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아이가 친구에게 돈이나 물건을 계속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부모는 우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곧 열린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동시에 경찰 조사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면 "공갈이다", "강요다"라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아이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인지조차 헷갈리기 마련입니다. 특히 나이가 어린 자녀라면 전과가 남는 것인지, 소년보호처분이라는 게 무엇인지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절차가 빠르게 진행돼 불안감만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안은 학교 내부 절차와 형사·소년보호 절차가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신경 쓰다가 다른 쪽에서 불리한 결과를 맞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금품갈취 학교폭력이 학폭위·형사·소년보호 세 갈래로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는 학교폭력의 유형으로 상해·폭행·감금·협박과 함께 공갈과 강요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친구에게 돈이나 물건을 빼앗거나, 원치 않는 심부름·행동을 강제로 시키는 행위는 학교 내 징계 대상이면서 동시에 형법상 범죄에도 해당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신고가 접수되면 학교는 전담기구 조사를 거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여는 절차를 밟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서면사과·접촉금지·출석정지·전학 등의 조치는 어디까지나 교육적 조치일 뿐, 형사책임이나 소년보호처분과는 법적으로 별개입니다. 심의위원회에서 비교적 가벼운 조치를 받았다고 해서 경찰 수사나 소년부 심리에서도 같은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 학생 측이 학폭위 신고와 별도로 경찰에 고소하거나, 학교가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해 수사기관에 통보하면 형사 절차가 시작됩니다. 가해 학생이 만 14세 미만이면 형사처벌 대신 소년부의 보호처분으로, 14세 이상이면 원칙적으로 형사 절차를 거쳐 소년부로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학폭위 대응에만 집중하다가 형사·소년보호 절차의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사안이 무겁다고 판단되면 학교가 학폭위 절차와 별개로 수사기관에 통보해, 부모가 학폭위 소집 통지조차 받기 전에 형사 절차가 먼저 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학폭위 대응 준비와 경찰 조사 대응 준비를 동시에 시작해야 하므로, 어느 한쪽 절차가 먼저 왔는지에 따라 대응이 늦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재물을 뺏으면 공갈죄, 행동을 강제하면 강요죄로 갈리는 기준과 소년사건의 갈림길
금품을 빼앗는 행위는 형법 제350조 공갈죄로 다뤄집니다. 공갈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상대방에게 외포심(공포심)을 일으키고, 그 외포심에 의해 재물을 교부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는다는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재산범죄 중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법정형입니다.
이와 구별되는 것이 형법 제324조 강요죄입니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드는 행위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억지로 심부름을 시키거나, 자신을 대신해 숙제를 하게 하거나, 무릎을 꿇리고 사과를 강요하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공갈죄보다는 낮지만, 역시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두 죄의 갈림길은 결국 재산상 이익이 이전됐는가입니다. 돈이나 물건을 실제로 받아냈다면 공갈죄, 재산의 이전 없이 행동만 강제했다면 강요죄로 평가되고, 두 행위가 함께 있었다면 각각의 죄가 별도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학폭위 조사나 경찰 조사 단계에서 이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 채 "금품갈취"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처분 수위를 가늠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가해 학생의 나이에 따라 절차도 달라집니다. 형법 제9조에 따라 만 14세가 되지 않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10세 이상 14세 미만)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법에 따라 가정법원 소년부(또는 지방법원 소년부)로 넘겨져 보호처분 여부만 결정됩니다. 반면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은 형사책임 능력이 있어 원칙적으로 검사가 사건을 수사하되, 소년법 제49조에 따라 보호처분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소년부로 송치합니다.
여기서 부모들이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공갈죄와 강요죄는 폭행죄나 명예훼손죄처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피해 학생 측과 합의했다고 해서 수사나 소년부 심리 자체가 자동으로 종결되는 것은 아니며, 합의는 어디까지나 처분 수위를 낮추는 정상참작 사유로 작용할 뿐입니다. 합의만 믿고 나머지 대응을 미루면, 정작 조사·심리 단계에서 준비가 부족한 채로 결과를 맞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소년부로 넘어갔다고 끝이 아닙니다. 소년법 제7조는 소년부가 조사·심리한 결과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이고 그 동기와 죄질에 비추어 형사처분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사건을 다시 검사에게 돌려보낼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역송). 공갈죄는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으로 이 요건에 해당할 수 있는 범죄이므로, 상습적으로 반복됐거나 피해 금액이 크고 폭력이 수반된 사안은 소년부 단계에서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 학생에게 여러 달에 걸쳐 매번 5천 원에서 1만 원씩 요구해 합계 백만 원 가까이 받아낸 경우라면 상습성과 피해액이 죄질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반면, 1회성이고 금액이 소액이며 즉시 반환·사과가 이뤄진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보호처분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학폭위 대응부터 소년부 심리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을 준비합니다.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정리 — 금액, 횟수, 요구 방식(협박 여부), 자녀와 상대방의 관계, 자발적 제공이었는지를 먼저 정리합니다. 초기에 진술이 오락가락하면 학폭위 조서와 경찰 진술조서에 불리한 내용이 그대로 남을 수 있어, 조사 전에 사실관계를 맞춰두는 작업이 우선입니다.
학폭위 절차 조력 — 전담기구 조사 단계부터 참여해 사실관계와 정상참작 사유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고, 심의위원회 출석 시 소명 방향을 함께 준비합니다. 조치 수위는 이후 형사·소년보호 절차에도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 소홀히 다룰 수 없습니다.
피해 회복과 합의 — 갈취한 금품을 반환하고 피해 학생·보호자와 합의서를 작성합니다. 실질적인 피해 회복은 학폭위 조치는 물론 소년부 보호처분 결정에서도 가장 비중 있게 고려되는 정상참작 요소입니다.
경찰·검찰 조사 대응 — 조사에 변호인이 동행해 진술을 조력하고, 초범 여부·금액·반성 정도 등을 근거로 소년부 송치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개진합니다. 죄명이 공갈죄인지 강요죄인지에 따라 법정형과 역송 가능성이 달라지므로 이 단계에서 죄명 다툼도 함께 진행합니다.
소년부 심리 준비 — 보호자 감독계획서, 재발방지 서약, 상담·교육 이수 증빙 등을 제출해 낮은 단계의 보호처분으로 마무리되도록 준비합니다. 역송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라면 이 단계에서의 대응이 특히 중요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학폭위 소집 전 며칠이 이후 절차 전체를 좌우합니다
학폭위는 신고 접수 후 정해진 기간 안에 소집되고, 그 사이 부모와 자녀가 대응을 준비할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피해 회복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학폭위 조치 수위는 물론, 이후 경찰 조사와 소년부 심리 단계의 출발점까지 함께 달라집니다.
자녀가 금품갈취 관련 학교폭력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면, 학폭위 대응과 형사·소년보호 절차를 별개로 보지 말고 처음부터 함께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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