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추행, 공중밀집장소로 인정될까
사건 개요
퇴근길 붐비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혹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순간적으로 몸이 스치는 일이 벌어집니다. 상대방이 놀라 소리를 지르거나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뒤늦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위반, 이른바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경우가 실제로 상당히 많습니다.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은 한결같습니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는 저와 그 사람 단둘뿐이었는데, 그것도 '공중이 밀집한 장소'가 맞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붐비지도 않았고, 옆에서 밀어붙인 다른 사람도 없었는데 왜 지하철 성추행과 같은 죄명이 붙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죄는 사건 당시 실제로 사람이 붐볐는지가 아니라, 그 장소가 원래 공중의 이용에 상시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곳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모든 접촉이 곧바로 추행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소의 성격과 접촉의 고의라는 두 요건을 나누어 보아야, 어디까지가 처벌 대상이고 어디서부터 방어가 가능한지가 비로소 드러납니다.
핵심 쟁점
이 유형의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사건이 벌어진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가 성폭력처벌법 제11조가 정한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둘째, 그 판단이 사건 당시의 실제 혼잡도가 아니라 시설의 상시적 개방성·이용 실태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어떻게 사실관계에 적용하는지입니다. 셋째, 신체 접촉이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추행'의 객관적 요건을 충족하는지입니다. 넷째, 그 접촉에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 아니면 좁은 공간과 기울어진 발판 구조에서 비롯된 우연한 접촉인지입니다.
이 죄는 형법상 강제추행죄와 달리 폭행이나 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대신 '공중밀집장소'라는 장소적 특성 자체가 폭행·협박을 대신하는 구성요건이 됩니다. 그래서 방어의 무게중심도 자연히 장소성과 고의성, 이 두 갈래로 좁혀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장소성을 판례 기준으로 정확히 다투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순간 붐볐는가"가 아니라 "그 시설이 원래 어떤 곳인가"입니다. 이 기준을 정확히 세우지 않으면, 단둘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무죄를 주장했다가 그대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장소성을 검토합니다.
1) 대법원 판례가 정한 '공중밀집장소'의 정의를 먼저 적용합니다.
대법원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란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서 신체적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의 이용에 상시적으로 제공·개방된 상태에 놓여 있는 곳 일반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5704 판결, 찜질방 수면실 사건). 이 법리에 따르면 사건 당시 단둘뿐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장소성을 부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그 시설이 불특정 다수에게 상시 개방되어 있었는지가 관건이 됩니다.
2) 시설의 출입통제·이용 실태를 증거로 정리합니다.
같은 엘리베이터라도 성격은 다를 수 있습니다. 백화점·지하철역처럼 누구나 드나드는 엘리베이터와, 카드키·경비원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입주민만 이용하는 사무실 전용 엘리베이터는 개방성의 정도가 다릅니다. 관리규약, 출입기록, 방문객 동선 안내 등으로 실제 이용자의 범위와 통제 수준을 확인해, 상시 개방된 시설인지 제한된 사적 공간에 가까운지를 사실관계로 정리합니다.
3)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장소성 강도 차이를 구분해 전략을 나눕니다.
에스컬레이터는 통상 다중이용시설의 통로 일부로 설치되어 상시 개방성이 비교적 쉽게 인정되는 편입니다. 반면 엘리베이터는 순간적으로 소수만 이용하는 밀폐 공간이라는 특성상, 시설의 개방성 자체를 다툴 여지가 상대적으로 더 남아 있습니다. 이 차이를 먼저 가려야, 장소성에서 승부를 볼 사건인지 아니면 다음 단계인 고의성으로 방어의 축을 옮겨야 할 사건인지가 정해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추행의 고의를 사실관계로 분해해 다투기
장소성이 인정되는 사건이라도, 접촉에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면 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좁고 흔들리는 공간에서 벌어진 접촉을 곧바로 고의적 추행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접촉의 부위·태양·지속시간을 CCTV와 목격자 진술로 재구성합니다.
손끝이 스친 것인지, 특정 신체 부위를 지속적으로 문지르거나 움켜쥔 것인지에 따라 고의 인정 가능성은 크게 달라집니다. 시설 CCTV, 인근 목격자의 진술, 피해 상황을 최초로 알린 시점의 진술 등을 시간 순으로 재구성해 접촉이 순간적·수동적이었는지 반복적·능동적이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드러냅니다.
2) 공간의 물리적 조건으로 '우연한 접촉' 가능성을 입증합니다.
에스컬레이터의 발판 경사와 이용자 간격, 엘리베이터의 폭과 정원, 사건 시각의 혼잡도 등은 신체 접촉이 저절로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의도적으로 밀착한 정황 없이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경우라면 추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현장 사진, 시설 도면, 탑승 인원 등을 확보해 접촉이 구조적으로 불가피했음을 뒷받침합니다.
3) 사고 직후의 행동으로 고의 없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갖춥니다.
접촉 직후 곧바로 몸을 떼거나 사과한 사실,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신원 확인에 응한 사실 등은 고의적 추행범의 통상적 행동과는 거리가 있는 정황입니다. 이런 사실관계를 조사 초기 진술 단계에서부터 명확히 남겨 두어야, 수사기관과 법원이 고의 여부를 판단할 때 참고할 근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결론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는 "그 순간 붐비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로 벗어날 수 있는 죄가 아닙니다. 장소가 상시 개방된 곳인지는 판례 기준으로 다투고, 그 위에서 접촉에 고의가 있었는지는 사실관계로 다투는 이원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엘리베이터처럼 소수만 이용하는 밀폐 공간에서는 장소성부터, 에스컬레이터처럼 다중이 오가는 통로에서는 고의성부터 짚어야 방어의 방향이 선명해집니다. 억울하게 혐의를 받고 계시다면, 사건이 벌어진 공간의 성격과 접촉의 경위를 함께 놓고 대응 방향을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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