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표나 사업가가 해외 거래처에 대금을 보내거나 해외법인 명의로 자금을 옮겼다가, 수사기관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재산국외도피) 혐의로 조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업 목적의 송금과 재산국외도피죄가 규율하는 '도피'는 겉모습만으로는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본인은 통상적인 해외 거래라 생각했는데도 수사 단계에서 도피 고의를 의심받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 죄는 도피액이 5억원만 넘어도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예정돼 있어, 다른 재산범죄보다 형량 폭이 크고 방어의 무게도 큽니다. 이 글에서는 재산국외도피죄가 요구하는 '도피'와 '은닉'의 구체적 의미, 그리고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고의 판단 기준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재산국외도피죄란 무엇인가 — 특경법 제4조의 구조
형법상 횡령·배임·사기죄 자체는 별도로 처벌되지만, 그 범죄로 취득한 재산이나 국내로 들여와야 할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행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제4조가 별개의 범죄로 다시 규율합니다. 제4조 제1항은 "법령을 위반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국민의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켰을 때"를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위반 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도피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형법의 횡령·배임·사기죄가 '재산을 빼돌렸다'는 사실 자체를 벌한다면, 재산국외도피죄는 그 재산을 국내 법질서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해외로 옮겨 회수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를 별도로 무겁게 벌하는 구조입니다.
이 죄가 따로 존재하는 이유는 국내 채권자나 피해자, 과세당국이 해당 재산을 추적해 회수할 길 자체를 막아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산국외도피죄는 종종 횡령·배임·사기·조세포탈 등 원인이 된 재산범죄와 함께 기소됩니다 — 먼저 재산을 빼돌린 뒤 그 재산을 해외로 옮겨 은닉하는 두 단계 구조가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것은 이 죄가 원인 범죄와 별개로 취급되어, 원인 범죄의 혐의를 다투는 것과 별도로 국외도피 자체의 성립 여부를 따로 다퉈야 한다는 점입니다. 도피액 산정에 따라 형량이 크게 갈리므로, 어느 단계의 어떤 재산이 '도피'로 평가되는지가 방어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도피'로 인정되는 기준 — 정상적인 해외송금과의 결정적 차이
재산국외도피죄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지점은 단순한 '이동'과 처벌 대상인 '도피'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2019. 8. 29. 선고 2018도2738 판결에서, 국내 재산을 해외로 이동한 행위가 도피에 해당하려면 그 재산에 대한 지배·관리 상태를 국내에서 국외로 옮기는 경우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대로 이동으로 인해 오히려 그 재산에 대한 지배·관리 상태를 상실하는 경우, 예컨대 정상적인 물품대금이나 용역대가를 거래상대방에게 지급해 소유권 자체가 넘어가는 거래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실무에서 문제되는 유형이 갈립니다. 해외 거래처에 정상적인 수출대금·로열티·용역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재산이 상대방 소유로 완전히 넘어가는 거래이므로 원칙적으로 도피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반면 자신이나 특수관계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해외법인·차명계좌로 자금을 옮겨두고 국내 채권자나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면서 필요할 때 임의로 꺼내 쓸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두었다면, 형식은 송금이라도 실질은 지배·관리 상태의 국외 이전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판단은 자금의 명목상 용도가 아니라, 그 재산을 실제로 누가 통제하고 처분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도피로 인정되려면 재산에 대한 지배·관리 상태가 국내에서 국외로 옮겨져야 한다 — 소유권이 상대방에게 완전히 넘어가는 정상거래는 원칙적으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은닉'과 처분을 통한 도피 — 소유관계를 숨기는 것도 포함된다
특경법 제4조 제1항은 '이동'뿐 아니라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는 행위도 함께 규율합니다. 애초에 국내로 들여와야 할 수출대금이나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을 국내로 반입하지 않고 해외에 그대로 남겨둔 채 그 소재나 소유관계를 알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은닉은 재산의 발견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뜻하며, 재산이 물리적으로 어디 있는지를 숨기는 경우뿐 아니라 그 재산이 누구 소유인지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실무에서 폭넓게 다루어집니다.
'처분'을 통한 도피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외에서 재산을 매각·양도하면서 그 대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계속 해외에 유보하거나, 처분대금을 본인이 지배하는 다른 해외 명의로 옮겨두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검찰은 자금 흐름을 계좌추적·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해외 법인등기 등으로 재구성해 실질적으로 누가 그 재산을 지배하고 있었는지를 입증하려 하고, 변호인 측은 해당 자금이 정상적인 사업 운영자금이었거나 국내로 반입할 법적 의무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다투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차명 해외계좌 개설 — 자신이 아닌 타인·법인 명의로 자금을 옮겨 소유관계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유형.
페이퍼컴퍼니 경유 — 실체 없는 해외법인을 거쳐 여러 단계로 자금을 분산·이전.
처분대금 미반입 — 국외에서 재산을 매각한 뒤 대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에 유보.
복수 명의 분산 — 특수관계인 여러 명 명의로 자금을 쪼개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
도피 고의 — 무엇을 인식해야 성립하나
재산국외도피죄는 고의범이므로, 재산이 결과적으로 해외로 이동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앞서 본 2018도2738 판결에서 이 죄의 고의가 인정되려면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위반하여 국내재산을 해외로 이동한다는 인식과, 그 행위가 대한민국의 법률과 제도에 의한 규율과 관리를 받지 않고 자신이 해외에서 임의로 소비·축적·은닉 등 지배·관리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행위라는 인식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단순히 '해외로 돈을 보낸다'는 인식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결과 대한민국의 재산이 유출될 위험이 있는 상태를 만든다는 데까지 인식이 미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무상 고의는 확정적 고의뿐 아니라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됩니다. 다만 같은 판결은 미필적 고의 여부를 판단할 때 행위자가 처하였던 경제적 사정, 그 행위를 통해 추구한 경제적 이익의 내용,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 행위의 방법이 은밀하고 탈법적이었는지, 행위 이후 행위자가 취한 조치 등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해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행위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드러난 행위의 형태와 정황이라는 객관적 자료를 기초로 고의를 추단한다는 뜻이어서, 수사·재판 단계에서는 계좌 개설 경위·자금 이동 경로의 복잡성·명의 분산 여부 같은 정황증거가 실제 다툼의 중심이 됩니다.
행위자가 처했던 경제적 사정과 그 행위로 추구한 이익의 내용.
자금을 이동하게 된 구체적 동기.
자금 이동 방법이 은밀하거나 탈법적이었는지 여부.
행위 이후 행위자가 취한 조치 — 자진 반입·신고 등.
고의는 진술이 아니라 자금 이동의 방법·경위 같은 객관적 정황을 기초로 판단한다 —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는다.
도피액에 따른 가중처벌과 미수범 처벌
특경법 제4조 제2항은 도피액 규모에 따라 형을 가중합니다.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도피액이 5억원을 넘는 순간부터는 일반 형법상 재산범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형량이 무거워집니다. 여기서 도피액은 실제로 해외에 안착한 금액이 아니라 해당 범죄행위의 목적물 가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일부만 실제 이전되고 나머지는 미수에 그쳤더라도 산정 방식을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4조 제3항은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재산을 실제로 해외로 옮기지 못했더라도 도피에 착수한 것으로 평가되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예컨대 해외 송금을 시도했으나 금융기관의 이상거래 탐지나 외국환거래법상 신고 절차에 걸려 실행되지 못한 경우에도, 도피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평가되면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도피액 산정 역시 실제로 착지한 금액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 가령 30억원을 해외로 옮기려다 그중 20억원만 실제로 송금되고 나머지 10억원은 도중에 금융기관 통제로 저지됐다면, 이미 이전된 20억원 부분과 미수에 그친 10억원 부분을 구분해 각각 평가하면서도 전체를 하나의 범행으로 묶어 가중처벌 구간을 판단할 수 있는지가 실무에서 다투어집니다. 이 때문에 방어 단계에서는 도피액 산정 근거 자료와, 어느 시점까지 실행이 진행됐는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작업이 형량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됩니다.
몰수·추징 — 도피재산은 원칙적으로 몰수 대상
특경법 제10조 제1항은 제4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경우 범인이 도피시키거나 도피시키려고 한 재산은 몰수한다고 정하고, 몰수가 불가능할 때에는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도피재산 자체를 국가가 회수하는 절차가 함께 진행된다는 뜻이어서, 유죄가 인정되면 형벌과 재산 몰수·추징이 동시에 부과되는 구조입니다.
실무에서는 몰수·추징 대상이 되는 재산의 범위를 두고도 다툼이 벌어집니다. 도피시킨 재산이 이미 소비되거나 다른 재산으로 형태가 바뀐 경우, 또는 여러 사람 명의로 분산된 경우에는 추징 대상 가액 산정과 몰수 범위 확정 자체가 복잡한 쟁점이 됩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계좌 동결이나 추징보전 조치가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방어 전략을 세울 때는 형사책임뿐 아니라 몰수·추징 범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추징보전이 먼저 이루어지면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까지 함께 묶이는 경우가 있어, 보전 범위가 과도하다면 그 자체를 다투는 불복 절차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판에서 고의를 다투는 지점 — 정상적인 해외거래와의 구별
실제 사건에서 방어의 핵심은 도피의 고의 자체를 다투는 데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역업이나 해외투자를 하는 사업자라면 정상적인 사업 과정에서도 대규모 해외송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런 거래가 수사기관의 시선에서는 재산국외도피로 오인될 여지가 있습니다. 방어 측에서는 해당 자금이 실제 거래(수출대금·용역대가·정상적 투자)의 대가로 지급됐다는 점, 국내 세무·외국환 신고 절차를 정상적으로 거쳤다는 점, 자금 흐름이 특정인의 사적 지배가 아니라 회사의 공식 회계·결의를 거쳤다는 점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대응합니다. 실무에서는 신용장(L/C) 개설내역, 수출입 통관자료, 세금계산서, 이사회 의사록처럼 그 송금이 실제 거래에 대응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 자주 활용됩니다.
반대로 검찰은 자금 이동의 은밀성, 명의 분산 정도, 국내 채권자·수사 개시 시점과 자금 이동 시점의 근접성, 사후에 그 재산을 회수하거나 신고하려는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 등을 정황증거로 제시해 고의를 입증하려 합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자금 흐름을 뒷받침하는 계약서·회계자료·외국환 신고 내역을 정리해두는 것이 이후 재판에서 고의를 다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계좌가 동결되거나 추징보전이 이루어진 상태라면 그 대응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해외에 정상적으로 회사를 세우고 자금을 보내면 무조건 재산국외도피죄인가요?
A. 아닙니다. 재산에 대한 지배·관리 상태가 국내에서 국외로 옮겨지고, 그 결과 대한민국 법률의 규율을 받지 않는 상태에 두었다고 평가될 때 성립합니다. 소유권이 상대방에게 완전히 넘어가는 정상적인 사업 거래는 원칙적으로 해당하지 않습니다.
Q. 몰랐다고 주장하면 고의가 인정되지 않나요?
A. 진술만으로 고의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진술이 아니라 자금 이동의 방법·경위 같은 객관적 정황을 기초로 미필적 고의 여부를 판단하므로, 은밀하거나 탈법적인 방식으로 자금을 옮겼다면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방어하기 어렵습니다.
Q. 도피액이 5억원 미만이면 처벌을 받지 않나요?
A. 아닙니다. 도피액이 5억원 미만이어도 특경법 제4조 제1항의 기본형인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5억원 이상일 때부터 같은 조 제2항의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가는 것일 뿐입니다.
Q. 재산을 실제로 옮기지 못하고 시도만 해도 처벌되나요?
A. 네, 특경법 제4조 제3항이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도피의 실행에 착수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송금이 금융기관의 이상거래 탐지 등으로 실행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Q. 재산국외도피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재산은 어떻게 되나요?
A. 특경법 제10조에 따라 도피시켰거나 도피시키려 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몰수되고,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이 추징됩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재산 회수 절차가 함께 진행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Q. 수사가 시작된 단계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자금의 성격을 입증할 계약서·회계자료·외국환 신고 내역을 조기에 정리하고, 계좌 동결이나 추징보전이 이루어졌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인이 된 재산범죄 혐의와 도피 고의를 함께 다퉈야 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 초기 대응이 이후 형량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맺음말
재산국외도피죄는 단순히 '해외로 돈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 재산에 대한 지배·관리 상태가 실제로 국내에서 국외로 옮겨졌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인식하면서도 감수했는지가 핵심입니다. 도피액이 5억원을 넘는 순간부터 형량이 크게 뛰고 미수범까지 처벌되는 만큼, 정상적인 사업 거래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를 갖추고 있는지가 방어의 성패를 가릅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원인이 된 재산범죄 혐의와 도피 고의를 함께 다퉈야 하는 경우가 많아 쟁점이 복잡하게 얽힙니다. 수원지검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기업·금융 관련 특경법 수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초기 단계부터 자금 흐름을 정리하고 대응 방향을 잡아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 도움이 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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