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고령이거나 장기간 치료를 받게 되면 자녀 한 명이 통장과 체크카드를 맡아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비는 카드로 결제하더라도 간병인에게 지급하는 비용이나 구급차비, 생활용품비는 현금으로 지출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상속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통장에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의 현금 인출 내역이 남아 있는데 영수증은 찾을 수 없다면, 다른 형제는 간병비로 썼다는 말을 어떻게 믿느냐며 횡령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수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돈을 인출했다는 사실보다 부모님의 동의나 위임을 받아 실제로 부모님을 위해 사용했는지입니다.
오늘은 부모님 통장에서 지출한 간병비가 횡령으로 문제 되는 기준과 증빙이 부족할 때 준비해야 할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부모님 돈 인출하면 무조건 횡령이 되나요?
형법상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자기 것처럼 사용하거나 반환을 거부했을 때 성립합니다. 부모님 통장을 맡아 관리하던 자녀도 부모님의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다만 통장에서 돈을 인출했다는 사실만으로 횡령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 병원비, 간병비, 약값, 구급차비, 생활용품비 등 부모님에게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했다면 원칙적으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부모님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신의 카드대금이나 생활비를 결제하거나, 다른 가족에게 증여하거나, 사용처를 밝히지 못한 채 개인 계좌로 옮겨 보관했다면 횡령 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수사기관이 확인하는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부모님이 통장 관리를 맡겼는지
인출한 금액이 실제 부모님을 위해 사용됐는지
남은 돈을 개인적으로 보유하거나 소비하지 않았는지
특히 부모님의 판단 능력이 저하된 이후 인출된 돈은 동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사용 목적과 흐름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병비 영수증이 없으면 횡령으로 인정될까요?
개인 간병인에게 현금으로 비용을 지급하면 정식 영수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병이 몇 년간 이어졌다면 오래된 자료가 분실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영수증이 없다는 사정은 사용처를 의심하게 하는 요소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개인적인 소비나 횡령이 입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입원한 기간과 현금 인출 시기가 일치하고, 당시 실제로 간병인이 근무했으며, 인출액도 통상적인 간병비 수준이라면 간병비로 사용됐다는 설명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반면 매달 200만 원의 간병비를 지급했다고 주장하면서 실제 입원 기간과 인출 시기가 맞지 않거나, 간병인이 없었던 기간에도 동일한 금액이 계속 인출됐다면 설명의 신빙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간병비라고 주장한 금액에 자녀 본인의 교통비, 식비, 생활비가 뒤섞여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영수증이 없으니 횡령이라거나 간병하느라 쓴 돈이니 전부 문제없다라고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전체 인출 내역과 부모님의 치료·간병 경과를 연결해 실제 사용처를 확인해야 합니다.

영수증 대신 어떤 자료로 간병비를 입증할 수 있나요?
정식 영수증이 없더라도 간병 사실과 비용 지급을 보여주는 주변 자료를 최대한 모아야 합니다.
먼저 부모님의 입·퇴원확인서, 진료기록, 요양병원 이용 내역을 확보하면 실제 간병이 필요했던 기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병인과 주고받은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 통화 내역, 간병인을 소개한 업체의 기록도 도움이 됩니다.
현금 지급 당시 간병인이 작성한 메모나 수첩, 보호자들 사이에서 간병비를 상의한 메시지, 간병인이 비용을 받았다는 사실확인서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당시 병실에 함께 있었던 친척이나 의료진의 진술도 간병 사실을 보충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통장 거래내역은 단순히 인출액만 볼 것이 아니라 날짜별로 정리해야 합니다. 입원 기간, 간병인 교대일, 병원비 납부일과 인출 날짜를 하나의 표로 맞춰 보면 사용 목적을 훨씬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뒤늦게 금액을 임의로 맞추거나 간병인에게 사실과 다른 확인서를 부탁해서는 안 됩니다. 부정확한 자료가 발견되면 정당한 지출까지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형제가 횡령으로 고소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상대방이 문제 삼는다고 해서 곧바로 감정적으로 맞대응하거나 '내가 몇 년을 간병했는데 그 정도 돈도 못 쓰느냐'고 답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간병에 기여한 사실과 부모님의 돈을 사용할 권한이 있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횡령 문제가 제기됐다면 영수증 유무만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위임 경위, 치료 기간, 인출 시점, 실제 지출 상대방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우선 부모님 통장에서 인출한 돈을 항목별로 나눠야 합니다. 간병비, 병원비, 약값, 구급차비, 생활용품비, 부모님 생활비와 같이 사용 목적을 구분하고, 기억나지 않는 금액은 억지로 단정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부모님 돈을 자신의 계좌로 옮긴 내역이 있다면 이후 어디로 지출됐는지까지 추적해야 합니다. 실제 간병비로 사용했더라도 개인 자금과 섞어 관리했다면 오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형사상 횡령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민사상 정산 문제가 남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이나 사용처를 소명하지 못한 돈이 있다면 다른 상속인들이 부당이득 반환이나 상속재산 반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부모님을 위해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이라면 사망 당시 남아 있던 상속재산을 빼돌린 것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현재 부모님 통장을 관리하고 있다면 현금 지급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현금으로 지출할 때에는 날짜·금액·지급 상대방·사용 목적을 바로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가족 단체대화방에 주요 지출 내역을 공유하는 방법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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