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나 차량 블랙박스, 컴퓨터 등을 “임의제출”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를 순순히 내줘야 하는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죄가 없으니까 그냥 보여줘도 상관없겠지”, “일단 협조하면 나중에 정상참작이라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휴대전화나 자료를 넘기신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출하고 나면, 문제된 사안과 무관한 사적인 대화나 사진까지 함께 열람되거나, 나중에 “본인이 스스로 낸 것이니 문제없다”는 식으로 오히려 불리하게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의제출이 형식적으로는 자발적이라도 실질적으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한 강제성이 개입됐다면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법리를 정교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휴대전화 등 정보저장매체의 경우, 제출받은 정보 중 어디까지를 압수할 수 있는지 그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전원합의체 판례도 나왔습니다.
아래에서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해도 되는지, 거부하면 어떤 절차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미 제출했더라도 되돌릴 방법이 있는지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임의제출은 강제수사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임의수사입니다
제출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수사기관이 아니라 물건을 가진 본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수사에 관하여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수사는 임의수사가 원칙이고, 강제처분은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됩니다.
임의제출의 근거인 형사소송법 제218조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조문 자체가 “임의로 제출한”이라는 문언을 요건으로 삼고 있는 만큼, 강제와는 반대되는 자발성이 전제돼야 합니다.
따라서 수사관이 “협조해 주셔야 합니다”, “제출하지 않으시면 더 불리해집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요청일 뿐 명령이 아닙니다. 거부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처벌되거나 별도의 불이익한 처분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임의제출은 문언 그대로 임의수사이므로, 요구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응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2. 거부해도 불이익은 없지만, 거부 의사는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남겨야 합니다
임의성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검사가 입증해야 할 문제로 남습니다.
거부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 아래 사실상 압박에 밀려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형태가 자주 발생합니다. 겉으로는 스스로 낸 것처럼 보여도, 실질은 강제에 가까운 경우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 지점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임의로 제출된 물건을 압수하는 경우,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즉 제출이 정말 자발적이었는지 다툼이 생기면, 그 입증 책임은 제출한 사람이 아니라 검사에게 있습니다. 다만 이 책임을 실제로 물으려면 “거부했지만 어쩔 수 없이 냈다”는 정황이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유리합니다. 구두로만 거부 의사를 밝히고 끝내기보다, 조서나 확인서에 거부 취지가 기재되도록 요청해 두는 것이 실익이 있습니다.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실이 남아 있어야, 나중에 임의성 없는 제출이었다고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3. 이미 제출했더라도, 혐의와 무관한 정보까지 압수됐다면 위법할 수 있습니다
정보저장매체는 낸 순간 전부가 아니라,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 압수 대상입니다.
휴대전화나 컴퓨터처럼 방대한 개인정보가 담긴 매체를 임의제출했다고 해서, 그 안의 모든 파일이 자동으로 압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범위를 명확히 제한했습니다.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범죄혐의사실의 내용과 성격, 임의제출의 과정 등을 토대로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를 살펴야 하고, 범죄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이 법리에 따르면, 임의제출 당시 문제된 혐의와 무관한 시점·유형의 자료까지 수사기관이 탐색하거나 복제했다면 그 부분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배제를 다툴 수 있습니다. 또한 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전 과정에서 제출자 본인에게 참여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절차적 요건도 함께 요구됩니다.
임의제출은 전자정보 전체가 아니라,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으로 연관된 부분에 한해서만 유효합니다.
4. 거부할지 말지는 혐의의 경중과 남아 있는 다른 증거에 따라 실익이 달라집니다
가벼운 사안은 거부만으로 상황이 정리되기도 하지만, 중대한 사안은 결국 영장으로 이어집니다.
거부한다고 해서 수사 자체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따라 검사의 청구와 법관의 발부를 거쳐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받을 수 있고, 이 경우에는 거부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압수가 이뤄집니다.
다만 법원은 영장을 발부할 때 범죄 혐의를 소명할 자료가 있는지, 그리고 압수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는지를 심사합니다. 혐의를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부족한 경미한 사안이라면 영장 청구가 시도되지 않거나 기각되는 경우도 있어, 거부만으로 사실상 상황이 정리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CCTV, 목격자 진술, 통신내역 등 다른 소명자료가 이미 충분히 확보된 사건이라면, 거부하더라도 곧 영장이 발부돼 결국 강제로 압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 거부의 실익은 결과를 바꾸는 것보다, 확보되는 시간 동안 대응을 준비하고 참여권 등 절차적 권리를 온전히 지키는 데 있습니다.
거부의 실익은 사안마다 다르므로, 남아 있는 증거의 종류와 혐의의 경중을 함께 따져 판단해야 합니다.
5. 임의제출을 거부한 뒤에는 이런 절차로 흘러가고, 그 사이 확인할 것들이 있습니다
거부 직후 정리해 둔 자료가 이후 대응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임의제출을 거부한 이후에는 통상 ①수사기관의 요구와 거부 의사 표명(조서·확인서 기재) → ②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를 거쳐 검찰(수원지방검찰청)에 압수수색영장 신청·청구 → ③법원(수원지방법원)의 혐의 소명 정도 및 필요성·상당성 심사 → ④영장 발부 시 강제 집행, 기각 시 임의제출 없이 사건이 정리되거나 다른 방식의 수사로 전환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임의제출을 요구받았다면, 그 자리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구받은 물건이 정확히 무엇인지(기기 전체인지, 특정 기간·파일인지)와 그 근거가 되는 혐의사실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합니다.
거부할 생각이라면 구두로만 밝히지 말고, 조서나 확인서에 “임의제출을 거부한다”는 취지가 명확히 기재되도록 요청합니다.
이미 제출했다면 제출 경위와 탐색·복제 범위를 정리해,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까지 압수됐는지 변호사와 함께 검토합니다.
이 단계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따라, 이후 재판에서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는지가 크게 달라집니다.
마치며
임의제출 요구는 대개 예고 없이, 조사실이나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옵니다. 당황한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하다 보니,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곧바로 협조하신 분들 입장에서는, 나중에야 혐의와 무관한 자료까지 함께 열람됐다는 사실을 알고 후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일단 거부부터 하신 분들 입장에서도, 거부 의사를 명확한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 정작 임의성을 다퉈야 할 때 근거가 부족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임의제출에 순순히 응한 이후 대응한 사건과, 끝까지 거부하며 영장 단계까지 이어진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이 초기 판단 하나에 따라 이후 결과가 크게 갈리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지금 임의제출을 요구받고 있거나 이미 제출한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찰이 임의제출을 요구하는데 거부하면 저한테 불리하게 작용하나요?
A. 거부 자체가 불리한 정황으로 취급되지는 않습니다. 임의제출은 임의수사이므로 거부는 정당한 권리 행사이고,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혐의가 있다고 추정되지 않습니다.
Q. 현행범으로 체포된 현장에서도 임의제출을 거부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체포 현장이라 하더라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은 자발적 제출을 전제로 하며, 거부 의사를 밝히면 수사기관은 별도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야 합니다.
Q. 이미 휴대전화를 제출했는데, 나중에라도 문제 삼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제출 과정에서 임의성이 부족했거나,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까지 탐색·복제됐다면 해당 부분의 증거능력을 다투거나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Q. 거부하면 결국 영장을 받아서 똑같이 압수하지 않나요?
A.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다른 증거로 혐의를 뒷받침하기 어려운 사건은 영장 청구가 기각되기도 하고, 소명자료가 충분한 사건은 영장이 발부되기도 합니다. 다만 거부를 통해 절차적 권리를 확보하는 실익은 어느 경우든 남습니다.
Q. 임의제출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는 어떻게 표시해야 하나요?
A. 구두로만 말하기보다, 조서나 확인서에 “임의제출을 거부한다”는 취지가 명확히 기재되도록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임의성을 다툴 때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됩니다.
Q. 임의제출 여부를 고민 중인데, 변호사 상담은 언제 받는 게 좋나요?
A. 요구를 받은 그 자리, 즉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한 번 제출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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