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 및 전분당 가격담합 제재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받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26년 전분 및 전분당 시장에서 장기간 가격담합을 벌인 4개 제조사에 대해 총 7,475억 7,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는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이번 사건은 국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자들이 수년간 경쟁을 제한하며 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전분과 전분당은 다양한 식품과 산업재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만큼 국민 생활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전분 및 전분당 가격담합 사건의 내용과 공정위의 판단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분 및 전분당의 쓰임새
전분은 옥수수나 감자 등에서 추출되는 탄수화물 원료이며, 전분당은 전분을 가공하여 만든 물엿, 포도당, 액상과당 등의 감미료를 말합니다. 이들 제품은 과자와 빵, 음료, 맥주 및 주류,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 원재료로 사용됩니다.
즉, 전분 및 전분당 가격은 특정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소비하는 식품 가격과 제조업 생산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담합 참여 사업자 현황
공정위 조사 결과 가격담합에는 대상, 사조씨피케이, 삼양사, 씨제이제일제당이 참여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국내 전분 시장의 약 95.7%, 전분당 시장의 약 86.4%를 점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과점사업자입니다.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자들이 동시에 가격을 결정하면 거래처 입장에서는 사실상 선택권이 사라지고 시장 경쟁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7년 넘게 이어진 장기간 가격담합
이번 담합은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7년 5개월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장기간 반복적으로 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한 점이 과징금 규모가 커진 주요 이유입니다.
특히 원재료인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여러 차례 가격 인상을 공동으로 추진했고, 반대로 원재료 가격이 하락한 시기에는 가격 인하를 늦추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서로 협의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정상적인 가격 경쟁을 사실상 없앤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담합 실행 방식
이번 사건은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임원급 회의에서 가격 인상 방향과 시기를 결정한 뒤, 팀장급 회의를 통해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가격 인상 폭, 적용 시기, 거래처에 제시할 인상 사유, 공문 발송 날짜 및 사업자별 공문 발송 순서까지 사전에 맞추었습니다.
또한 합의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경쟁사 직원이 직접 다른 회사를 방문하여 공문 내용을 확인하거나 우체국까지 함께 가서 발송 여부를 확인하기도 하였습니다.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가격이 아직 오르지 않은 거래처가 있는지 확인하자", "담합 내용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자"는 취지의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속적으로 서로를 감시하기도 했습니다.
거래처를 압박하는 방식도 사용되어
공정위는 이들이 '주관사 제도'를 활용한 점을 확인했습니다. 거래처와 거래 규모가 가장 큰 회사를 주관사로 정하여 가격 협상을 먼저 진행하도록 하고, 다른 회사들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지원한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거래처가 결국 주관사가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결국 거래처는 여러 회사와 협상을 하더라도 실제로는 동일한 가격 수준을 제시받게 되었고,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배경
이번 사건이 역대 최대 과징금으로 이어진 이유는 여러 요소가 동시에 고려되었기 때문입니다.
첫째, 약 7년 5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담합을 지속했습니다.
둘째, 시장점유율이 80~90%를 넘는 과점사업자들이 담합에 참여해 시장 경쟁을 사실상 차단했습니다.
셋째, 전분당은 식품은 물론 제조업 전반에서 사용하는 핵심 원재료이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습니다.
넷째, 가격 인상뿐 아니라 가격 인하까지 공동으로 조정하면서 부당한 이익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다섯째, 가격 협의부터 공문 발송, 거래처 대응, 실행 여부 확인까지 매우 치밀하게 담합이 운영된 점도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공정위는 총 7,475억 7,800만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는 2010년 LPG 담합 사건과 최근 설탕 담합 사건의 과징금 규모를 모두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떤 시정조치를 내렸을까요?
과징금 부과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는
v 담합행위 금지명령
v 사업자별 독자적인 가격 재결정 명령
v 향후 3년간 가격 변경 내역 반기별 보고
v 임직원 대상 공정거래 교육 실시
v 담합 여부 자체 점검 및 보고
v 담합 가담자에 대한 징계 규정 마련
등의 시정조치를 함께 명령했습니다. 또한 검찰의 요청에 따라 해당 법인과 관련 임직원에 대한 고발도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과징금 부과의 차원을 넘어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통제체계를 구축하기 위함입니다.
전분 및 전분당 가격담합 사건은 시장지배력이 큰 기업들이 경쟁을 제한할 경우 소비자와 산업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들이 독립적으로 가격과 거래조건을 결정하도록 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가격담합은 이러한 경쟁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대표적인 위법행위입니다.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경쟁사와 가격 정보를 공유해서는 안 됩니다. 가격은 각 사업자가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공정거래법을 준수하는 내부 관리체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향후 법적 위험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대응책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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