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 기간이 끝났거나 임대인과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임대인이 소송 절차 없이 곧바로 사람을 데려와 인테리어와 집기를 뜯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날 가보니 문이 열려 있고 매장 안 시설물이 사라지거나 부서진 채 발견되면, 임차인은 영업을 재개할 수도, 남은 짐을 확인할 수도 없는 막막한 상황에 놓입니다. 임대인 쪽에서는 "명도할 권리가 있으니 문제없다", "차임을 밀린 쪽이 잘못"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소유자·임대인이라는 지위만으로 법원 절차 없이 실력행사에 나서는 것은 그 자체로 별개의 위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시설물이 훼손·멸실된 손해는 물론, 영업을 하지 못한 기간의 손실까지 별도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임대인의 실력행사가 왜 그 자체로 별도 책임을 낳는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대항력(제3조)과 최대 10년까지의 계약갱신요구권(제10조)을 보장하지만, 정작 다툼이 커지는 지점은 계약이 끝났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 이후의 절차입니다. 임대차가 실제로 종료됐거나 차임연체 등 해지 사유가 있더라도, 임대인이 임의로 문을 열고 시설물을 들어내는 방식으로 점유를 회수할 권한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임대인이 흔히 내세우는 근거는 "내 건물이니 내가 정리한 것"이라는 소유권, 또는 "차임을 밀렸으니 계약은 이미 끝난 것"이라는 해지 주장입니다. 그러나 계약이 정말 끝났는지, 임차인이 정말 의무를 위반했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지 임대인이 현장에서 스스로 결론 내릴 사항이 아닙니다. 이 절차를 건너뛴 순간 소유권이나 해지 사유의 정당성과 무관하게 실력행사 자체가 별도로 문제 됩니다.
여기에 더해, 강제철거로 시설물이 훼손되거나 없어지면 그 재산적 가치만큼의 손해뿐 아니라, 철거 이후 영업을 재개하지 못한 기간의 매출 손실까지 함께 발생합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정리해준 것"일 수 있어도, 임차인 입장에서는 두 겹의 손해가 동시에 쌓이는 셈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자력구제금지 원칙과 재물손괴·업무방해 책임의 경계
민법이 정한 자력구제권(제209조)은 "점유를 침탈당한 자"가 그 침탈에 대해 즉시 스스로 방위하거나 탈환할 수 있도록 인정한 예외적 권리입니다. 부동산은 침탈 직후 즉시 가해자를 배제해 탈환할 수 있고, 동산은 현장에서 또는 추적해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조문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조문이 보호하는 쪽은 원래 점유하고 있던 사람 — 즉 상가에서 영업하던 임차인 — 이지, 소유자·임대인이 임차인의 점유를 빼앗기 위해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임대인이 시설물을 강제로 철거했다면, 오히려 임차인이 이 조문에 따라 방위할 수 있었던 대상이 침해된 셈입니다.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를 이유로 상가를 돌려받으려면, 원칙적으로 건물인도청구소송(명도소송)을 제기해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뒤, 그 판결에 기해 집행관에게 부동산인도 강제집행을 위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강제집행 과정에서도 집행관은 사전 계고, 집행 일시 통지, 유체동산에 대한 보관·매각 등 법이 정한 절차를 밟습니다. 임대인이 이 과정을 건너뛰고 스스로 시건장치를 해체하거나 인테리어·집기를 들어내면, 계약 해지 사유의 존부와 무관하게 그 실력행사 자체가 위법한 행위로 평가됩니다.
강제철거 과정은 여러 형사 구성요건과 동시에 맞닿아 있습니다.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 —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거나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 시설물을 부수거나 본래 용도로 쓸 수 없는 상태로 만들면 성립합니다.
건조물침입죄(형법 제319조) — 임차인이 여전히 관리·점유하고 있는 상가에 동의 없이 들어가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1항) — 위력으로 영업을 하지 못하게 만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특수손괴(형법 제369조 제1항) — 여러 사람이 함께 몰려가거나 공구 등 위험한 물건을 동원해 철거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됩니다.
민사적으로는 점유를 침탈당한 임차인에게 점유회수청구권(민법 제204조)이 인정됩니다. 시설물과 점유를 돌려달라는 청구와 함께 손해배상도 함께 구할 수 있는데, 이 청구권은 침탈을 당한 날로부터 1년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하는 제척기간이 걸려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여기에 더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민법 제750조)을 별도로 구성해 시설물 훼손 자체의 손해뿐 아니라 강제철거로 영업을 하지 못한 기간의 영업손실, 정신적 손해까지 폭넓게 다툴 수 있습니다.
임대차 종료를 앞둔 시점에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회수하려던 중이었다면, 임대인의 강제철거로 그 기회 자체가 무산된 것에 대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에 따른 권리금 회수기회 침해 손해배상도 함께 검토할 여지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손해 항목을 숫자로 짚어보면 체감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집기 등 시설물의 재설치 비용이 2,000만 원, 강제철거로 두 달간 영업을 하지 못해 발생한 일실수입이 1,500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시설물 재설치·원상회복 비용 — 2,000만 원
2개월 영업손실(일실수입) — 1,500만 원
합계(위자료 별도) — 3,500만 원 안팎, 여기에 지연손해금(소송 전 연 5%, 소장 송달 후 연 12%)이 추가로 붙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증거 확보부터 점유회수·손해배상 청구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현장 증거부터 확보 — 철거 직후 상태를 사진·영상으로 남기고, 목격자가 있다면 진술을 받아둡니다. 훼손·멸실된 시설물 목록과 재설치 견적서, 강제철거 전후 매출 자료(카드매출·세금계산서 등)를 함께 정리해 두어야 이후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됩니다.
형사고소로 압박과 증거 확보를 동시에 — 재물손괴·건조물침입·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면 수사기관이 임대인 측 진술과 현장조사 결과를 확보하는데, 이는 이후 민사소송에서도 그대로 증거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점유회수청구와 손해배상을 함께 제기 — 점유를 침탈당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나기 전에 점유회수청구(민법 제204조)와 불법행위 손해배상(민법 제750조)을 함께 구성해 소를 제기합니다. 원상회복(재입점)이 급하다면 점유회수를 구하는 가처분을 먼저 신청해 신속히 확보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손해액은 항목별로 나눠 산정 — 시설물 원상회복·재설치 비용, 강제철거로 영업하지 못한 기간의 일실수입, 권리금 회수기회를 침해당했다면 그 손해(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정신적 손해까지 항목을 나눠 각각의 근거자료로 뒷받침해야 인정 범위가 넓어집니다.
임대인의 "정당한 해지 사유" 항변에는 절차 위반 자체를 강조 — 차임연체나 계약위반이 실제로 있었더라도 그것은 명도소송에서 다툴 사유일 뿐, 법원 절차 없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점유회수청구권 1년의 벽과 사라지는 증거
가장 위험한 태도는 "어차피 임대인이 잘못했으니 나중에 따져도 된다"며 아무 조치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점유회수청구권은 침탈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행사할 수 없고, 철거 현장의 증거나 훼손된 시설물의 상태도 시간이 지날수록 확인하기 어려워집니다.
상가 임대인의 시설물 강제철거를 겪었다면, 절차 위반 여부와 손해 항목부터 정리하고 형사·민사 대응을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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