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의자 손가락 절단,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나
깡통 의자 손가락 절단,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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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의자 손가락 절단,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나 

박기태 변호사

식당이나 곱창집에서 흔히 보는, 방석 아래 원통형 수납공간에 겉옷을 넣는 이른바 '깡통 의자'.

뚜껑과 몸통 사이 틈에 손가락이 낀 줄 모르고 앉았다가 손가락이 눌리거나 절단되는 사고가 드물지 않게 보고됩니다.

이런 사고를 당했을 때 그 피해를 누구에게, 어떻게 물을 수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내 부주의 탓'이라는 생각부터 점검하세요

시설물 사고를 당한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이 "내가 조심하지 못한 탓"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본인의 부주의가 있었다는 사실과, 배상을 청구할 상대가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본인 과실은 나중에 '과실상계'로 배상액을 줄이는 사유가 될 뿐,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 자체를 없애지는 않습니다.

먼저 두 가지를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그 의자를 손님에게 내어준 사람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의자가 애초에 손가락이 낄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지입니다.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두 상대

첫째는 음식점입니다.

음식점 영업자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에 더해, 시설을 위험이 없는 안전한 상태로 관리할 의무를 집니다.

이를 신의칙상 인정되는 안전배려의무(보호의무)라고 합니다.

법원도 식당 내 놀이방에서 6세 아동이 다친 사건에서 식당과 관련 시설을 안전한 상태로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식당 주인의 책임을 인정했고(울산지방법원 2017가단57426), 커피전문점 출입구 경사로에서 손님이 미끄러져 척추가 골절된 사건에서도 사업주에게 시설의 안전을 확보하고 위험이 있으면 추가 방호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2가단135421).

뚜껑이 헐겁게 들려 있거나 경첩이 고장 난 의자를 그대로 내어주었다면, 음식점은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둘째는 의자의 제조사와 판매자입니다.

제조물 책임법상 제조사는 유통 당시의 기술 수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 책임이 있습니다(대법원 2003다16771).

여기서 두 가지 결함이 문제 됩니다.

손가락이 끼지 않도록 하는 합리적 대체설계가 가능했는데도 위험한 틈을 그대로 둔 '설계상 결함', 그리고 절단 위험이 있는데도 아무런 주의 표시를 하지 않은 '표시·경고상 결함'입니다.

대법원은 설계·제조상 결함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적절한 경고 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2다17333).

제조사를 특정하기 어렵다면 그 의자를 영리 목적으로 공급한 판매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제조물 책임법 제3조 제3항).

미리 알아둘 현실적 한계

낙관만 할 사안은 아닙니다.

첫째, 과실상계입니다. 앞선 경사로 사건에서 법원은 발밑을 살피지 않은 손님의 과실을 70%로 보고 사업주 책임을 30%로 제한했습니다. 의자 사고 역시 본인 과실이 상당 부분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전액 배상은 쉽지 않습니다.

둘째, 옮길 수 있는 의자가 민법 제758조의 '공작물'에 해당하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공작물 책임보다 안전배려의무와 제조물 책임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셋째, 그 의자가 위험했다는 점은 피해자 측이 입증해야 하므로, 사고 직후의 증거 확보가 결과를 가릅니다.

다쳤다면 이렇게 대응하세요

  • 사고가 난 그 의자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깁니다. 뚜껑과 몸통 사이 틈, 경첩 상태, 헐거움 정도를 치우거나 교체되기 전에 확보해야 합니다.

  • 음식점 관리자에게 그 자리에서 사고 사실을 알리고 매장 CCTV 보존을 요청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영상은 삭제됩니다.

  • 병원 진료 시 사고 경위를 의무기록에 정확히 남기고, 접합수술 여부와 후유증, 감각·운동 제한 소견을 남깁니다. 이후 손해액 산정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 상대를 하나로 좁히지 않습니다. 음식점뿐 아니라 제조사·판매자까지 함께 검토할수록 실질적 회복 가능성이 커집니다.


손해가 크지 않다면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분쟁조정을 먼저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절단이나 후유장해처럼 손해가 큰 사안이라면 처음부터 손해배상 소송 구조로 접근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배상액은 어떻게 계산되나

손가락 절단은 가벼운 사안이 아니며, 배상액은 크게 세 항목으로 나뉩니다.

접합수술비와 이후 흉터 교정·재건 등 향후치료비를 포함한 치료비, 치료 기간의 휴업손해와 후유장해에 따른 노동능력상실을 반영하는 일실수입, 그리고 신체 훼손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입니다.

여기에 과실상계로 본인 과실만큼 공제되고, 상대가 여럿이면 책임 비율에 따라 나뉩니다.

같은 손가락 절단이라도 어느 손가락인지, 어느 마디까지인지, 직업이 무엇인지에 따라 최종 금액은 크게 달라집니다.

식당 시설물로 다치셨다면 "내 부주의 탓"이라고 혼자 넘기기 전에, 책임을 물을 상대와 확보할 증거를 한 번은 따져 볼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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