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배우자가 시험 준비나 수련에 매달리는 동안 다른 한쪽이 생계와 육아를 떠맡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게 취득한 의사·변호사·회계사 같은 전문직 자격이 정작 이혼할 때는 어떻게 다뤄지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격증이나 면허 자체를 부동산이나 예금처럼 쪼개어 나눌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 자격 덕분에 앞으로 벌어들일 고액의 수입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면 뒷바라지한 배우자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전문직 면허와 장래 수입이 재산분할에서 실제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기여를 인정받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재산분할의 대상 — '이미 존재하는 재산'이 원칙이다
재산분할 제도는 민법 제839조의2에 근거를 두고 있고, 제843조에 의해 재판상 이혼에도 그대로 준용됩니다. 이 조문에 따라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원칙적으로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한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이며, 그 기준 시점은 사실심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실제로 존재하는 재산입니다. 다시 말해 재산분할은 이미 만들어진 재산 목록을 놓고 누구 몫인지, 얼마씩 나눌지를 정하는 절차입니다.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전문직 자격은 애초에 목록에 오르기 어렵습니다. 면허나 학위는 매각하거나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고, 부동산처럼 감정평가사가 시가를 매길 수 있는 물건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담을 오는 분들이 가장 먼저 놀라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배우자가 뒷바라지 덕분에 딴 자격인데, 재산 목록에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재산분할은 단순히 기존 재산을 반씩 나누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판례와 실무는 재산분할에 혼인 중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는 성격뿐 아니라, 이혼 후 상대방의 생활을 배려하는 부양적 성격도 함께 있다고 봅니다. 이 부양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전문직 자격이라는 '재산 아닌 요소'가 완전히 무시되지 않고 다른 통로로 스며들 여지가 생깁니다. 다음 항목에서 그 통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한 재산을 나누는 절차이지, 한쪽의 능력이나 자격 자체를 감정해 지분을 매기는 절차가 아니다.
면허·자격 그 자체가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려면 화폐가치로 환산할 수 있고 처분이 가능한 재산이어야 합니다. 의사면허나 변호사자격은 그 사람에게 귀속된 인적 능력일 뿐, 팔거나 담보로 잡거나 상속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자격 자체의 '가격'을 매길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예금이나 부동산과는 성질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같은 논리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장래 수입에도 적용됩니다. 예컨대 정년이 남아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법원은 장차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장래의 퇴직금을 청산 대상 재산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아직 개업하지 않았거나 수련 과정 중이어서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자격증도 마찬가지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수입을 현재 시점의 재산 목록에 미리 올려 나눌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흔히 하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자격 취득에 기여했으니 미래 연봉의 몇 퍼센트를 지금 계산해서 받아야 한다'는 식의 접근입니다. 그러나 한국 법원은 장래 수입 자체를 현재가치로 환산해 별도 재산 항목으로 잡는 방식을 취하지 않습니다. 이런 방식은 자격을 하나의 독립된 재산으로 보고 감정평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앞서 본 원칙(현존재산 기준)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그렇다면 배우자의 기여는 어디로 반영되는지가 다음 질문입니다.
그런데도 참작되는 이유 — 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므213 판결
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므213 판결은 이 문제에 중요한 통로를 하나 열어 둡니다. 혼인 중 부부 일방이 다른 일방의 도움으로 변호사·의사·회계사·교수 등 장래 고액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나 자격을 취득한 경우, 그 능력이나 자격으로 인한 장래 예상 수입 등이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참작될 수 있다는 것이 이 판결의 요지입니다.
이 판결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격이나 장래 수입을 재산 목록에 새로 추가해 감정평가하라는 것이 아니라,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이 정한 '기타 사정'의 하나로 반영하라는 것입니다. 즉 원칙(현존재산 기준)을 깨는 예외가 아니라, 분할 비율을 정할 때 가산 요소로 우회해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배우자의 뒷바라지가 컸다면 분할비율을 그만큼 유리하게 조정하는 식이지, 자격증에 몇천만원짜리 가격표를 붙이는 방식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회사를 다니며 생활비 전액을 부담하고 두 아이의 육아를 사실상 전담하는 동안, 남편이 그 기간 의대 본과와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마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부부가 자격 취득 직후 이혼한다면, 실제로 나눌 적극재산은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아내의 경제적 부담과 육아 전담을 '기타 사정'으로 평가해,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이라도 아내 쪽에 더 유리한 비율로 분할하거나, 남편의 전문의 자격 취득 경위 자체를 분할비율 산정의 주요 근거로 설시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게 됩니다.
실제로 어떻게 반영되나 — 분할비율에서의 가감
법원이 이런 사정을 반영할 때 살피는 요소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자격 취득에 들인 준비 기간이 전체 혼인기간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 기간 동안 상대방이 부담한 생활비·학비 등 경제적 지원의 규모, 육아와 가사를 전담해 시험 준비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준 정도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사정이 뚜렷할수록 뒷바라지한 배우자 쪽 분할비율이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다만 자격 취득 이후 실제로 소득이 쌓여 예금이나 부동산 같은 적극재산이 이미 형성돼 있다면, 그 재산은 통상적인 방식대로 분할 대상 목록에 포함되어 별도로 계산됩니다. '기타 사정' 참작은 이런 적극재산 계산과는 별개로, 아직 재산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잠재적 수입 능력에 대한 보정 장치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자격 취득에 들인 준비 기간과 전체 혼인기간의 비율
준비 기간 중 상대방이 부담한 생활비·학비 등 경제적 지원 규모
육아·가사를 전담해 시험 준비에 전념하게 해준 정도
자격 취득 이후 이미 형성된 소득·자산(이는 별도로 적극재산에 포함되어 계산)
재산분할비율은 공식으로 도출되지 않는다 — 기여의 정도·성질·시기를 종합해 법원이 재량으로 정한다.
기여를 인정받으려면 — 준비해야 할 자료
'내가 다 뒷바라지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은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된 기여만 인정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생활비를 실제로 부담했다면 계좌이체 내역이나 급여명세서, 학원비·등록금을 냈다면 그 영수증이나 납입 내역이 기초 자료가 됩니다.
전업으로 가사를 전담했다는 사정도 마찬가지로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무직 상태였다는 사실, 자녀 출생과 양육에 관한 기록, 시험 준비 기간과 혼인기간이 실제로 겹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합격증 발급일자와 혼인신고일의 대조 등)를 미리 정리해 두면 주장의 신빙성이 크게 올라갑니다.
반대로 상대방 쪽에서는 '자격 취득은 본인의 노력과 실력으로 이룬 것이지 배우자의 기여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부모의 도움으로 학비를 충당했거나, 맞벌이로 각자 생활비를 나눠 부담한 경우라면 기여의 비중을 놓고 다툼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런 반박에 대비하려면 단순히 '함께 살았다'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어느 시기에 누가 얼마를 부담했는지를 시기별로 정리한 자료를 갖추는 쪽이 유리합니다.
생활비·학비 부담을 보여주는 계좌이체 내역, 급여명세서
학원비·등록금·교재비 등 영수증, 납입 확인서
전업으로 가사·육아를 전담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무직 확인, 자녀 양육 기록)
자격 취득 시점과 혼인기간의 대응관계를 보여주는 자료(합격증·수료증 발급일 등)
이런 경우는 다르다 — 자격 취득 시점과 소득 실현 여부
같은 '전문직 자격'이라도 사정이 크게 다른 두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격 취득 후 이미 여러 해 동안 개업하거나 근무하며 소득을 쌓아온 경우입니다. 이때는 그동안 형성된 예금·부동산 등이 이미 적극재산으로 분할 대상 목록에 올라 있으므로, 자격 자체를 별도로 참작할 실익이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반대로 자격은 취득했지만 아직 수련 과정(레지던트·인턴 등)이거나 개업 전이어서 소득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은 경우가 실무에서 더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이때 장래 수입은 어디까지나 추정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원은 이를 재산분할의 '기타 사정'으로 신중하게, 통상 분할비율을 몇 퍼센트 조정하는 수준에서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인기간이 짧을수록 기여를 인정받기 어려운 경향도 함께 나타납니다.
혼인기간의 길이도 판단을 크게 좌우합니다. 자격 취득을 위한 준비 기간이 혼인기간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기여의 비중이 커 보이지만, 반대로 자격을 취득한 지 한참 지난 뒤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른 것이라면 그 사이 형성된 다른 사정(예컨대 각자의 소득·재산 형성 경위)이 더 큰 비중으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전문직 자격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결과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격 취득 시점과 이혼 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격, 그 사이 실제로 쌓인 재산의 유무가 함께 고려된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위자료·부양적 재산분할과 혼동하지 말 것
전문직 자격 취득에 대한 기여를 이야기하다 보면 위자료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자료는 유책배우자의 부정행위나 폭언 등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고, 재산분할은 혼인 중 형성한 재산의 청산과 이혼 후 생활 부양의 성격이 결합된 별개의 제도입니다.
따라서 자격 취득 기여를 인정받는 것과 위자료를 받는 것은 서로 다른 쟁점입니다. 상대방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는 사정이 별도로 있다면 위자료는 그 사유를 근거로 따로 청구해야 하고, 자격 취득 기여는 어디까지나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할 때 반영되는 '기타 사정'으로 다뤄집니다. 두 청구를 뒤섞어 주장하면 법원 판단 과정에서 오히려 논점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두 청구를 함께 제기하되 각각의 근거 사실을 분리해서 정리하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외도가 이혼 사유라면 그 정황(문자메시지, 목격 진술 등)은 위자료 청구의 근거로, 생활비 부담과 육아 전담 내역은 재산분할 기여의 근거로 각각 별도 자료로 구성해 제출하는 식입니다. 두 쟁점을 뒤섞지 않고 각각의 성격에 맞는 자료로 나누어 주장할수록 법원이 판단하기도, 상대방이 반박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우자가 의사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돼 이혼하는데, 면허 자체를 재산분할로 나눠 받을 수 있나요?
A. 면허나 자격 그 자체는 양도나 환가가 불가능해 감정평가를 거쳐 분할 대상 재산 목록에 올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배우자가 경제적 지원이나 가사·육아 전담으로 기여했다면, 이는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기타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저는 전업주부로 살림만 했는데도 기여를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네. 판례는 직접적인 경제활동뿐 아니라 가사·육아를 전담한 내조도 재산 형성에 대한 간접적 협력으로 인정합니다. 전업주부였다는 사실 자체가 기여를 부정하는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Q. 자격을 딴 뒤 이미 10년 넘게 소득을 올리며 살아왔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이 경우 그동안 쌓인 예금·부동산 등은 이미 적극재산으로 분할 대상 목록에 포함되므로, 자격 자체를 별도로 참작할 실익은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장래 수입 참작은 주로 소득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문제 됩니다.
Q. 혼인기간이 짧으면 기여를 인정받기 어려운가요?
A. 혼인기간이 짧을수록 자격 취득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참작 비중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짧은 기간이라도 생활비 전액을 부담하는 등 기여가 뚜렷하다면 법원이 이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Q. 위자료를 청구하면 자격 취득 기여분도 함께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위자료는 유책배우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이고, 자격 취득 기여는 재산분할의 기타 사정으로 별도로 판단됩니다. 유책사유가 있다면 위자료는 별개로 청구해야 합니다.
Q. 기여를 입증하려면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나요?
A. 생활비 이체내역, 학원비·등록금 영수증, 전업으로 가사를 전담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 시험 준비 기간과 혼인기간이 겹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 등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전문직 면허나 자격 그 자체는 재산분할 대상 재산 목록에 오르지 않지만, 그 자격 덕분에 기대되는 장래 수입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기타 사정으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자격이 얼마짜리냐'가 아니라 '그 자격을 따는 과정에 배우자가 어떻게, 얼마나 기여했느냐'입니다.
기여를 인정받으려면 막연한 주장보다 생활비 부담과 가사 전담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자료가 필요하고, 혼인기간·자격 취득 시점·소득 실현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사안마다 따져봐야 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전문직 배우자를 둔 이혼 상담이 꾸준히 들어오는 만큼, 자료를 정리한 뒤 재산분할 청구 전략을 구체적으로 짚어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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