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자녀의 단독 친권자로 지정된 부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많은 사람이 "그럼 이제 남은 친부모가 자동으로 친권을 되찾는 것 아니냐"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2013년 민법 개정 이후로는 단독친권자가 사망해도 생존한 전 배우자의 친권이 저절로 부활하지 않고, 가정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심사해 별도로 결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 절차를 모른 채 방치하면 자녀의 친권이 누구에게도 없는 공백 상태가 생길 수 있고, 반대로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생존 부모가 아무런 심사 없이 친권자로 지정되는 문제도 함께 막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독친권자 사망 시 실제로 어떤 절차가 진행되는지, 생존 부모나 조부모 등 친족이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친권 자동 부활은 폐지된 제도 — 개정 이후 달라진 원칙
과거에는 이혼 후 단독 친권자로 지정된 부모가 사망하면, 생존한 다른 부모가 별도의 심사 없이 곧바로 친권자로 복귀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원칙이 오랫동안 자녀와 왕래도 없고 양육에 전혀 관여하지 않던 부모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데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혼 후 자녀 양육에서 완전히 손을 뗀 부모가, 남은 배우자가 사망하자마자 아무 검증 없이 친권자 지위와 함께 자녀의 재산관리권까지 되찾는 사례들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습니다.
이 문제가 널리 알려진 계기 중 하나가 2008년 배우 최진실씨의 사망입니다. 이혼 후 두 자녀의 단독친권자로 지정돼 있던 최씨가 세상을 떠나자, 당시 법 아래에서는 오랜 기간 자녀 양육에 관여하지 않았던 전 배우자가 아무런 심사 없이 곧바로 친권자로 복귀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 사안이 계기가 되어 "자녀의 복리와 무관하게 친권이 자동으로 넘어가는 구조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후 이른바 '최진실법'으로 불리는 민법 개정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2011년 민법이 개정되고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민법 제909조의2(친권자의 지정 등)가 자동 부활 원칙을 폐지했습니다. 이제는 단독친권자가 사망하더라도 생존하는 부 또는 모가 곧바로 친권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에 친권자 지정을 청구하고 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심사한 뒤에야 친권자 지위가 확정됩니다. 청구 자체가 없거나 법원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생존 부모가 아닌 제3자가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될 수도 있습니다.
단독친권자가 사망해도 생존하는 전 배우자의 친권은 자동으로 부활하지 않는다 — 가정법원의 심사와 지정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단독친권자 사망 후 절차 — 가정법원에 친권자 지정을 청구해야 한다
민법 제909조의2 제1항은 이혼 등으로 미성년 자녀의 단독친권자로 정해진 부모의 일방이 사망한 경우, 생존하는 부 또는 모, 미성년자인 자녀, 미성년자인 자녀의 친족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사망한 날부터 6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생존하는 부 또는 모를 친권자로 지정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청구권자가 생존 부모 본인으로 한정되지 않고 자녀나 조부모·형제자매 같은 친족까지 포함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 기간 안에 아무도 청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뒤에서 살펴보듯 가정법원이 직권 또는 청구에 의해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하는 절차로 넘어갑니다. 즉 단독친권자의 사망은 자동으로 친권이 넘어가는 사건이 아니라,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비로소 친권자나 후견인이 정해지는 절차 개시 사유에 가깝습니다.
청구권자 — 생존하는 부 또는 모, 미성년 자녀 본인, 조부모·형제자매 등 친족.
청구 기간 —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사망한 날부터 6개월 이내.
청구 대상 — 자녀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
청구 내용 — 생존하는 부 또는 모를 친권자로 지정해 달라는 심판 청구.
가정법원이 보는 기준 — 자녀의 복리가 전부다
민법 제909조의2 제4항은 가정법원이 친권자 지정 청구나 미성년후견인 선임 청구를 심사할 때 생존하는 부 또는 모의 양육의사와 양육능력, 청구 동기, 미성년자의 의사, 그 밖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녀의 복리에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면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단순히 생존 부모라는 지위만으로 청구가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이혼 후 수년간 양육비를 내지 않고 자녀와 연락도 하지 않던 부모가, 배우자 사망 직후 상속이나 사망보험금 문제와 맞물려 갑자기 친권자 지정을 청구하는 경우라면, 법원은 청구 동기 자체를 의심하고 기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혼 후에도 면접교섭을 꾸준히 이어오고 양육비를 성실히 지급해 온 부모라면 친권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녀가 13세 이상이면 법원은 자녀 본인의 의사도 직접 확인합니다.
생존 부모라는 지위만으로는 부족하다 — 양육의사·양육능력·청구 동기·자녀의 의사까지 심사받아야 친권자로 지정된다.
청구 기간을 놓쳤다면 — 미성년후견인 선임으로 넘어간다
민법 제909조의2 제3항에 따르면 위 1개월·6개월의 청구 기간 안에 친권자 지정 청구가 없을 때,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미성년자인 자녀의 친족 등의 청구에 의해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법원은 생존하는 부 또는 모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청구 기간을 놓쳤다고 해서 생존 부모의 의사가 아예 무시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다만 청구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생존 부모가 친권자가 될 길이 완전히 막히는 것도 아닙니다. 가정법원은 기간이 지난 뒤의 청구라도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생존하는 부 또는 모를 친권자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되어 새로운 양육 환경이 자리 잡은 뒤라면, 그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되어 지정이 더 신중하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미성년후견인 후보 — 조부모, 삼촌·이모 등 친족, 적합한 친족이 없으면 아동복지시설이나 전문 후견법인.
선임 전 절차 — 생존하는 부 또는 모에게 의견진술 기회 부여.
기간 경과 후에도 — 자녀 복리를 위해 필요하면 생존 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하는 예외 인정.
결정이 나기 전의 공백 — 임시로 임무를 대행할 사람 제도
친권자 지정이나 미성년후견인 선임은 심리에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도 자녀의 병원 진료 동의, 학교 관련 서류 처리, 예금 인출 같은 문제는 당장 발생합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민법 제909조의2 제5항은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미성년자, 미성년자의 친족, 이해관계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해 친권자가 지정되거나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될 때까지 그 임무를 대행할 사람을 선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조부모나 함께 살아온 친족이 이 임무대행자로 선임되어 급한 문제부터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독친권자가 갑자기 사망해 자녀를 돌봐야 하는데 법원 결정을 무작정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친권자 지정 청구와 함께 이 임무대행자 선임을 신청해 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임무대행자 선임을 신청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내면, 그 사이 자녀 명의 예금 인출이나 전학 절차, 건강보험 문제 등이 계속 미뤄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자녀가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어 치료 자체가 지연되는 최악의 공백도 이론상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망 직후 자녀와 동거해 온 친족이 있다면, 정식 친권자 지정 심판을 기다리는 동안이라도 임무대행자 선임을 서둘러 신청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입양 취소·파양되거나 양부모가 모두 사망한 경우도 같은 원칙
민법 제909조의2 제6항은 지금까지 살펴본 절차가 입양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정합니다. 입양이 취소되거나 파양된 경우, 또는 양부모가 모두 사망한 경우에는 친생부모 일방 또는 쌍방, 미성년자인 자녀, 미성년자의 친족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입양 취소·파양일 또는 양부모가 모두 사망한 날부터 6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친생부모 일방 또는 쌍방을 친권자로 지정할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입양으로 친권이 양부모에게 넘어갔다가 그 관계가 해소되는 상황에서도, 친생부모의 친권이 저절로 되살아나지는 않습니다. 이혼 후 단독친권자 사망 사안과 마찬가지로 가정법원의 심사를 거쳐야 하고, 청구 기간을 넘기면 미성년후견인 선임 절차로 넘어가며, 친생부모의 양육의사·양육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청구가 기각될 수도 있습니다. 입양가정이 해체되는 상황에서도 자녀의 복리를 우선한다는 같은 원칙이 관통하고 있는 셈입니다.
조부모·친족이 할 수 있는 일 — 청구권자 범위와 준비 서류
단독친권자가 사망했을 때 생존 부모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자녀 양육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자녀와 함께 살아온 조부모나 이모·삼촌 같은 친족이 직접 나서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대로 미성년자인 자녀의 친족도 친권자 지정 청구권자에 포함되고, 생존 부모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그 친족 스스로 미성년후견인 선임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청구를 준비할 때는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로 자녀와의 관계 및 단독친권자 지정 사실을 소명하고, 사망을 증명하는 자료와 함께 그동안의 실제 양육 상황(생활비 부담, 동거 여부, 자녀와의 관계)을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생존 부모의 양육 이력이 불확실하거나 우려되는 사정이 있다면, 그 사정을 구체적으로 소명할수록 법원의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이 절차는 소송이 아니라 가사비송사건으로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당사자 사이에 치열하게 다투는 소송 구조와는 진행 방식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서면만 내면 끝나는 형식적 절차는 아니고,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가사조사관을 통해 자녀와 생존 부모의 관계, 실제 양육 환경을 조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청구서 한 장으로 끝내기보다는 그동안의 정황을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해 제출하는 준비가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줍니다.
생존 부모가 친권자로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자녀와 함께 살아온 친족도 직접 미성년후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단독친권자였던 배우자가 사망하면 저는 자동으로 친권자가 되나요?
A. 아니요. 2013년 시행된 민법 제909조의2에 따라 자동 부활은 폐지되어, 가정법원에 친권자 지정을 청구하고 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심사한 뒤에야 친권자 지위가 확정됩니다. 청구 없이는 절차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Q. 청구 기간인 6개월을 놓치면 어떻게 되나요?
A. 기간 내 청구가 없으면 가정법원이 직권 또는 청구로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하는 절차로 넘어갑니다. 다만 기간이 지난 뒤에도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법원이 생존 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가 남아 있습니다.
Q.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생존 부모가 청구하면 무조건 받아들여지나요?
A. 아닙니다. 법원은 양육의사와 양육능력, 청구 동기, 자녀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자녀의 복리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청구를 기각할 수 있습니다. 생존 부모라는 지위만으로 자동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Q. 조부모도 친권자 지정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네. 미성년자인 자녀의 친족에 조부모도 포함되므로, 조부모가 직접 가정법원에 생존 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해 달라고 청구하거나, 반대로 미성년후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법원 결정이 나기 전까지 자녀의 병원 진료 동의 같은 급한 일은 누가 처리하나요?
A. 민법 제909조의2 제5항에 따라 가정법원이 친권자 지정이나 후견인 선임이 확정될 때까지 그 임무를 대행할 사람을 선임할 수 있습니다. 급한 사정이 있다면 이 임무대행자 선임을 함께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단독친권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생존한 전 배우자의 친권이 저절로 부활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가정법원에 친권자 지정을 청구하고, 법원이 양육의사와 양육능력, 청구 동기, 자녀의 의사까지 살펴본 뒤에야 친권자 지위가 확정됩니다. 이 절차를 모르고 시간만 흘려보내면 정작 필요한 시기에 자녀를 돌볼 법적 권한이 누구에게도 없는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입양 관계가 해소된 경우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므로, 친권의 공백이 걱정되는 상황이라면 사망이나 파양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이라는 기간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선택지가 줄어들고, 이미 제3자가 미성년후견인으로 자리 잡은 뒤라면 절차가 한층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생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오랜 왕래 단절이나 양육 이력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경우라면, 절차를 서두르는 쪽이든 신중히 검토하려는 쪽이든 초기에 정확한 법적 조언을 받아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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