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해 접근했다면, 함정수사의 위법성
사건 개요
온라인에서 한정판 운동화나 콘서트 티켓, 게임 아이템 등을 사고파는 중고거래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낯선 구매자에게서 "정말 보내주실 거죠?" 같은 의심 섞인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구매자가 실은 평범한 손님이 아니라, 사이버수사팀 소속 수사관이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의뢰인 J씨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한정판 스니커즈를 판매해 왔습니다. 어느 날부터 유독 한 구매자가 반복해서 접근해 "먼저 입금할 테니 물건부터 보내달라"거나 "이번엔 좀 늦게 보내도 괜찮다"는 식으로 대금 지급과 배송 사이의 간격을 벌리려는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J씨가 그 말을 믿고 배송을 늦추거나 일부 대금 정산을 미룬 순간, 그 구매자는 신분을 밝히며 사이버수사팀 소속 경찰관이라고 알렸고, J씨는 사기 혐의로 입건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에 실제 피해를 신고한 사람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통상의 사기 수사는 피해자의 고소·신고로 시작되지만, 이 사건은 수사기관이 먼저 신분을 감추고 접근해 거래 패턴을 시험한 뒤 그 결과를 근거로 입건한 경우였습니다. J씨 입장에서는 "원래 사기를 칠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라, 상대가 자꾸 이상한 요구를 해서 거기에 맞추다 보니 이런 상황이 됐다"는 억울함이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사기관이 신분을 감추고 접근해 범행을 유도했는지, 그리고 그 유도가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었는지에 따라 사건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적발된 사실 자체보다, 그 적발에 이르게 된 수사 방식이 먼저 검증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수사관의 접근이 이미 진행 중이던 범행의 기회를 포착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범의가 없던 사람에게 새로운 범의를 심어 넣은 것인지— 이른바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의 구분입니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2339 판결). 둘째,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그에 대한 피유인자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종합설 기준에 비추어 이 사건 수사가 상당성의 한계를 넘었는지입니다. 셋째, 애초에 이런 방식으로 신분을 감추고 수사할 법적 근거가 있었는지입니다.
세 번째 지점은 특히 중요합니다. 법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수사기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접근하는 신분비공개수사(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5조의2)와, 사전 허가를 받은 위장 신분으로 수사하는 신분위장수사(같은 법 제25조의3)를 명문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일반 재산범죄 수사에는 그런 근거 규정이 없습니다. 법적 근거 없이 신분을 감추고 손님을 가장해 범행 여부를 시험한 수사라면, 그 자체로 적법절차 원칙에서 벗어났다고 다툴 여지가 커집니다.
이 세 가지가 어떻게 판단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갈립니다. 위법한 함정수사로 인정되면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가 되어 공소기각 판결(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적법한 통상수사로 판단되면 그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는 그대로 유죄의 근거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수사 방식 자체의 위법성을 재구성하기
이런 사건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적발된 행위 자체를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적발에 이르게 된 수사 과정을 되짚는 것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원래 범의가 있었는지, 아니면 유인으로 생겨난 것인지부터 가립니다.
의뢰인의 기존 거래 이력을 전부 확보해, 문제의 구매자를 만나기 전까지 정상적으로 대금을 받고 물건을 보내온 거래가 얼마나 있었는지 정리합니다. 정상 거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문제된 거래에서만 유독 대금·배송 시점을 어긋나게 하려는 유도성 대화가 반복됐다면, 이는 원래 없던 범의를 수사관이 새로 만들어 낸 범의유발형에 가깝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2) 접근 경위와 대화 내용을 시간 순으로 재구성합니다.
채팅 캡처, 통화 녹음이 있다면 그 내역, 입금 시점과 배송 요청 시점의 간격 등을 전부 모아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상대가 몇 번이나 먼저 대금 지급 조건을 바꾸자고 제안했는지, 의뢰인이 처음에는 거절했다가 어떤 말에 마음을 바꿨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면, 종합설이 요구하는 '유인의 경위와 방법', '피유인자의 반응'을 법원 앞에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3) 법적 근거 없는 신분위장이었다는 점을 짚습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와 달리, 재산범죄 수사에는 신분을 감추고 접근하는 수사기법을 명문으로 허용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수사관이 통상적인 임의수사의 한계, 즉 신분을 밝히고 협조를 구하는 방식을 넘어 실제 손님을 가장해 대금까지 지급하며 범행 여부를 시험했다면, 이는 법률의 근거 없이 이루어진 위법한 함정수사로 볼 여지가 커집니다. 이 지점을 정리해 두면, 뒤에 이어지는 공소기각·증거배제 주장의 뼈대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위법성이 인정될 때의 절차적 구제 확보하기
수사 방식의 문제를 밝혀냈다면, 이를 실제 재판 결과로 연결하는 절차가 남습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공소기각 판결을 구합니다.
대법원은 본래 범의가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으로 범의를 유발해 범행에 이르게 한 뒤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하고, 이에 기한 공소제기는 절차가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7362 판결 등). 위법한 함정수사로 인정되면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 자체가 기각됩니다.
2) 공소기각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위법수집증거 배제를 다툽니다.
위장 접근 과정에서 얻은 진술이나 대화 녹취가 적법절차를 어긴 상태에서 수집됐다면, 그 증거능력을 배제해 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사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유도한 진술은 임의성·신빙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이 부분만 따로 떼어 다투는 것도 실익이 있습니다.
3) 공소기각이나 증거배제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도 함께 대비합니다.
법원이 수사 방식을 적법하다고 보더라도, 수사기관의 접근 방식이 통상적이지 않았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정상 거래 이력, 거래 상대방과의 정산 노력, 유인 정황 등을 양형자료로 함께 제출해 최종 결과에서의 불이익을 최소화합니다.
결론
적발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유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적발이 통상적인 수사의 결과인지, 아니면 법적 근거 없이 신분을 감추고 범행을 유도한 결과인지에 따라 사건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과 주고받은 대화, 거래 이력, 입금·배송 시점 하나하나가 나중에는 위법성을 가리는 결정적 자료가 됩니다. 낯선 구매자의 반복된 요구가 석연치 않았다면, 그 정황부터 정리해 이 사건의 수사 방식이 적법했는지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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