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 사실과 다른 글, 근거 없는 비방 글이 올라와도 정작 그걸 쓴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디와 프로필 사진만으로는 상대가 누구인지 짐작조차 어렵고, 플랫폼에 직접 문의해도 "개인정보라 알려드릴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신원을 특정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든 형사고소를 하든 애초에 상대방을 지목할 수 없어 절차 자체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다행히 법은 이런 상황을 위해 게시자의 정보를 받아낼 수 있는 별도의 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악성 게시자를 특정해야 모든 법적 대응이 시작됩니다
게시자의 신원을 특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피해자가 직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명예훼손 분쟁조정부에 이용자 정보의 제공을 청구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먼저 형사고소를 접수해 수사기관이 통신사업자에게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두 경로는 절차의 성격부터 다릅니다. 분쟁조정부 청구는 피해자가 스스로 나서는 민사적 절차로, 아직 고소·고발을 하지 않았거나 형사 절차 없이 손해배상 청구만 준비하는 경우에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수사기관이 수사의 필요에 따라 요청하는 것이어서 피해자가 이를 직접 신청할 수는 없고, 먼저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가 개시되어야 합니다.
어느 경로를 택하든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침해사실에 대한 소명입니다.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는 수준이 아니라, 문제 된 게시물이 특정인을 가리키고 있고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만한 내용이라는 점을 자료로 뒷받침해야 절차가 진행됩니다. 게시물 캡처, URL, 작성 일시, 유포 범위 등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플랫폼에 직접 문의해도 신원을 알려주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이용자 정보는 원칙적으로 본인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제공이 허용됩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6과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가 바로 그 근거 법률입니다 — 다시 말해 이 두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플랫폼도, 통신사도 합법적으로 신원 정보를 내줄 방법이 없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6 이용자정보 제공청구와 분쟁조정부 심사기준
게시자 신원 특정의 핵심 근거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6입니다. 이 조항은 특정한 이용자에 의한 정보의 게재나 유통으로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자가 분쟁조정 신청이나 민·형사상 소를 제기하기 위해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분쟁조정부에 해당 이용자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분쟁조정부가 바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명예훼손 분쟁조정부입니다.
청구 방식은 정해진 서식의 정보제공청구서에 소명자료를 첨부해 서면 또는 구술로 제출하는 것입니다. 분쟁조정부는 청구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해당 이용자의 의견을 들은 뒤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 다만 이용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의견청취 없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처리 기간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정보제공 여부 결정 — 청구 접수 후 통상 30일 이내
서비스제공자에 대한 정보제공 요청 — 결정 후 10일 이내
청구인에 대한 통지 — 정보를 받은 후 10일 이내
이렇게 제공받는 정보는 성명·주소 등 민·형사상 소 제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로 한정됩니다. 그리고 이 정보는 오직 분쟁조정 신청이나 소 제기 목적으로만 쓸 수 있습니다 —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정보통신망법 제73조), 받은 정보로 직접 연락해 항의하거나 임의로 공개하는 행위는 피해야 합니다. 분쟁조정부는 관련 기록을 5년간 보관합니다.
이미 형사고소를 접수했다면 또 다른 경로가 열립니다. 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라 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 통신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법원 영장이 필요 없는 임의수사에 해당하지만, 통신사업자가 요청에 응할지는 재량 사항이고 실무상으로도 수사 필요성이 뚜렷하지 않으면 거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수사기관은 원칙적으로 제공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그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83조의2).
만약 아이디만으로는 접속자가 특정되지 않아 발신 시각이나 접속 기지국 같은 통신사실확인자료까지 필요한 사안이라면, 이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한 단계 더 무거운 절차로 넘어갑니다. 다만 단순히 게시자의 이름과 연락처만 확인하면 되는 사안이라면 앞서 본 두 경로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분쟁조정부 청구부터 형사고소 병행까지 여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진행합니다.
소명자료부터 체계적으로 수집 — 게시물 캡처(작성 일시·URL 포함), 유포 경위, 피해 정도를 보여줄 자료를 먼저 정리합니다. 게시물이 삭제될 수 있으므로 확인 즉시 캡처와 공증·타임스탬프 확보를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사안 성격에 따라 경로를 선택 — 형사처벌 없이 손해배상만 준비한다면 분쟁조정부에 이용자정보 제공을 곧바로 청구하고, 형사처벌까지 원한다면 고소장을 먼저 접수해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요청하도록 진행합니다. 두 경로를 함께 진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정보제공청구서 작성·제출 — 정해진 서식에 청구 취지와 침해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소명자료를 첨부합니다. 청구 취지가 모호하면 보완 요청으로 처리 기간만 늘어지므로 처음부터 명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사기관에 통신자료 제공요청의 필요성을 적극 소명 — 형사고소를 택했다면 고소장 접수만으로 끝내지 않고, 게시물의 특정성·공연성·유포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혀 수사기관이 통신자료 제공요청을 신속히 진행하도록 뒷받침합니다.
신원 확보 후 곧바로 다음 절차로 전환 — 성명·연락처를 확보하면 지체 없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이나 고소 보완 절차로 넘어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게시자의 소재 파악이 어려워지고 증거도 흐려지므로, 신원 확보와 다음 절차 사이의 공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확보한 정보로 소송의 실익까지 함께 점검 — 성명·주소만 확보되면 끝이 아니라, 그 주소로 실제 송달이 되는지, 상대방에게 배상에 응할 자력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송달이 어려운 경우 공시송달 등 별도 절차가 필요할 수 있고, 이 부분을 미리 점검해 두면 소송이 시작된 뒤 시간을 허비하지 않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신원을 특정하지 못하면 손해배상도 형사처벌도 멈춥니다
악성 게시물을 발견하고도 "어차피 누군지도 모르는데"라며 손을 놓아버리면, 게시물은 계속 유통되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신원 특정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손해배상과 형사처벌로 가는 관문일 뿐이므로, 이 단계를 미룰수록 뒤따르는 모든 절차도 함께 늦어집니다.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수정되면 소명자료 자체가 사라져 청구 단계에서부터 다시 막힐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통신사가 보관하는 접속기록도 함께 정리돼 나중에는 확보 가능한 정보의 범위 자체가 줄어듭니다.
악성 게시자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면, 분쟁조정부를 통한 이용자정보 제공청구와 형사고소를 통한 통신자료 확보 중 어느 경로가 지금 상황에 맞는지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