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다툼이 일어나면 어느 한쪽이 신고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아이가 먼저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상대방 학생 측에서도 우리 아이를 가해자로 지목하며 맞신고를 하는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처음에는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던 입장이 순식간에 가해자로도 조사받는 처지가 되면서, 어디서부터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다툼의 발단이 애매하거나 서로 주고받은 행위가 얽혀 있는 사안일수록, 학교와 심의위원회가 이를 어떻게 나누어 판단하는지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대응 시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쌍방 신고가 발생하는 이유와 조사의 시작점
학교폭력 사안에서 '쌍방'이라는 표현은 법률 용어가 아니라 실무에서 관행적으로 쓰는 말입니다. 한쪽이 먼저 신고를 접수하면 학교는 지체 없이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신고당한 학생 측이 "나도 맞았다", "나도 그 전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며 별도로 신고서를 제출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맞신고는 일회성 몸싸움처럼 서로 주먹을 주고받은 경우뿐 아니라, 장기간 이어진 갈등 관계에서 그동안 쌓인 서운함이나 괴롭힘까지 함께 문제 삼으면서 나오기도 합니다. 어느 경우든 학교는 먼저 접수된 신고와 나중에 접수된 신고를 하나의 사안으로 묶어 조사하되, 행위 자체는 각각 별개로 취급합니다. 즉 처음 신고한 쪽이 자동으로 피해자 지위를 확정받는 것이 아니고, 나중에 맞신고한 쪽도 그 신고 내용이 사실로 인정되면 동일한 절차 안에서 가해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은, 맞신고가 접수되는 순간부터 우리 아이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조사 대상(상대방이 가해자로 지목한 쪽)이라는 이중적 지위에 놓인다는 점입니다. 진술 하나, 제출한 자료 하나가 내 피해를 입증하는 자료이자 상대의 가해 주장에 대한 반박 자료로 동시에 쓰이므로, 초반부터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행위별 개별 판단과 조치 기준 다섯 가지 요소
학교폭력예방법에는 '쌍방 신고 사안을 어떻게 처리한다'는 별도 규정이 없습니다. 대신 학교의 전담기구가 접수된 신고 전부를 하나의 사안번호 아래 묶어 조사하되, 각 학생의 행위는 서로 독립적으로 평가합니다. 상대방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사정은 내 행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참고자료는 될 수 있어도, 그 자체로 내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학교장이 사안을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는 요건은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의2에 정해져 있는데, ①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가 없을 것 ②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시 복구되었을 것 ③ 지속적인 학교폭력이 아닐 것 ④ 신고·진술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닐 것, 이 네 가지를 모두 충족하고 피해학생 및 보호자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아야 합니다. 쌍방 사안에서는 한쪽 행위는 이 요건을 전부 충족하는데 다른 쪽 행위는 진단서가 발급되는 등 요건을 벗어나는 경우가 흔해, 같은 사안 안에서도 한쪽만 자체해결되고 다른 쪽만 심의위원회에 회부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심의위원회 단계로 넘어가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에 따라 서면사과(1호)부터 퇴학(9호)까지 아홉 단계로 나뉘고, 어느 조치를 선택할지는 시행령이 정한 심각성·지속성·고의성·가해학생의 반성 정도·화해 정도 다섯 가지 요소를 항목별로 점수화해 합산한 결과로 결정됩니다. 쌍방 사안에서 실무상 자주 문제 되는 부분이 바로 고의성과 심각성 판단에서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라는 발단 경위입니다. 먼저 시비를 걸거나 도발한 쪽, 물리력의 정도가 더 컸던 쪽, 이전에도 비슷한 행위를 반복한 쪽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점수가 매겨지는 경향이 있어, 발단 경위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 비교일 뿐, 상대방의 조치가 무겁다고 해서 내 조치가 자동으로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 가지 요소는 각각 4단계로 평가되어 합산되는데, 총점이 낮을수록 서면사과·교내봉사 같은 경미한 조치(1~3호)에 그치고, 총점이 높을수록 출석정지·학급교체를 넘어 전학·퇴학(7~9호)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먼저 시비를 걸지 않았고 단발성 다툼이었으며 즉시 사과하고 화해에 응한 학생과, 먼저 도발했고 이전에도 비슷한 갈등이 반복됐으며 조사 과정에서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학생은, 같은 사안에서 나온 조치라도 호수 차이가 상당히 벌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쌍방 사안일수록 "누가 먼저 신고했는가"보다 "각자의 행위가 다섯 요소에서 어떻게 평가되는가"가 실제 결과를 가릅니다.
몸싸움이 오간 사안이라면 형법상 폭행죄·상해죄에 해당할 여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와 형사 절차는 서로 별개로 진행되므로, 심의위원회 조치와 별도로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이나 형사 입건 절차가 진행될 수 있고, 쌍방이 서로를 고소한 경우라면 양쪽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게 됩니다. 심의위원회 조치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2020년 법 개정으로 기존 재심 제도는 폐지되고 행정심판으로 불복 절차가 일원화되었습니다.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처분이 있었던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다투기 어려워지므로 조치 통보를 받는 즉시 기한을 확인해야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조사 초기부터 심의위원회까지 챙겨야 할 것들
실제 대응은 다음 순서로 이루어집니다.
발단 경위부터 시간순으로 정리 — 누가 먼저 어떤 행위를 했는지, 그 전후 상황을 문자메시지·SNS 대화·목격자 진술·CCTV 등 객관적 자료와 함께 시간순으로 정리해 둡니다. 조사가 시작된 뒤에야 기억을 더듬어 정리하면 진술이 흔들리기 쉬우므로, 신고 직후부터 자료를 모아야 합니다.
확인서·진술서 작성은 신중하게 — 전담기구 조사 단계에서 작성하는 확인서는 이후 심의위원회 심의 자료로 그대로 쓰입니다. 감정적으로 서술하기보다 사실관계 위주로, 나중에 상대측 진술과 대조됐을 때 모순이 없도록 작성해야 합니다.
자체해결 요건 충족 여부를 먼저 점검 — 내 아이의 행위가 진단서·재산피해·지속성·보복행위 네 요건을 충족한다면, 상대측 보호자와의 관계를 감안해 자체해결로 마무리할지, 심의위원회로 넘길지를 판단합니다. 다만 상대방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자체해결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심의위원회 의견서에서 다섯 요소별로 유리한 사정 소명 — 심각성·지속성·고의성·반성 정도·화해 정도 각 항목마다 뒷받침할 자료를 따로 준비합니다. 즉시 사과 의사를 밝혔거나 치료비를 부담한 사실, 이후 접촉을 피한 사실 등은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에서 유리하게 반영될 수 있습니다.
형사 절차 병행 가능성 대비 — 상대측이 별도로 고소했거나 폭행·상해로 입건될 가능성이 있다면, 심의위원회 대응과 별개로 소년부 송치나 형사 절차에 대비한 법률 조력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조치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기한 안에 행정심판 — 통보받은 조치가 사실관계나 양형 기준에 비추어 과하다고 판단되면,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을 청구해 다툴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쌍방 신고일수록 빠른 자료 확보가 관건
쌍방 신고 사안은 "내가 피해자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안심하고 있다가, 뒤늦게 맞신고 사실을 통보받고서야 대응을 시작하는 경우 가장 불리해집니다. 발단 경위를 뒷받침할 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조사 초반에 소홀히 작성한 확인서는 이후 정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내 아이가 피해자인 부분과 조사 대상이 된 부분을 함께 놓고 다섯 가지 판단 요소별로 자료를 준비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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