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 이행청구서 받았다면 — 보증인의 항변법
사건 개요
3년 전, A씨는 오래 알고 지낸 지인 B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B씨가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확장하며 은행에서 사업자대출을 받는데, 대출 한도를 5천만 원까지 늘리려면 연대보증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B씨는 "형식적인 서류일 뿐"이라며 은행 창구에서 몇 장의 서류에 서명을 받아 갔고, A씨는 정확히 채권최고액이 얼마로 적혔는지, 보증기간이 언제까지인지도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채 서명해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B씨의 사업은 매출 부진으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대출 원리금 연체가 이어지다 결국 폐업했습니다. B씨는 개인회생을 신청해 변제계획인가를 받았고, 소득의 일부를 몇 년에 걸쳐 변제한 뒤 나머지는 면책받는 구조로 절차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A씨는 "B가 회생 절차를 밟고 있으니 나도 곧 정리가 될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 뒤 은행으로부터 원금과 연체이자를 합쳐 5,8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보증채무 이행청구 소송의 소장을 송달받았습니다.
A씨는 당혹스러웠습니다. "주채무자가 회생 절차로 빚을 정리하고 있는데 왜 나한테 전액을 청구하느냐", "내가 서명한 서류에 정확히 뭐라고 적혀 있었는지도 기억이 흐릿하다"는 것이 A씨의 심경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연대보증인은 주채무자의 회생·면책과 별개로 보증계약상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그 책임의 '범위'와 '한도'는 보증계약이 어떻게 체결되었는지, 그리고 주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 어떤 항변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실제로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이 보증이 서면에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으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계속적 거래에서 발생할 채무를 담보하는 근보증이라면 채무의 최고액이 서면으로 특정되어 있는지입니다(민법 제428조의2,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6조). 둘째, 보증기간이 계약서에 명확히 정해져 있는지, 정해지지 않았다면 그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입니다(같은 법 제7조). 셋째, A씨의 보증이 연대보증인지 아닌지에 따라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항변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민법 제437조). 넷째, B씨가 채권자인 은행에 대해 가지고 있는 항변이나 이미 변제한 부분을 A씨가 원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B씨의 개인회생 면책이 A씨의 책임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입니다(민법 제433조, 채무자회생법 제625조).
이 네 가지는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하나라도 놓치면 갚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은 감정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계약서와 대출 내역을 항목별로 뜯어보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보증계약의 성립과 범위 자체를 다투어 책임의 입구를 좁히기
보증채무 이행청구를 받으면 대부분 "얼마를 어떻게 갚아야 하나"부터 고민하지만,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이 보증계약이 애초에 유효하게, 그리고 어느 범위까지 성립했는가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계약 자체를 점검합니다.
1) 서면 요건과 근보증 채권최고액의 특정 여부를 확인합니다.
보증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의사가 표시되어야 효력이 생기고, 전자적 형태의 의사표시만으로는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민법 제428조의2). 나아가 계속적 거래에서 발생하는 채무를 담보하는 근보증이라면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해야 하며, 이를 특정하지 않은 근보증계약은 효력이 없습니다(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6조). 은행에서 급하게 서명한 서류라 하더라도 실제 원본 계약서를 발급받아 채권최고액 기재란이 공란이거나 사후에 채워 넣은 흔적이 있는지, A씨의 서명이 실제 필적과 일치하는지를 먼저 대조합니다.
2) 보증기간을 확정해 책임의 시간적 범위를 제한합니다.
보증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보증은 그 기간을 3년으로 봅니다. 갱신 절차 없이 3년이 지난 뒤에 새로 발생한 채무까지 A씨가 책임질 이유는 없습니다(같은 법 제7조). 대출 실행일과 연체가 본격화된 시점, 원리금이 불어난 경위를 시계열로 정리해, 청구 금액 중 보증기간 밖에서 발생한 이자·연체가산금이 섞여 있지 않은지를 대조합니다.
3) 연대보증 여부와 그 문언을 다시 확인합니다.
연대보증인에게는 먼저 주채무자에게 청구하고 집행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민법 제437조 단서). 반대로 계약서 어디에도 '연대'라는 표시 없이 단순보증으로 체결됐다면, A씨는 B씨의 변제자력과 집행의 용이성을 증명해 먼저 B씨에게 청구할 것을 항변할 수 있습니다. 이 한 글자 차이가 소송의 진행 순서와 심리적 부담을 크게 바꾸므로, 계약서 문언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주채무자의 항변을 원용해 책임액을 줄이고, 이후 구상 경로를 준비하기
계약 자체가 유효하고 A씨가 연대보증인이라는 사실이 확정되더라도, 청구된 금액 전부를 그대로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B씨의 사정과 권리를 A씨의 방어에 끌어와 실질 책임액을 좁히는 작업을 합니다.
1) 개인회생 면책의 한계를 정확히 확인하고, 실제 변제분은 공제받습니다.
개인회생절차에서 채무자가 받는 면책은 보증인 그 밖에 채무자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한 채권자의 권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625조 제3항). 즉 B씨가 면책을 받아도 A씨의 보증채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다만 B씨가 변제계획에 따라 실제로 은행에 변제한 금액이 있다면 그만큼은 주채무 자체가 소멸한 부분이므로, A씨가 부담할 채무액에서도 당연히 공제되어야 합니다. 개인회생 사건기록을 확보해 변제계획상 상환 스케줄과 실제 납입 내역을 대조하는 것이 이 지점의 실무입니다.
2) B씨가 은행에 대해 가진 다른 항변과 상계권을 원용합니다.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항변으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주채무자가 그 항변을 스스로 포기했더라도 보증인에게는 효력이 없습니다(민법 제433조). 또한 주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 가진 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보증인도 그 상계권을 원용해 대항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434조). 대출 원리금 산정에 오류가 없는지, 연체이자율이 약정 상한을 넘지 않았는지, B씨가 은행에 대해 별도로 가진 예금·채권이 있는지를 확인해, 청구 금액 자체를 줄일 근거로 씁니다. 아울러 B씨에게 채권자에 대한 취소권·해제권·해지권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A씨도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점(민법 제435조)까지 함께 점검합니다.
3) 변제 이후를 대비해 구상권 확보 자료를 미리 갖춰 둡니다.
다투어도 결국 일부를 A씨가 대신 변제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A씨는 B씨의 부탁으로 보증인이 된 자로서 변제한 금액에 대해 B씨에게 구상할 권리를 가집니다(민법 제441조). 다만 B씨가 이미 개인회생 중이라 실제 회수가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지급 시점과 금액을 정확히 기록해 두어 향후 B씨의 사정이 나아졌을 때 구상권을 행사할 근거를 지금부터 남겨 둡니다.
결론
보증채무 이행청구서는 받는 순간 막막하지만, 청구된 금액이 곧 확정된 책임액은 아닙니다.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서면이 요건을 갖췄는지, 보증기간이 지나지는 않았는지, 주채무자가 가진 항변을 함께 끌어올 수 있는지에 따라 실제로 갚아야 할 금액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주채무자가 회생·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보증인의 책임이 저절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지금 보증채무 이행청구를 받으셨거나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면, 계약서와 대출 내역을 놓고 책임의 범위를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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