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검사 양성, 투약 횟수까지 유죄로 인정될까
모발검사 양성, 투약 횟수까지 유죄로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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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도박

모발검사 양성, 투약 횟수까지 유죄로 인정될까 

김강희 변호사


모발검사 양성, 투약 횟수까지 유죄로 인정될까


사건 개요


경찰 조사를 받다가 모발을 채취당했는데, 얼마 뒤 "필로폰 양성"이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는 통보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수사기관은 감정서 한 장을 근거로 "최근 몇 개월간 수회에 걸쳐 투약했다"는 식으로 공소사실을 구성하고, 의뢰인은 "한두 번은 인정하지만 그렇게 여러 번 한 적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실제로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 하나로 투약 시기와 횟수까지 단정하는 사건이 상당히 많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정확히 몇 번 투약했는지 기억이 흐릿한 경우가 많은데, 공소장에는 마치 확정된 사실처럼 "OO경부터 OO경까지 수회"라는 문구가 적힙니다. 여기서 의뢰인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모발감정은 양성 여부는 알려주지만, 그 자체로 정확한 투약 횟수를 증명하는 검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다투는지가 사건의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모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해서 검사가 기재한 투약 횟수와 기간이 그대로 유죄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 방법의 과학적 한계와 공소사실 특정 요건을 정확히 짚어내면, 인정 범위를 좁히거나 절차적으로 다툴 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은 크게 네 갈래에서 승패가 갈립니다. 첫째, 모발의 구간별 농도 분석만으로 "몇 회" 투약했는지까지 과학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지입니다. 둘째, 공소장에 범행 시일을 특정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의 요건을 모발감정에 기초한 개괄적 기재가 충족하는지입니다. 셋째, 소변감정과 모발감정은 검출 가능 기간이 전혀 달라 법원이 특정성을 보는 기준도 다르다는 점입니다. 넷째, 투약죄는 투약할 때마다 별개의 범죄가 성립하므로, 횟수를 부풀린 채 뭉뚱그려 기소된 부분이 죄수 산정과 양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입니다.

이 네 지점은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감정의 한계를 짚어내지 못하면 공소사실 특정을 다툴 근거 자체가 흐려지고, 특정 여부를 다투지 못하면 죄수·양형 단계에서도 개괄적으로 기재된 횟수가 그대로 굳어져 버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모발감정의 한계와 공소사실 특정을 함께 다투기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감정서와 공소장의 간극입니다. 감정 결과가 실제로 무엇을 말해 주는지, 공소장은 그것을 어디까지 부풀려 옮겼는지를 대조하는 데서 방어가 시작됩니다.

1) 감정 방법 자체의 한계를 짚습니다.

국내 감정기관은 통상 모발 50올 안팎을 채취해 3㎝ 단위로 구간을 나누어 성분 농도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약 가능 시기를 대개 2~3개월 단위로 추정합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이 구간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투약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일 뿐, 그 구간 안에서 정확히 몇 회 투약했는지를 직접 산출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모발 성장 속도는 사람마다, 채취 부위마다 편차가 있어 구간과 실제 투약 시점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감정서에 "추정" "가능성"이라는 표현이 쓰인 부분과 그 산출 근거를 감정서 원문에서 직접 확인해 다툼의 재료로 삼습니다.

2) 공소사실 특정 요건 위반을 지적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은 공소사실에 범죄의 시일·장소·방법을 명시해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특정하라고 정합니다. 대법원은 2012. 4. 26. 선고 2011도11817 판결에서, 피고인이 투약 사실을 다투는 상황에서 모발감정 결과로 추정한 투약가능기간을 그대로 "OO경"이라는 개괄적 범행시기로 옮겨 적은 공소사실은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로 모발감정에 기초한 투약가능기간 추정은 수십 일에서 수개월에 걸치는 경우가 많아 그 기간 동안 여러 차례 투약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이를 그대로 범행시기로 기재하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준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공소장의 범행시기 기재가 이 판례가 문제 삼은 형태와 닮아 있는지를 확인해, 특정성 흠결을 다투는 근거로 씁니다.

3) 소변감정 사건과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구분합니다.

법원은 그동안 소변감정에 기초한 개괄적 기재는 비교적 특정을 인정하고, 모발감정에 기초한 개괄적 기재는 특정을 부인하는 쪽으로 갈리는 경향을 보여 왔습니다. 소변감정은 비교적 최근의 1회성 투약 여부를 짧은 기간 안에서 확인하는 데 유리한 반면, 모발감정은 애초에 장기간에 걸친 가능성만 추정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이나 검사가 두 감정 방법의 이 같은 성격 차이를 흐리고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려 할 때, 그 차이를 명확히 짚어 방어논리를 세웁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자백 의존과 죄수 산정을 검증하기


감정만으로 횟수를 특정할 수 없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수사기관이 왜 진술에 크게 의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단계에서는 진술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것이 죄수·양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함께 점검합니다.

1) 진술로 채워진 횟수의 임의성·신빙성을 확인합니다.

모발검사만으로 정확한 횟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실무상 피의자 진술에 기대어 "수회" 혹은 구체적 횟수를 공소사실에 담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초기 진술과 후속 조사에서의 진술이 일치하는지, 반복된 추궁이나 유도성 질문 속에서 횟수가 점점 늘어난 정황은 없는지를 조사기록 전체를 통해 대조합니다. 자백에 임의성·신빙성이 부족하다면 그 부분은 공소사실에서 걷어 내야 할 대상입니다.

2) 매 투약이 별개 범죄라는 원칙을 방어에 그대로 적용합니다.

마약류 투약죄는 투약할 때마다 별개의 범죄가 성립해 서로 실체적 경합 관계에 놓이는 구조입니다. 그런데도 공소장이 특정 시점을 밝히지 못한 채 "여러 차례"로 뭉뚱그려 놓으면, 정작 어느 행위가 실제로 입증된 것인지 불분명한 상태로 죄수와 양형이 산정될 위험이 있습니다. 감정과 진술로 구체적 일시가 뒷받침되는 행위와 그렇지 못한 행위를 나누어, 후자가 전자와 함께 뭉뚱그려 인정되지 않도록 개별 행위 단위로 쪼개어 다툽니다.

3) 인정 범위와 다투는 범위를 분리해 대응합니다.

실무에서는 1회 투약 사실 정도는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횟수는 다투는 사안이 적지 않습니다. 이 경우 인정 부분과 다투는 부분을 처음부터 명확히 구분해 진술하지 않으면, 다투는 부분까지 인정 부분의 신빙성에 묻혀 함께 불리하게 평가되기 쉽습니다. 감정 결과와 진술 중 확실히 뒷받침되는 범위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별도로 다툰다는 점을 조사 단계부터 일관되게 밝혀 둡니다.


결론


모발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으면 대부분 그 자리에서 위축되어, 공소장에 적힌 기간과 횟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모발감정은 장기간에 걸친 가능성을 추정하는 검사일 뿐, 그 자체로 정확한 투약 횟수를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감정서가 실제로 무엇을 말해 주는지, 공소장의 범행시기 기재가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지, 그리고 진술로 채워진 횟수가 얼마나 신빙성 있게 확보된 것인지를 함께 짚어 보아야 결과가 달라집니다. 감정 결과 통보를 받았거나 이미 공소장을 받아 든 상황이라면, 그 문서들을 가지고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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