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 / 민사 부동산 전문 / 건축기사 보유 유수완 변호사입니다.
“분명히 권리산정기준일 전부터 부모님 명의로 있던 땅인데, 상속등기를 늦게 했다는 이유 하나로 형제들이 다 합쳐서 아파트 한 채만 받으라니 말이 됩니까?”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하소연입니다. 권리산정기준일이라는 단 하루의 ‘커트라인’이 누군가에게는 단독 분양권을,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동 분양권 또는 현금청산이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안기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속이 개시된 시점은 권리산정기준일보다 앞서지만, 정작 상속등기는 그 이후에 이루어진 경우 — 이 미묘한 시차 속에서 분양자격을 둘러싼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해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 다룰 대법원 2024. 11. 21. 선고 2021두49546 판결은 바로 이 쟁점에 대해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 매우 중요한 판례입니다. “상속개시 시점이 기준일 전이면 OK, 상속등기 시점이 기준일 후면 NO”라는 단순 논리가 통하지 않는 이 영역에서, 대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단독 분양자격을 갈랐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미리 챙겨야 할 실무 포인트는 무엇인지 끝까지 읽어보시면 분쟁의 해답이 보이실 겁니다.

1. 권리산정기준일이란 무엇인가 — 분양대상자 선정의 첫 관문
재개발·재건축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키워드가 바로 ‘권리산정기준일’ 입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7조 제1항은 정비구역 지정·고시가 있은 날 또는 시·도지사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하여 기본계획 수립 후 정비구역지정·고시 전에 따로 정하는 날의 다음 날을 기준으로 건축물을 분양받을 권리를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 날짜를 커트라인으로 삼아 그 이전부터 일정 요건을 갖춘 자에게는 분양자격을 인정해주고, 그 이후에 지분쪼개기·필지분할 등으로 권리관계를 새로 형성한 자에 대해서는 분양자격을 제한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무분별한 권리자 증가를 막기 위한 핵심 장치입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제36조 제2항 제3호는 1주택 또는 1필지의 토지를 여러 명이 공유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1명의 분양대상자로 보되, 일정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예외 중 하나가 바로 “권리산정기준일 이전부터 공유로 소유한 토지의 지분면적이 90㎡ 이상인 경우”입니다. 이 90㎡라는 숫자가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입니다.
2. 사건의 쟁점 — 상속개시는 기준일 전, 상속등기는 기준일 후라면?
이번 대법원 2021두49546 판결의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의 한 재개발구역 내 770㎡ 토지를 소유하던 피상속인이 1980년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었습니다. 상속인은 6명이었고, 협의분할을 거쳐 일부 상속인은 90㎡를 훨씬 넘는 지분(308㎡, 231㎡)을, 나머지 4명은 각 90㎡에 못 미치는 작은 지분을 상속받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상속등기는 권리산정기준일인 2003. 12. 30. 이후에야 마쳐졌습니다.
이후 90㎡ 미만 지분을 가진 상속인들의 지분을 매수한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매수인들은 자기 지분면적의 합계가 90㎡를 넘으니 단독 분양자격이 있다고 주장했고, 조합은 모두 합쳐 1주택만 분양하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쟁점은 명확합니다. 상속개시 시점은 기준일 이전이지만 상속등기 시점은 기준일 이후인 경우, 그리고 그 후 다른 사람이 일부 지분을 매수한 경우, 누가 단독 분양대상자에 해당하는가라는 문제입니다.
3. 대법원의 판단 기준 — 상속 시점 vs 협의분할의 실질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매우 정교한 이중적 판단을 내렸습니다. 핵심은 “상속에 따른 부동산 소유권 취득은 등기를 요하지 않는다”는 민법 제187조의 법리와 “지분쪼개기를 통한 부당한 분양자격 취득은 막아야 한다”는 조례의 입법취지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였습니다.
먼저, 90㎡ 이상의 지분을 협의분할로 상속받은 원고 1, 2에 대해 대법원은 단독 분양대상자 지위를 인정했습니다. 비록 상속등기는 권리산정기준일 이후에 마쳐졌더라도, 상속 개시 때부터 토지를 공유하고 있었고 지분면적 자체가 90㎡ 이상에 해당한다는 점, 그리고 지분쪼개기를 통해 분양주택을 늘리려는 투기적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반면 원고 3, 4에 대해서는 결론이 달랐습니다. 이들은 90㎡에 미달하는 지분을 가진 상속인 C·D·E·F의 지분을 권리산정기준일 이후에 매수한 사람들입니다. 대법원은 “C~F는 2003. 12. 30. 당시 각 지분 면적이 90㎡에 미치지 못하는 지분을 소유” 하고 있었고, 이후 매수를 통해 지분면적을 합산하더라도 이는 권리산정기준일 이후의 새로운 권리형성이므로 예외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고 보아, 원고 3, 4를 공동으로 1주택만의 분양대상자로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의 결정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법정상속분 그대로 등기를 마친 경우와 협의분할을 한 경우의 취급이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법정상속분 상당의 소유권 취득은 민법 제187조에 따라 등기 없이도 효력이 발생하므로 권리산정기준일 이전 취득으로 볼 여지가 크지만, 상속인들 간 협의분할은 권리산정기준일 이후의 새로운 권리 변동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 하급심의 입장이었습니다.
둘째,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협의분할이 있더라도 그 실질이 ‘지분쪼개기 등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단독 분양자격을 인정할 수 있다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다만, 이 판단은 협의분할 결과 받은 지분이 그 자체로 90㎡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적용되며, 90㎡ 미만 지분을 사후에 매수해 합산하는 방식으로는 예외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4. 실무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유의점 — 권리산정기준일 분쟁 대응 4가지
이번 판결을 토대로 재개발구역 내 부동산 권리관계를 가진 분들이 미리 점검해야 할 실무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상속이 발생했다면 가능한 한 빠르게 상속등기를 마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등기 시점이 권리산정기준일 이후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분양자격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양자격을 둘러싼 분쟁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면 권리산정기준일 이전에 등기까지 마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둘째, 협의분할을 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과 시기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법정상속분과 다른 비율로 분할하는 협의가 권리산정기준일 이후에 이루어졌다면, 그 자체가 ‘지분쪼개기’로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권리산정기준일 이전에 협의분할을 완료하고 등기까지 마치거나, 법정상속분 그대로 등기를 마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합니다.
셋째, 권리산정기준일 이후에 공유지분을 매수할 때는 반드시 매도인의 기존 지분면적을 확인해야 합니다. 매도인이 권리산정기준일 이전부터 90㎡ 이상의 지분을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었던 경우라면 단독 분양자격이 승계될 수 있지만, 90㎡ 미만 지분을 매수해 다른 지분과 합산하는 방식으로는 단독 분양자격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자칫 ‘물딱지’를 매수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이미 관리처분계획에서 분양대상자에서 제외되었거나 공동 분양대상자로 분류된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처럼, 외관상 형식만 보면 단독 분양자격이 부정되어야 할 것 같은 사안에서도 실질을 따져 단독 분양자격이 인정될 수 있는 만큼,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한 후 전문가와 함께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재개발·재건축 분양자격 분쟁은 단순히 ‘서류상 등기 시점이 언제냐’를 따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권리산정기준일을 둘러싼 시점의 미묘한 차이, 상속과 협의분할의 실질, 지분쪼개기 여부에 대한 평가 등 다층적인 법리가 얽혀 있는 영역입니다. 이번 대법원 2021두49546 판결처럼, 같은 토지에서 출발한 상속인들과 매수인들이 단독 분양자격과 공동 분양자격으로 정반대의 결과를 받는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저는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분양·관리처분 관련 분쟁을 다루어 왔고, 민사 부동산 전문변호사로서 재개발·재건축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건축기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토지·건축물의 면적, 구조, 권리관계에 대한 기술적 검토까지 직접 수행할 수 있습니다.
권리산정기준일 전후의 상속·증여·매매로 인해 분양자격 분쟁이 우려되시거나, 이미 관리처분계획에서 불리한 처분을 받으신 분이라면 주저 마시고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관계와 등기부, 조례의 적용범위를 정밀하게 분석해 가장 유리한 대응 방향을 함께 찾아 드리겠습니다.

유수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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