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의 자리가 사라진 뒤에 남는 것. ai시대 청년 채무와 파산
신입의 자리가 사라진 뒤에 남는 것. ai시대 청년 채무와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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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의 자리가 사라진 뒤에 남는 것. ai시대 청년 채무와 파산 

박기태 변호사

도산 사건을 오래 다루다 보면 상담실에서 비슷한 표정을 자주 만납니다.

빚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이미 스스로를 탓하고 있는 얼굴입니다.

특히 이십 대, 삼십 대 채무자일수록 "제가 게을러서", "관리를 못 해서"라는 말로 상담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많이 볼수록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습니다.

청년 채무의 상당수는 의지나 성실함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진입하려던 노동시장 자체가 달라진 결과라는 점입니다.

사라진 것은 '신입의 자리'였다

최근 여러 언론 보도는 국내 주요 IT 기업의 이십 대 신규 채용이 뚜렷하게 줄었다고 전합니다.

기업의 매출이 급감했거나 사업이 위축된 탓이 아닙니다.

AI가 기초적인 업무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신입이 맡아 배우던 일 자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흐름은 개발 직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격을 갖추고도 자리를 찾지 못하는 회계사, 일감이 줄어드는 디자이너와 번역가까지, 전문직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함께 좁아지고 있습니다.

취업도, 경력도, 기술 축적도 하지 못한 채 노동시장 밖을 맴도는 세대를 두고 '네버 스킬링(Never Skilling)'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공백은 결국 빚으로 메워진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습니다.

학자금 대출 이자가 붙고, 생활비가 나가고, 전월세 부담은 오릅니다.

소득이 없는 그 공백을 신용대출과 카드론이 대신 채웁니다.

청년이 파산이나 회생에 이르는 경로는 대개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무리한 소비가 아니라, 소득의 부재가 반복적으로 부채로 전환되는 구조입니다.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이들 가운데 이삼십 대 비중이 적지 않다는 최근 흐름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법은 어떤 출구를 열어두었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부채가 커졌다면, 법이 마련해 둔 절차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정한 소득이 있다면 개인회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인가한 변제계획에 따라 3년에서 5년간 일부를 갚고 나머지를 면책받는 제도로, 절차가 개시되면 채권 추심과 강제집행이 멈춥니다.

반대로 변제 능력 자체가 없다면 개인파산과 면책을 통해 채무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 법원은 청년에게 파산보다 회생을 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으로 일해서 일부라도 갚을 여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청 자체보다, 채무에 이르게 된 사정과 생활 형편을 법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준비 과정이 결과를 가릅니다.

흠이 아니라 구조다

청년 채무를 오래 들여다본 사람으로서, 저는 이 문제의 출발점을 개인의 흠에서 찾지 않으려 합니다.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를 혼자 감당하며 상담조차 미루는 청년들을 볼 때가 가장 안타깝습니다.

법은 실패를 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회생과 면책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스스로의 게으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판단부터 한 번 의심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자리가 사라진 것이 먼저였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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