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 입점해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라면, 어느 날 갑자기 수수료율이 오르거나 노출 순위가 이유 없이 밀려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정산이 계속 늦어지거나, 참여하고 싶지 않은 특가 프로모션에 사실상 강제로 끌려 들어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대부분 플랫폼의 약관·정책 변경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통보되고, 입점업체는 항의해봐야 계정 정지나 노출 차단이라는 더 큰 불이익을 걱정해 참고 넘기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쌓인 불이익은 단순한 감정적인 불만이 아니라, 공정거래법이 정한 거래상 지위남용에 해당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질 수 있는 법적 문제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플랫폼 갑질, 왜 거래상 지위남용으로 다뤄지는가
플랫폼과 입점업체의 관계는 일반적인 거래처 관계와 조금 다릅니다. 입점업체는 그 플랫폼에서 쌓아온 판매 이력·리뷰·검색 노출을 다른 채널로 옮기기 어렵고, 갈아탈 대체 플랫폼을 구하는 데도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계약서상 문구가 대등해 보여도 실제로는 플랫폼이 정책 하나만 바꿔도 입점업체의 매출이 크게 흔들리는 비대칭이 생깁니다.
단순히 계약 조항을 어긴 것이라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다툴 문제입니다. 그런데 거래상 지위남용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우월한 지위 자체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침해했는지를 봅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요구였는지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단순 계약분쟁보다 규율 범위가 넓습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부분은, 아직 플랫폼 갑질만을 정면으로 규율하는 전용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입점업체가 기댈 수 있는 법적 근거는 기존의 공정거래법 일반조항이 중심이 되고, 여기에 플랫폼 규모에 따라 대규모유통업법이 겹쳐 적용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아래에서 이 틀을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거래상 우월적 지위와 5가지 유형, 과징금과 입법 공백
거래상 지위남용은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6호가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입니다. 조문 자체는 짧지만, 실제로 다투는 지점은 "이 플랫폼이 이 입점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는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은 이를 하나의 기준으로 자르지 않고, 계속적 거래관계인지, 입점업체가 그 플랫폼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어느 정도인지, 단기간에 대체 거래선을 확보할 수 있는지, 시장에서 플랫폼이 차지하는 상대적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합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특정 플랫폼에서 나오고 있고, 계약을 끊으면 대체할 판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일수록 우월한 지위가 인정되기 쉬워집니다.
우월한 지위가 인정된다는 전제 위에서, 법이 문제 삼는 행위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뉩니다.
구입강제 — 특정 물류대행업체 이용, 유상 광고상품·포장재 구매 등을 사실상 거부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요구하는 경우
이익제공강요 — 계약에 없던 무상 프로모션 참여, 별도의 판촉비·지원금을 관행처럼 요구하는 경우
판매목표강제 — 특정 판매량이나 매출 목표를 정해두고, 미달 시 노출 순위 하락·계정 제재 등 불이익을 예고하며 사실상 강제하는 경우
불이익제공 — 사전 협의나 충분한 유예기간 없이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하거나, 정산 주기를 늦추거나, 계약에 없던 조건을 새로 부과하는 경우
경영간섭 — 입점업체의 가격 결정, 상품 구성, 타 채널 판매 여부 등에 정당한 사유 없이 개입하는 경우
위반이 인정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행위 중지 등 시정조치와 함께 관련 매출액의 4% 이내(매출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10억 원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제재는 어디까지나 행정·형사 영역이고, 입점업체가 입은 실제 손해를 되돌려받는 것은 별도의 절차라는 점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입법 공백입니다. 배달·오픈마켓·숙박 플랫폼의 갑질을 정면으로 규율하려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른바 온플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2026년 7월에도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됐다가 심사가 8월 이후로 재차 미뤄지는 등 아직 제정되지 못했습니다. 즉 지금 시점에서 플랫폼 입점업체가 쓸 수 있는 실질적인 무기는 기존 공정거래법 일반조항이며, 전용법이 없다는 이유로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다만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플랫폼이 직접 판매대금을 수령·관리하는 구조이고 연간 중개수익 1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 원 이상인 대형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이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해 온 대규모유통업법 적용범위 확대 방향에 따라 상품대금 부당감액 금지·정당한 사유 없는 반품 금지·판매촉진비용 부담 전가 금지 등 더 구체적인 의무를 지는 대규모유통업자로 함께 규율될 여지가 있습니다. 거래 상대방 플랫폼이 이 규모에 해당한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 별도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소지도 함께 짚어볼 실익이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증거 확보부터 신고·조정·손해배상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증거부터 시계열로 정리 — 정산내역서, 수수료·정책 변경 공지, 노출 순위 변동 캡처, 프로모션 강제 참여를 요구한 메시지, 계약서·약관 개정 이력을 날짜순으로 모아둡니다. 나중에 "동의하고 따른 것 아니냐"는 반박을 막으려면 이의를 제기했던 기록도 함께 남겨야 합니다.
내용증명으로 시정 요구 — 문제 된 조치가 다섯 유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짚어 시정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소송 등 법적 절차로 이행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혀 발송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에 증빙자료를 첨부해 관할 지방공정거래사무소 또는 국민신문고·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합니다. 조사가 시작되면 심사보고서 작성까지 통상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고, 신원 노출이 부담스럽다면 익명제보센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분쟁조정 병행 — 공정위 신고와 별개로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에 준하는 효력을 가지므로, 정식 사건 처리를 기다리지 않고도 비교적 빠르게 실질적인 해결에 이르는 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인의 금지청구와 민사 손해배상 — 공정거래법 제108조에 따라 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법원에 침해행위의 금지·예방을 청구할 수 있고, 이미 발생한 손해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으로 별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거래상 지위남용 자체는 3배 배상 대상이 아니라 실손해 배상이 원칙이라는 점은 미리 알아두어야 합니다.
보복조치 가능성도 함께 검토 — 신고·조정신청·조사협조를 이유로 거래정지나 물량 축소 등 불이익을 준다면 이는 별도로 공정거래법 제48조 보복조치 금지 위반이 되고, 이 경우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 신고 이후 보복을 당했다면 오히려 플랫폼 쪽 법적 부담이 더 커진다는 점을 함께 안내해 드립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정산·노출·계약 갑질, 방치하면 굳어집니다
수수료 인상이나 노출 페널티를 그때그때 항의 없이 받아들이다 보면, 나중에는 "이의 없이 따라온 관행이었다"는 반박에 부딪히기 쉽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느낀 시점에 기록을 남기고 대응을 시작하는 것이, 시간이 지난 뒤 정황을 재구성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플랫폼과의 관계에서 부당한 대우를 겪고 계시다면, 지금까지의 정황을 정리해 거래상 지위남용에 해당하는지부터 점검하고, 공정위 신고와 손해배상을 함께 고려한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