정일인 2023년 2월 23일 전날까지 사이에 이 조항이 적용되어 기소되고 유죄가 확정된 사람이 재심 대상입니다. 이 기간보다 앞서, 법정형 하한이 5년이었던 개정 전 조항으로 처벌된 사람은 이번 위헌결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자신의 판결문에 적용법조로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이 기재돼 있는지, 범행일과 판결확정일이 이 기간 안에 들어오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재심 검토의 출발점입니다.
재심 청구 요건과 절차 — 누가, 어디에, 어떻게 청구하나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조항에 근거한 유죄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5항은 그 재심 절차에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형사소송법 제424조에 따라 검사, 유죄판결을 받은 본인, 그의 법정대리인이며, 본인이 사망했거나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관할 법원은 원판결을 선고한 법원입니다(형사소송법 제423조) — 1심에서 형이 확정됐다면 1심 법원에, 항소심에서 확정됐다면 항소심 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합니다.
재심청구서 제출 — 원판결 사건번호, 위헌결정 내용, 적용법조를 특정해 작성.
법원의 심사 — 검사에게 의견을 조회하고 청구 이유가 있는지 서면심리로 판단.
재심개시결정 —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결정으로 재심개시, 검사·청구인 모두 즉시항고 가능.
재심개시결정 확정 — 이후 다시 공판절차가 열려 실체 심리가 진행됨.
형사소송법 제427조는 이미 형의 집행을 마쳤거나 집행을 받지 않게 된 경우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형기를 다 채우고 출소한 뒤에도 재심 청구 자체는 가능합니다. 다만 재심청구가 곧바로 신병 석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아직 형 집행 중이라면 별도로 형사소송법 제435조 제2항에 따른 형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재심이 개시되면 — 다시 어떤 형이 선고되나
위헌결정으로 사라진 것은 주거침입 후 강제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관계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에 일률적으로 7년 이상의 징역을 강제하던 가중처벌 조항입니다. 따라서 재심에서 법원이 새로 심리할 때는 같은 행위를 형법상 주거침입죄(제319조 제1항,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와 강제추행죄(제298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경합범으로 다시 구성해 처단형을 산정하게 됩니다. 형법 제38조의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르면 두 죄 중 형이 더 무거운 강제추행죄의 장기(10년)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어 처단형의 상한은 올라가지만, 하한을 7년 이상으로 강제하던 구속은 사라집니다.
이 차이는 실무에서 크게 작용합니다. 하한이 사라지면 사건의 구체적 사정—추행의 정도, 피해자와의 관계, 초범 여부, 합의 여부 등—을 반영해 선고형을 3년 이하로 낮출 여지가 생기고, 그렇게 되면 집행유예 선고도 이론적으로 가능해집니다. 다만 이는 재심법원이 다시 양형을 하는 결과일 뿐 자동으로 감형되는 것은 아니며, 형사소송법 제439조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원판결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수는 없다는 점은 재심을 청구하는 쪽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안전장치입니다.
재심에서 사라지는 것은 법정형 하한 7년이라는 가중처벌 구조일 뿐, 재심법원은 형법상 주거침입죄와 강제추행죄의 경합범으로 다시 양형하며 원판결보다 무거운 형은 선고할 수 없다.
재심 청구에서 놓치기 쉬운 실무 포인트
재심청구서를 작성하려면 원심 판결문과 공소장, 수사기록 등 원심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하는데, 판결이 확정된 지 오래된 사건은 기록 보존기간이 지나 법원이나 검찰의 기록실에서 원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판결문 정본이나 확정증명원을 먼저 발급받아 사건번호와 적용법조를 특정한 뒤, 필요한 범위에서 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해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은 유죄판결에 딸려 있던 부수처분입니다. 신상정보 등록·공개고지명령, 전자장치 부착명령, 취업제한명령 등은 유죄 확정판결을 전제로 부과된 것이므로, 재심으로 원판결이 파기되고 다시 형이 정해지면 이 부수처분들도 재심법원이 새로 심리해 존속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재심을 형량만의 문제로 좁게 보지 말고, 확정판결에 딸린 부수처분 전체를 함께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판결문 정본·확정증명원을 먼저 발급받아 사건번호와 적용법조 확인.
기록 보존기간 경과 시 법원·검찰 기록실에 열람·등사 별도 신청.
신상정보 등록·전자장치 부착 등 부수처분 존속 여부도 함께 점검.
형 집행 중이라면 재심청구와 별도로 형집행정지 신청 검토.
자주 묻는 질문
Q. 위헌결정 이전에 이미 형 집행을 마치고 출소했어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네. 형사소송법 제427조에 따라 형의 집행을 이미 마쳤거나 집행을 받지 않게 된 경우에도 재심 청구는 가능합니다. 형기를 다 채운 뒤라도 전과기록이나 부수처분을 다투기 위해 재심을 청구하는 실익이 있습니다.
Q. 재심을 청구하면 자동으로 무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위헌결정으로 사라진 것은 가중처벌 조항일 뿐 주거침입·강제추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재심법원은 형법상 경합범 규정에 따라 다시 심리해 유무죄와 형량을 새로 정합니다. 사안에 따라 유죄는 유지되되 형량만 낮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2020년 5월 19일 개정 이전, 법정형 하한이 5년이었던 조항으로 처벌받은 경우도 재심 대상인가요?
A. 아닙니다. 이번 위헌결정은 2020년 개정으로 하한이 7년으로 상향된 조항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개정 전 5년 하한 조항에 대해서는 별도의 위헌결정이 없었습니다. 판결문의 적용법조와 범행일자를 먼저 확인해 자신의 사건이 개정 조항 적용 기간에 해당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Q. 재심청구서는 어느 법원에 내야 하나요?
A. 형사소송법 제423조에 따라 원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관할합니다. 1심 판결로 형이 확정됐다면 1심 법원에, 항소심 판결로 확정됐다면 항소심 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Q. 재심청구 기간에 제한이 있나요?
A. 별도의 청구기간 제한은 없습니다. 다만 원심 기록 확보나 사실관계 정리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위헌결정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나기 전에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기록 확보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Q. 재심으로 다시 재판받으면 원래 형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위험은 없나요?
A.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39조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재심에서는 원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재심 청구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걱정 없이 다시 심리를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맺음말
주거침입 강제추행·준강제추행죄의 법정형 하한을 둘러싼 이번 위헌결정은, 죄질이 다른 사건을 하나의 잣대로 묶어 처벌해 온 조항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다만 위헌결정이 났다는 사실만으로 확정판결이 저절로 바뀌지는 않고, 대상 기간에 해당하는지 확인한 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심을 청구해야 실제 구제로 이어집니다.
재심청구서 작성부터 원심 기록 확보, 재심개시결정 이후의 양형 심리까지 단계마다 확인해야 할 서류와 법리가 다르므로, 자신의 확정판결이 이번 위헌결정의 적용 대상인지부터 전문가와 함께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도 이 조항이 적용된 확정판결이 적지 않은 만큼, 재심을 준비 중이라면 원심 판결문부터 다시 살펴보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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