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에서 나온 지적사항 한두 줄이 어느 순간 임무위배, 즉 "배임" 고소·고발장으로 둔갑해 돌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계처리 방식이 다소 보수적이지 않았다거나 내부통제 절차가 미비했다는 지적이, 새 경영진이나 채권자·주주 등의 손에서 "고의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정작 감사인은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했을 뿐, 누군가에게 형사상 고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한 것이 아닌데도, 수사기관 문턱에서는 이 구분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특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정도로 금액이 크다면, 조사 초기부터 방어 논리를 세워두지 않으면 절차가 예상보다 빠르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외부감사 지적사항이 배임 혐의로 번지는 경위
외부감사(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사)는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가 매년 받는 절차로, 감사인은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맞게 작성됐는지를 살펴 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네 가지 중 하나로 의견을 냅니다. 이 의견이 변형되지 않아도 감사보고서에는 강조사항·기타사항이라는 이름으로 별도 지적이 남을 수 있는데, 이는 특정 거래의 회계처리 근거가 다소 미흡하다거나 내부통제 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기재일 뿐, 그 자체가 누군가의 형사책임을 판단한 결과가 아닙니다.
문제는 이 지적사항이 회사 내부, 특히 경영진이 교체되거나 채권자·투자자가 손실을 떠안은 상황에서 "누군가의 책임"을 찾는 자료로 쓰이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신임 경영진 입장에서는 전임자가 내린 결정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낳았다면, 그 결정 과정을 되짚어 "임무를 위배했다"는 결론으로 몰아가기 쉽습니다. 여기에 감사보고서의 지적사항이 "증거"처럼 인용되면, 실제로는 회계처리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에 불과한 사안도 형사 고발장에서는 손해를 예견하고도 방치한 배임 행위로 재구성됩니다.
고발을 당한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이었고, 결과가 나쁘게 나온 것과 애초에 손해를 끼칠 의도로 행동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사 초기 단계에서 이 차이를 명확히 소명하지 못하면, 감사 지적사항이라는 "객관적 자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가 예상보다 오래, 예상보다 넓은 범위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임무위배·고의·손해액, 배임죄를 가르는 세 갈래
업무상배임죄(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자신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해야 합니다. 이 네 요건 중 하나라도 증명되지 않으면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데, 외부감사 지적사항만으로는 이 중 어느 것도 저절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것은 고의입니다. 대법원은 업무상배임죄의 고의에 관해, 자신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얻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나아간 경우에 한하여 고의를 인정해야 하며, 그런 인식 없이 결과만 나쁘게 나왔다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5도602 판결). 감사 지적사항은 통상 사후적으로 "이 처리 방식은 근거가 부족했다"는 회계적 평가일 뿐, 그 결정을 내리던 당시 손해를 예견하고도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고의를 곧바로 보여주지 못합니다.
여기서 경영판단의 원칙이 실질적인 방어 논리로 작동합니다. 판례는 경영에는 본래 위험이 내재해 있어 경영자가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 이익에 부합한다는 믿음으로 신중하게 내린 판단이 결과적으로 손해로 이어졌다 해도, 그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사업의 내용, 당시 회사가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의도적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는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적사항이 지목한 거래가 이런 정상적인 경영판단의 범위 안에 있었다는 점을 자료로 재구성할 수 있다면, 고의 자체가 부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손해액, 그리고 이를 근거로 한 이득액 산정도 별개의 쟁점입니다. 배임으로 취득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중되므로, 검찰이 어떤 기준으로 이득액을 산정했는지가 형량의 문턱을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감사 지적사항에 나온 수치를 그대로 "손해액"으로 원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회계상 평가손실이나 잠재적 리스크로 언급된 금액과 형법상 확정적으로 인정되는 재산상 손해는 산정 근거와 기준 시점이 다를 수 있어, 이 차이를 짚는 것만으로도 가중처벌 구간 자체가 흔들리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감사보고서 자체의 성격도 놓치면 안 됩니다. 감사인은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네 가지 중 하나로 의견을 내는데, 지적사항 대부분은 의견 자체를 바꾸지 않는 강조사항·기타사항 형태로 기재됩니다.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유지된 상태에서 특정 거래만 강조사항으로 언급됐다면, 이는 재무제표 전체의 신뢰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문제된 거래에 대해서도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 "정보이용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부연"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지적사항의 무게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채로 수사기관에 전달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감사 지적사항을 무혐의로 뒤집는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 사건에서는 다음 순서로 방어 논리와 자료를 준비합니다.
감사보고서 원문과 지적사항의 성격부터 정확히 구분 — 감사의견이 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중 무엇이었는지, 문제된 사항이 감사의견을 바꾼 사유인지 아니면 강조사항·기타사항에 그친 것인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지적사항이 감사의견을 바꾸지 않은 수준이라면, 이를 임무위배의 핵심 근거로 삼기 어렵다는 점을 초기 의견서에서부터 명확히 짚어야 합니다.
의사결정 당시 자료로 경영판단의 정당성 재구성 — 이사회 의사록, 품의서, 외부 자문 의견, 당시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 등을 모아, 그 결정이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합리적 정보에 기반해 신중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결과가 나빴다는 사후적 평가와 결정 당시의 판단 과정을 분리해서 제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손해액·이득액 산정 근거를 별도로 반박 — 감사 지적사항의 수치가 형법상 손해액과 동일한 기준으로 산정된 것인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회계·재무 전문가의 검토 의견을 받아 산정 근거·시점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의 경계에 걸쳐 있는 사안이라면 이 작업만으로 적용 법조 자체가 바뀔 수 있습니다.
수사 초기에 불기소 취지 의견서 제출 — 고의와 임무위배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리, 경영판단의 원칙에 해당한다는 사정, 손해액 산정의 문제점을 정리한 의견서를 수사 초기 단계에 제출해, 사건이 기소 쪽으로 방향을 잡기 전에 쟁점을 선점합니다. 조사 단계에서 소명이 늦어질수록 이미 형성된 혐의 심증을 뒤집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듭니다.
필요시 압수수색·계좌추적 등 강제수사 대응까지 준비 — 특경법이 적용될 정도의 금액이 걸린 사안에서는 압수수색이나 금융계좌 추적이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료 제출 범위와 진술 방향을 사전에 정리해 두어야 조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지적사항을 그대로 두면 혐의로 굳어집니다
외부감사 지적사항은 그 자체로 형사책임을 확정 짓는 판단이 아니지만, 아무런 소명 없이 시간이 흐르면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객관적 지적사항이 있었다"는 사실만 남아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굳어지기 쉽습니다.
감사보고서의 정확한 성격을 짚고, 경영판단 당시의 자료를 정리하고, 손해액·이득액 산정 근거를 다시 따지는 작업은 이를수록 유리합니다. 외부감사 지적사항만으로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면, 지금 이 세 가지 지점부터 짚어보시고 대응 방향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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