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계약을 체결할 때 가맹본부로부터 "이 지역엔 추가로 매장을 내지 않겠다"는 취지의 상권보호약정을 받아두는 가맹점사업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몇 년 지나고 나면 걸어서 몇 분 거리에 같은 브랜드의 신규 매장이 문을 여는 일이 실제로 자주 벌어집니다. 매출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데 본부에 항의하면 "거리가 충분히 떨어져 있다", "상권 자체가 다르다"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두 항의만 반복하다 보면 정작 받아낼 수 있었던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입증하기 어려워집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상권보호약정의 실체와 침해 여부가 갈리는 지점
상권보호약정은 계약서에 별도 명칭으로 적혀 있든 아니든, 실질은 가맹사업법이 가맹본부에게 지우는 영업지역 설정·준수 의무를 계약서 문구로 구체화한 것입니다. 가맹점사업자가 실제로 겪는 침해 유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본부가 직영점을 인근에 새로 여는 경우와, 다른 신규 가맹점을 인근에 개설시키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가맹점사업자들이 흔히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몇 미터 이상 떨어지면 문제없다"는 식의 절대적인 거리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침해 여부는 수요층의 지역적·인적 범위, 취급 품목, 영업 형태와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하며, 심지어 계약서에 영업지역이 명시적으로 설정돼 있지 않았더라도 기존 가맹점의 본질적인 판매지역을 침해하는 행위 자체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약정서에 도면이 없다"거나 "구체적 반경이 안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본부가 책임을 피해가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가맹사업법 제12조의4와 정당화 요건 세 가지
이 문제를 규율하는 핵심 조문은 가맹사업법 제12조의4(부당한 영업지역 침해금지)입니다. 제1항은 가맹본부가 계약 체결 시 영업지역을 설정해 계약서에 기재하도록 하고, 제3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계약기간 중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동일 업종의 직영점이나 계열회사 점포·가맹점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실제 사건에서도 이 기준이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5151131 판결은 기존 가맹점에서 불과 200미터 옆에 경쟁 점포를 개설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영업지역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고, 서울고등법원 2019. 8. 16. 선고 2018나2060411 판결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 직영점을 설치한 행위가 제12조의4 제3항 위반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 조항 위반이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업지역 변경·신규 출점이 위법하지 않으려면 다음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시기적 요건 — 계약기간 중 침해는 원칙적으로 위법이고, 최초 계약 체결 과정이나 갱신 과정에서만 변경 여지가 있음
사유의 정당성 — 상권의 급격한 변화 등 시행령이 정한 사유가 실제로 있어야 함
합의 — 기존 가맹점사업자와 실제로 협의해 동의를 받았어야 함
세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본부의 신규 출점은 위법한 영업지역 침해로 남습니다. 이때 손해배상의 법적 근거는 상권보호약정 자체를 계약 위반으로 보는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가맹사업법 제12조의4 위반을 불법행위로 구성하는 민법 제750조 및 가맹사업법 제37조의2 제1항이 함께 검토됩니다. 다만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같은 법 제37조의2 제2항이 정하는 손해액의 3배 이내 배상(징벌적 손해배상)은 허위·과장 정보제공(제9조 제1항), 불공정거래행위 중 일부(제12조 제1항 제1호), 보복조치 금지(제12조의5) 위반에 적용되는 것이고, 영업지역 침해(제12조의4)는 이 확대배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즉 실제로 발생한 손해액 그대로를 청구·입증하는 구조라는 점을 처음부터 정확히 알고 접근해야 합니다.
손해액은 통상 침해 전후의 매출 변동을 비교하거나, 인근 유사 상권의 동종 매장 평균 매출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일실이익을 산정합니다. 예를 들어 신규 매장 개설 이전 6개월 평균 월매출과 개설 이후 6개월 평균 월매출의 차이에 통상적인 영업이익률을 곱해 침해 기간 동안의 손해를 계산하는 식입니다. 이 계산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POS·카드매출 자료, 국세청 신고 매출자료처럼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수치가 뒷받침돼야 하며, 단순히 "체감상 줄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증거 확보부터 조정·소송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무에서는 다음 순서로 진행합니다.
영업지역·상권보호 범위부터 확정 — 가맹계약서와 정보공개서를 다시 확인해 상권보호약정의 문구, 영업지역 도면·반경이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 먼저 확정합니다. 명시적 약정이 없더라도 본질적 판매지역 침해 법리로 다툴 여지가 있으므로, 약정이 없다고 곧바로 포기할 사안은 아닙니다.
침해 사실과 매출 감소 자료 동시 확보 — 신규 매장의 위치·개설일·상호, 등기부·사업자등록 정보 등 침해 사실 자료와 함께, 신규 매장 개설 전후 최소 6개월씩의 매출 자료를 확보해 두어야 손해액 산정의 기초가 됩니다.
내용증명으로 시정 요구 — 침해 사실과 근거 조문, 요구 사항(개설 중단 또는 손해배상)을 명시해 발송합니다. 이후 소송에서 본부가 침해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정황 증거로도 쓰입니다.
분쟁조정 병행 —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가맹사업거래 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시정조치·과징금 절차를 함께 활용할 수 있습니다. 조정은 소송보다 빠르고 비용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조정 불성립 시 손해배상청구소송 — 조정이 결렬되면 민사소송으로 넘어가며, 신규 매장 운영이 계속돼 손해가 누적되는 상황이라면 영업금지 가처분도 함께 검토합니다. 이때 앞서 확보한 매출 비교 자료가 손해액 입증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매출 자료부터 지금 정리해야 하는 이유
상권보호약정 위반은 시간이 지날수록 두 가지가 함께 불리해집니다. 신규 매장이 자리를 잡을수록 손해 규모 자체가 커지는 한편, 침해 이전 매출 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가 어려워져 정작 손해액을 입증할 근거가 흐려집니다.
인근에 신규 매장이 생겨 매출이 흔들리고 있다면, 상권보호약정과 영업지역 설정 범위부터 다시 확인하시고, 매출 자료를 지금 정리해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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