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 판결, 억울한 피고인의 방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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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수성 판결, 억울한 피고인의 방어 전략 

김강희 변호사


성인지 감수성 판결, 억울한 피고인의 방어 전략


사건 개요


성범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앞둔 피고인들이 상담에서 가장 자주 꺼내는 말이 있습니다. "판사가 이미 저를 유죄로 보고 재판을 시작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수사기관과 언론에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리면서, 이 개념이 마치 피해자의 진술을 무조건 믿고 피고인에게 스스로 무죄를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원칙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을 오는 피고인들은 극단적인 두 갈래로 나뉩니다. 방어 자체를 지레 포기하거나, 반대로 피해자의 진술 태도만 집요하게 공격하다가 재판부의 신뢰를 잃습니다.

이런 사건은 대개 직접적인 물증이 없고, 당사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핵심 증거인 경우가 많습니다. CCTV가 없거나 사각지대였고, 목격자도 없이 두 사람만 있었던 상황에서 진술이 엇갈릴 때, 피고인은 "내 말은 아무도 안 믿어줄 것"이라는 불안 속에서 재판을 맞이합니다. 실제로 이 불안이 방어권 행사 자체를 위축시켜, 정작 다투어야 할 사실관계를 제대로 다투지 못한 채 재판이 끝나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성인지 감수성'은 피고인에게 증명책임을 떠넘기는 원칙이 아닙니다. 대법원 스스로도 이 관점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 관건은 이 개념의 정확한 적용범위를 재판부 앞에 분명히 세우고, 그 위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통념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 검증하는 일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성인지 감수성'이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요구하지 않는지입니다 — 이는 진술을 무조건 믿으라는 뜻이 아니라, '즉시 신고했어야 한다', '끝까지 저항했어야 한다'는 식의 통념적 '피해자다움'을 이유로 신빙성 있는 진술을 섣불리 배척하지 말라는 심리 태도의 문제입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둘째, 이 관점이 무죄추정의 원칙(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과 증거재판주의(형사소송법 제307조)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판부에 어떻게 환기시키는가입니다. 셋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어떤 기준으로 검증하는가 — 진술 자체의 논리성·일관성뿐 아니라 객관적 정황과의 부합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인이 제출할 수 있는 반증의 종류와 그 제출 시점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얽혀 재판의 흐름을 결정합니다. 성인지 감수성을 근거 없이 두려워해 방어를 포기하는 것도, 반대로 이를 무시하고 피해자의 태도만 공격하는 것도 모두 결과를 그르치는 길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성인지 감수성'의 정확한 적용범위를 재판부 앞에 세우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개념이 실제로 재판에서 어디까지 작동하는지를 재판부 앞에 명확히 세우는 것입니다. 막연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으로는 이 프레임을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판례가 실제로 요구하는 것과 요구하지 않는 것을 구분해 제시합니다.

대법원 2018도7709 판결이 요구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이라는 통념 — 즉시 신고, 끝까지 저항, 가해자와의 접촉 회피 등 고정관념 — 을 이유로 신빙성 있는 진술을 근거 없이 배척하지 말라는 심리 태도이지, 진술의 증명력을 무제한으로 인정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 구분을 변호인 의견서와 변론에서 명시적으로 제시해,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을 증명책임 전환의 근거로 오용하지 않도록 초반부터 틀을 잡습니다.

2) 무죄추정원칙과 증거재판주의를 함께 소환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도의 증명을 요구하고, 같은 법 제308조의 자유심증주의 역시 논리와 경험칙에 부합하는 한도 안에서만 작동합니다. 이 원칙들이 성인지 감수성 관점 아래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을 판례로 뒷받침해 제시하면, 재판부가 판단의 저울을 임의로 기울이는 것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3) 최신 판례로 '성인지 감수성=유죄' 프레임을 차단합니다.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은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더라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부족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판시를 변론 초반부터 정면으로 인용해, '성인지 감수성이 곧 유죄 추정'이라는 오해가 재판 진행에 스며들지 않도록 막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진술의 신빙성을 객관적 정황으로 검증하기


적용범위를 바로잡았다고 저절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술 자체의 신빙성을 통념이 아니라 사실과 정황으로 정면 검증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진술의 변천 과정을 시점별로 대조합니다.

수사기관 조사 진술, 영장실질심사 진술, 공판정 진술 사이에 핵심 사실(시간·장소·행위의 순서 등)이 달라진 지점을 시점별로 정리합니다. 표현상의 사소한 차이가 아니라 사건의 뼈대에 해당하는 진술이 바뀌었다면, 그 변화가 합리적으로 설명되는지를 증인신문(형사소송법 제161조의2)의 반대신문을 통해 짚어냅니다.

2) 객관적 정황과의 부합 여부를 대조합니다.

메시지, 통화기록, 출입기록, CCTV, 목격자 진술 등 객관적 자료를 진술과 맞대어 시간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서로 모순되는 지점을 찾습니다. 예컨대 진술상 특정 시각에 특정 장소에 있었다고 하는데 통신기지국 자료나 출입기록이 다른 장소를 가리킨다면, 이는 통념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의한 반증이 되어 성인지 감수성 관점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힘을 갖습니다.

3) '피해자다움' 공격이 아니라 사건 전후 정황의 모순을 짚습니다.

대법원이 경계하는 것은 '왜 그때 저항하지 않았느냐'는 식의 통념적 추궁이지, 사건 전후 행동의 구체적 모순을 지적하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그래서 통념에 기댄 인신공격형 반대신문 대신, 메시지 내용·만남의 경위·사건 이후의 접촉 정황 등 실제 행동을 사실관계로 재구성해 논리적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이 차이를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재판부의 반감을 사 방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론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 앞에서 방어를 지레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 관점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법원 스스로가 확인한 내용입니다.

관건은 그 적용범위를 정확히 짚어 재판부 앞에 세우고, 진술의 신빙성을 통념이 아니라 시점별 대조와 객관적 정황으로 검증하는 일입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진술의 변화 지점과 객관적 자료를 지금부터 정리해 두고 방어의 방향과 시점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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