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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 혐의 이사 해임, 형사처벌과 별개로 진행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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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 혐의 이사 해임, 형사처벌과 별개로 진행되는 이유 

김상훈 변호사

회사 이사가 거래처와의 계약에서 뒷돈을 받았다거나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돌려썼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경영진과 다른 이사들은 곤혹스러운 선택 앞에 서게 됩니다. 형사 고소부터 해야 할지, 아니면 우선 그 이사를 회사 업무에서 배제하는 게 먼저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아직 수사 결과도 안 나왔는데 해임부터 하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이사 본인이나 그 편에 선 임원의 항변에 부딪히면서 대응 시점을 놓치는 회사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배임 혐의로 인한 이사 해임과 형사처벌은 애초에 목적과 절차, 판단 기준이 전혀 다른 별개의 트랙이며, 형사 절차의 결론을 기다릴 이유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배임 혐의 발생 시 회사가 취할 수 있는 두 갈래 대응

이사에게 배임 혐의가 포착됐을 때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검찰에 고소·고발하거나 수사기관의 인지를 통해 형사처벌을 구하는 절차이고, 다른 하나는 주주총회 결의나 법원에 대한 청구를 통해 그 이사를 회사 경영에서 배제하는 상법상 해임 절차입니다.

두 절차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형사 고소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해임 안건을 상정할 수 있고, 실무에서는 오히려 두 트랙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문제는 많은 회사가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해임할 근거가 생긴다"고 오해해 형사절차만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점입니다. 그 사이 문제의 이사는 계속 대표이사 인감을 쓰거나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유지하게 되고, 추가 손해나 증거인멸의 위험은 고스란히 회사 몫으로 남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이사 해임 요건과 형사 절차가 별개로 진행되는 법적 근거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이사는 언제든지 제434조의 주주총회 결의로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이며, 형사처벌 여부나 유죄 확정 판결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즉 주주총회가 해임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기만 하면, 수사나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해임 자체는 유효하게 성립합니다.

다만 임기가 정해진 이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중 해임하면 회사가 그 이사에게 잔여임기 상당의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 여기서 배임 혐의는 그 자체로 정당한 이유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사정이 됩니다. 법원은 정당한 이유를,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였거나 경영자로서 요구되는 자질·능력이 결여되어 회사와의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된 경우 등으로 폭넓게 인정해 왔습니다. 배임 혐의가 자금 흐름·계약서·내부 품의 누락 등 구체적 정황으로 뒷받침된다면, 형사판결 확정 전이라도 해임의 정당한 이유로 충분히 주장할 수 있습니다.

회사를 지배하는 대주주가 문제의 이사를 감싸 주주총회에서 해임안이 부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가진 주주가 상법 제385조 제2항에 따라 부결일로부터 1개월 내 법원에 그 이사의 해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소송에서 법원은 형사 유죄 여부가 아니라 회사법상 정당한 이유, 즉 해당 이사의 행위가 회사와의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쳤는지를 독자적으로 심리해 판단합니다.

형사절차와 해임절차가 별개로 진행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목적이 다릅니다 — 형사처벌은 국가가 범죄에 대해 형벌권을 행사하는 절차이고, 해임은 회사가 경영 위험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사적 자치의 영역입니다. 둘째, 증명의 정도가 다릅니다 —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 업무상배임은 제356조)가 유죄로 인정되려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지만, 주주총회 결의나 해임 소송에서 정당한 이유를 인정받는 데는 그 정도의 증명력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셋째, 무죄추정의 원칙은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제한하는 형사법 원칙일 뿐, 회사가 신뢰를 잃은 이사를 사적으로 배제할 권한까지 제한하는 것이 아닙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해임 결의부터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임시주주총회 소집과 해임 안건 상정 — 이사회 결의 또는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의 청구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해임 안건을 올립니다. 배임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자금 흐름, 계약서, 품의 기록 등)를 사전에 정리해 두어야 특별결의 통과 가능성과 이후 정당한 이유 주장의 근거를 함께 확보할 수 있습니다.

  •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상법 제407조) 신청 — 해임 결의가 부결되거나 임시총회 소집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 해임의 소 제기를 전제로 법원에 이사의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본안소송 제기 전에도 신청이 가능해, 총회 결의를 기다리지 않고 즉시 그 이사의 권한 행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 형사 고소·고발과 증거 보전 병행 — 배임 혐의를 뒷받침하는 계좌 내역, 계약서, 이메일 등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인멸되거나 흐려지기 쉬우므로, 해임 절차와 별개로 신속히 고소장을 접수하고 증거보전 신청도 함께 검토합니다.

  • 손해배상 청구 병행 검토 — 배임행위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상법 제399조에 따른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제3자에게 손해가 미쳤다면 상법 제401조에 따른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을 함께 검토해 별도로 청구합니다.

  • 소수주주 해임청구 소송 대비 — 대주주가 감싸 안건이 부결되면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1개월 내 법원에 해임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이 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정당한 이유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둡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형사판결을 기다리다 놓치는 회사의 골든타임

배임 혐의가 있는 이사를 그대로 두고 형사판결 확정만 기다리는 사이, 그 이사는 여전히 계약 체결 권한과 회사 인장을 쥐고 있을 수 있고, 문제가 된 거래 관련 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집니다. 형사 재판은 수사부터 1심, 항소, 상고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그 결론을 기다린 뒤에야 해임을 검토하면 이미 회사가 입을 손해는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진 뒤일 수 있습니다.

배임 혐의가 확인됐다면, 형사 절차의 결론을 기다리지 마시고 해임과 직무집행정지 등 회사법상 조치를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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