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가 배우자 아니라면 — 재산분할 대상의 범위
사건 개요
이혼을 앞둔 상담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아파트는 제 명의가 아니라 시댁(혹은 배우자) 명의라 저는 가져갈 게 없는 거 아닌가요." 실제로 혼인 기간 내내 함께 벌고 함께 갚았지만, 등기부에는 배우자나 그 부모 이름만 올라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순간 많은 분들이 재산분할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협상에서 지레 물러섭니다.
그러나 재산분할은 등기부·통장의 이름을 나누는 절차가 아니라, 혼인 중 실질적으로 쌍방이 일궈 온 재산을 청산하는 절차입니다. 부동산이 시부모 명의로 되어 있어도 실제 자금은 부부가 함께 모은 것이라면, 혹은 배우자 개인 명의 예금이라도 상대방의 소득과 가사노동이 그 형성에 보탬이 됐다면, 그 재산은 명의와 무관하게 분할 대상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산분할 대상인지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누구 이름으로 되어 있는가'가 아니라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유지·증식되었는가입니다. 다만 이 원칙을 실제 사건에서 관철시키려면, 명의와 실질이 다르다는 사실과 그 형성 과정에서의 기여를 하나하나 증거로 세워야 합니다. 그 준비의 정도가 결과를 가릅니다.
핵심 쟁점
명의가 다른 재산을 두고 실제로 다투게 되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그 재산이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실질적 공동재산인지입니다(민법 제839조의2). 둘째, 제3자나 배우자 개인 명의로 되어 있더라도 실제 취득 경위·자금 출처상 부부 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입니다. 셋째, 혼인 전 취득했거나 상속·증여받은 특유재산이라도 상대방이 그 유지·증식에 적극 협력했는지입니다. 넷째, 채무 같은 소극재산도 공동재산 형성에 수반된 것으로 분할 대상에 포함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독립된 쟁점이 아니라 사건마다 겹쳐서 나타납니다. 예컨대 시부모 명의 부동산이 특유재산 성격과 명의신탁 성격을 동시에 갖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래서 재산 목록을 하나씩 이 네 기준에 대입해 정리하는 작업이, 다투는 쪽에서든 지키는 쪽에서든 재산분할 결과를 좌우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명의와 무관하게 실질적 공동재산임을 입증하기
명의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스스로 빼놓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재산 하나하나를 명의가 아니라 형성 경위를 기준으로 다시 분류하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1) 자금 출처와 취득 경위를 추적합니다.
부동산이든 예금이든, 등기·명의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재산을 마련한 돈이 어디서 나왔는가입니다. 급여계좌 이체내역, 공동 대출의 원리금 상환 내역, 매매계약 당시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통해 쌍방의 소득과 자산이 실제로 그 재산 형성에 투입됐다는 흐름을 재구성합니다. 명의자 단독 소득만으로는 도저히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것도 유효한 방법입니다.
2) 제3자·시부모 명의 재산의 실질 소유관계를 밝힙니다.
부동산이 배우자의 부모 명의로 되어 있어도, 실제로는 부부가 대출 원리금을 갚고 재산세를 부담해 왔다면 명의신탁된 부부 공동재산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6므1434 판결 참조). 명의자와 부부 사이의 자금 흐름, 실제 거주·관리 주체, 세금 납부 주체를 정리해 '이름만 빌린 재산'이라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3) 특유재산이라도 유지·증식에 기여한 사실을 구체화합니다.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었거나 상속·증여로 받은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이 아니지만, 상대방이 그 재산의 유지에 협력해 감소를 방지했거나 증식에 기여했다고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므1486, 1493 판결). 재산세·대출이자를 생활비에서 함께 부담했는지, 상속받은 부동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관리·개축에 관여했는지를 시기별로 정리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재산 목록을 확정하고 분할비율을 설계하기
어떤 재산이 분할 대상인지가 정리되면, 다음은 그 목록을 빠짐없이 확정하고 채무까지 포함해 실제 분할비율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1)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함께 감정·평가합니다.
재산분할은 적극재산에서 소극재산을 공제한 순재산을 기준으로 이뤄집니다. 부동산은 감정평가, 비상장주식·영업권은 회계 자료를 근거로 가액을 산정하고, 혼인 중 형성에 수반된 대출·카드채무 등 소극재산도 목록에 함께 올립니다(대법원 2002. 8. 28.자 2002스36 결정 — 공동재산 형성에 수반한 채무는 청산 대상이 된다는 취지).
2) 명의자의 '단독 채무' 항변을 가려냅니다.
상대방은 흔히 "이 빚은 내가 개인적으로 진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 채무가 생활비·주택자금 등 공동재산 형성에 수반된 것이라면 분할 대상에서 함부로 제외할 수 없습니다. 대출 실행 당시의 용도, 상환 자금의 출처를 함께 확인해 순수한 개인 채무와 공동 채무를 구분합니다.
3) 재산분할청구권을 보전하고 청구기간을 관리합니다.
상대방이 이혼을 앞두고 재산을 처분하거나 명의를 옮겨 분할 대상을 줄이려 하는 경우, 민법 제839조의3에 따라 그 처분행위를 취소하는 절차를 검토합니다. 또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날부터 2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하므로(민법 제839조의2 제3항), 협상이 길어지더라도 그 기간 안에 청구 여부를 확정해 둡니다.
결론
재산분할에서 '내 명의가 아니라서'라는 말은 결과를 미리 정해주지 않습니다. 법이 보는 것은 등기부의 이름이 아니라, 혼인 기간 동안 그 재산이 누구의 협력으로 만들어지고 지켜졌는가입니다.
다만 이 원칙은 저절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명의와 실질이 다르다는 사실, 그리고 그 형성·유지에 기여한 구체적 정황을 자금 흐름과 기록으로 얼마나 갖추었는가에 따라 대상에 포함되는 재산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지금 정리 중인 재산 목록에 명의만 보고 지레 제외한 재산이 있다면,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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