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서 허벅지 닿았다는 신고 — 기억없다면 접촉 자체를 다툰다
회식서 허벅지 닿았다는 신고 — 기억없다면 접촉 자체를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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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회식서 허벅지 닿았다는 신고 — 기억없다면 접촉 자체를 다툰다 

김강희 변호사


회식서 허벅지 닿았다는 신고 — 기억없다면 접촉 자체를 다툰다


사건 개요


부서 회식이 끝난 뒤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습니다. 옆자리에 앉았던 직원이 "회식 중 허벅지를 만졌다"며 신고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접촉을 한 적이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경우입니다. 좁은 테이블에 여러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고, 술잔이 오가고, 사람들이 계속 자리를 옮기며 대화하는 회식 자리 특성상 누군가의 손이나 팔이 스치는 일은 드물지 않은데, 그 순간이 특정한 신체 부위에 대한 의도적 접촉으로 지목된 것입니다.

이런 사건으로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은 "하지 않은 일을 어떻게 증명하느냐"는 것입니다. 흔히 알려진 강제추행 방어는 "접촉은 있었지만 고의가 없었다"거나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접촉 자체는 인정하고 그 의미를 다투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 사안은 그와 다릅니다.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방어의 출발점도 달라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접촉 사실 자체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신고인의 진술 외에 다른 직접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런 구도에서는 좌석 배치와 동석자 진술 같은 정황증거가 사건의 향방을 좌우합니다. 기억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금 남아 있는 물리적 정황부터 서둘러 붙잡아야 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툼이 되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증명책임의 소재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유죄 인정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을 요구하는데, 이는 검사의 몫이지 피고인이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둘째, 신고인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입니다. 대법원은 진술 내용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지 않으며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 이상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데, 뒤집어 말하면 진술의 일관성이 무너지거나 객관적 정황과 모순되면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셋째, 접촉의 물리적 개연성입니다. 좌석 간 거리와 방향, 테이블 형태, 팔이 실제로 닿을 수 있는 자세인지가 접촉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칩니다. 넷째, 목격자와 객관적 자료의 존부입니다. 강제추행죄는 폭행이 상대방의 항거를 불능하게 할 정도일 필요 없이, 기습적인 신체접촉 자체가 폭행이자 추행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이른바 기습추행)이므로, 접촉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다투는 이 단계에서 물증의 비중이 특히 큽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어서, 좌석 배치와 목격자라는 정황증거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신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다툴 수 있는 폭이 달라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좌석 배치와 물리적 정황을 증거로 재구성하기


기억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날 물리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객관적으로 복원하는 것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현장을 재구성합니다.

1) 좌석 배치를 도면으로 남깁니다.

누가 어느 자리에 앉았는지, 테이블이 원형인지 직사각형인지, 신고인과 본인 사이에 다른 사람이나 물건이 있었는지를 동석자들의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도면 형태로 정리합니다. 좌석 배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술이 엇갈리기 쉬운 부분이라, 신고 사실을 인지한 직후 최대한 이른 시점에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좌석 간 거리와 방향이 특정되면, 신고된 접촉이 물리적으로 자연스러운 자세에서 가능했는지를 따질 토대가 생깁니다.

2) 당시의 사진·영상, 결제·주문 내역을 확보합니다.

요즘 회식 자리는 참석자 누군가가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자료가 있다면 신고된 시점 전후의 좌석 배치와 참석자들의 자세, 분위기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식당 결제·주문 내역이나 예약 정보로는 몇 시에 어떤 메뉴가 나왔는지를 특정해 시간대별 타임라인을 세울 수 있고, 식당에 CCTV가 설치돼 있다면 보관 기간이 지나기 전에 신속히 열람·확보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3) 접촉의 물리적 개연성 자체를 검토합니다.

좌석 간격과 신체 방향을 기준으로, 신고된 부위(허벅지)에 손이 닿으려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집니다. 옆이 아니라 대각선으로 앉아 있었다거나,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참석자가 앉아 있었다거나, 테이블 아래 공간이 좁아 그런 각도의 접촉이 부자연스러웠다는 점이 확인되면, 신고된 상황 자체의 개연성을 낮추는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필요하다면 실제 좌석과 동일한 조건에서 현장 실측이나 재현을 통해 이를 뒷받침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목격자와 정황증거로 신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기


물리적 정황을 세운 다음에는, 신고인 진술이 유일한 직접증거로 남는 상황을 그대로 두지 않고 목격자와 정황증거로 그 신빙성을 정면에서 다뤄야 합니다.

1) 동석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합니다.

"나는 못 봤다"는 소극적 진술만으로는 힘이 약합니다. 그 시간대에 동석자가 실제로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 누구와 무슨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신고인의 반응이나 표정에 특이 사항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진술로 남깁니다. 특히 신고인과 가까운 자리에 있던 사람의 진술은, 접촉이 있었다면 자연히 눈에 띄었을 상황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신고인 진술의 시점별 일관성을 대조합니다.

최초 회사 신고 내용, 이후 사내 조사에서의 진술, 수사기관 진술이 있다면 그 내용을 시간 순으로 나란히 놓고 비교합니다. 접촉 부위, 횟수, 시점, 주변 상황에 대한 진술이 단계마다 달라진다면, 그 변화 자체가 진술의 일관성을 흔드는 사정이 됩니다. 대법원은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모순이 없는 이상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 만큼, 반대로 그 일관성이 무너지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작업이 방어의 핵심이 됩니다.

3) 성인지 감수성 원칙의 적용 범위를 정확히 짚습니다.

법원이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 진술의 맥락을 살피는 성인지 감수성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 원칙은 진술을 살피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지, 객관적 정황과 명백히 모순되는 진술까지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앞서 확보한 좌석 배치·목격자 진술이 신고 내용과 어긋나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이 원칙이 사실관계 자체를 다투는 방어를 가로막는 논리가 아님을 명확히 합니다.


결론


접촉 사실 자체를 다투는 사건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좌석 배치에 대한 기억, 동석자들의 인상, 식당의 CCTV 보관 기간은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거나 사라집니다. 신고 사실을 인지한 직후, 무엇을 기록하고 누구의 진술을 남겨 두어야 하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기억이 없다는 사정 자체는 무죄를 뜻하지도, 불리한 사정을 뜻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 물리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좌석 배치와 목격자 진술로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낼 수 있는가가 사건의 향방을 정합니다. 지금 이런 신고를 받은 상황이라면, 무엇을 먼저 확보해야 할지 초기 단계에서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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