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나 사무실을 임차해 인테리어나 냉난방 설비를 설치해 둔 임차인이라면, 계약이 끝날 때 그 시설을 임대인에게 사가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민법이 정한 부속물매수청구권입니다. 그런데 차임을 몇 달 밀렸다는 이유로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면, 애써 설치해 둔 시설에 대해 이 권리를 아예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임대차 종료'인데 왜 어떤 경우엔 청구권이 살아남고 어떤 경우엔 처음부터 인정되지 않는지, 그 경계를 정확히 아는 임차인은 많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부속물매수청구권이 어떤 경우에 배제되는지,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남아 있는 다른 구제 수단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부속물매수청구권이란 —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을 돌려받는 방법
민법 제646조는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차인이 그 사용의 편익을 위하여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부속시킨 물건이 있는 때, 또는 임대인으로부터 매수한 부속물이 있는 때에는 임대차 종료시에 임대인에 대하여 그 부속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권리는 단순히 지출한 비용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로 설치해 독립한 소유권의 객체로 남아 있는 '물건 자체'를 시가로 사가라고 청구하는 형성권입니다. 임차인이 매수청구 의사를 표시하면 임대인의 승낙 여부와 관계없이 그 물건에 대한 매매계약이 성립한 것과 같은 효과가 생깁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속물'이 무엇인지도 중요합니다. 대법원 1977. 6. 7. 선고 77다50, 51 판결은 부속물을 건물에 부속된 물건으로서 임차인의 소유에 속하고, 건물의 구성부분으로는 되지 않은 것으로서 건물의 사용에 객관적인 편익을 가져오는 물건이라고 정의합니다. 벽에 완전히 붙박여 건물과 일체가 된 시설은 이 정의에서 벗어나 다른 권리의 문제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차이는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부속물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건물 자체의 구조, 계약 당시 당사자가 합의한 사용목적, 건물의 위치, 주위환경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다25738, 93다25745 판결). 즉 같은 종류의 시설이라도 어떤 건물, 어떤 계약 목적 아래 설치됐는지에 따라 부속물로 인정되는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속물매수청구권은 임차인이 지출한 비용의 반환을 구하는 권리가 아니라, 임대인 동의로 설치되어 독립한 소유권의 객체로 남아 있는 물건 자체를 시가로 매수하라고 청구하는 형성권이다.
차임연체로 해지되면 왜 못 받는가 — 판례의 태도
민법 제646조의 문언만 보면 '임대차의 종료시'라고만 되어 있어, 종료된 이유는 상관이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1990. 1. 23. 선고 88다카7245, 88다카7252 판결은 임대차계약이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해지된 경우에는 임차인이 민법 제646조에 의한 부속물매수청구권을 가질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차임연체는 대표적인 채무불이행 사유이므로, 이 판례에 따라 차임연체를 이유로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면 그동안 설치해 둔 부속물이 아무리 요건을 갖췄어도 매수청구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런 결론이 나오는 배경에는, 부속물매수청구권이 임대인이 시설 설치에 동의해 준 신뢰관계를 전제로 인정되는 권리라는 사정이 있습니다. 임차인 스스로 차임지급이라는 기본 의무를 어겨 그 신뢰관계를 깨뜨리고 계약을 끝낸 상황에서까지 임대인에게 매수를 강제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계약기간 만료나 임대인 측 사정에 의한 해지처럼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종료라면 이 권리는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과 대비됩니다.
예를 들어 상가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시스템 에어컨과 파티션을 설치했다고 해도, 차임을 여러 달 연체해 계약이 해지되면 이 시설이 부속물 요건을 모두 갖췄더라도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갱신 없이 종료됐거나 임대인의 재건축 계획으로 해지된 경우라면, 같은 시설이라도 매수청구권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무엇을 설치했는가'보다 '왜 계약이 끝났는가'가 이 권리의 존부를 가르는 셈입니다.
몇 기를 밀려야 정식 해지가 되나 — 2기와 3기의 차이
차임연체를 이유로 한 해지가 부속물매수청구권을 막으려면, 먼저 그 해지 자체가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해 적법해야 합니다. 민법 제640조는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대차에서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것이 일반 원칙입니다.
다만 상가건물을 임차한 경우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이 민법 제640조에 대한 특례로 적용되어,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해야 해지할 수 있습니다. 이 특례는 2015년 5월 13일 시행일 이후의 상가건물임대차에 적용됩니다. 같은 '차임연체 해지'라도 주택이나 일반 건물인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상가인지에 따라 요구되는 연체 개월수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일반 건물임대차 — 민법 제640조, 연체액이 2기 차임액에 달하면 해지 가능.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 — 제10조의8, 연체액이 3기 차임액에 달해야 해지 가능.
'2기·3기'는 연속 연체 개월수가 아니라 누적 연체액이 그만큼 쌓였는지가 기준.
요건에 못 미치는 연체를 이유로 한 해지 통보는 그 자체로 효력을 다툴 여지가 있음.
이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요건에 미달한 상태에서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해도 그 해지가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지 자체가 부적법하다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해지'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앞서 본 88다카7245 판결의 법리가 적용될 여지도 없고 부속물매수청구권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반대로 연체액이 요건을 채운 뒤라면 해지 효력이 언제 발생하는지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다55860 판결은 민법 제640조에 따른 해지는 일반적인 해지와 달리 별도의 최고 절차 없이도 할 수 있고, 해지의 의사표시가 임차인에게 도달하는 즉시 임대차관계가 종료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미리 독촉장을 보내 시정 기회를 주지 않았더라도 해지 통보 자체가 도달한 시점에 계약은 끝나므로, 그 도달 시점이 바로 부속물매수청구권 배제 여부를 가르는 기준점이 됩니다.
아무 시설이나 부속물이 되는 건 아니다 — 판단 기준
차임연체 요건과 별개로, 설치한 시설이 애초에 '부속물'에 해당하는지도 따져야 합니다. 대법원 1993. 2. 26. 선고 92다41627 판결은 오로지 임차인의 특수한 영업목적에만 사용하기 위하여 부속된 물건은 부속물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되는 부속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범용성 없이 그 임차인의 특정 사업에만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시설은 애초에 청구권 대상에서 빠진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의 갈림길은 건물의 구성부분으로 흡수됐는지 여부입니다. 시설을 떼어내면 건물 자체가 훼손되거나 시설의 경제적 가치가 사실상 사라지는 경우라면 건물의 구성부분으로 흡수된 것으로 보아 부속물매수청구권이 아니라 뒤에서 볼 비용상환청구권의 문제로 다뤄집니다. 반대로 분리해도 독립적인 경제적 가치를 유지하며 다른 곳에서도 쓸 수 있는 물건이라면 부속물로 인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예를 들어 특정 프랜차이즈 매장 운영만을 위해 맞춤 제작된 주방설비나 특수 인테리어는 특수목적 전용성 때문에 부속물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여러 업종에서 두루 쓸 수 있는 냉난방기, 조명기구, 이동 가능한 칸막이 등은 상대적으로 부속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대인의 동의 여부 — 사전 동의 또는 사후 추인이 있었는지.
분리 가능성 — 떼어내도 건물 훼손이나 시설 가치 상실이 없는지.
특정 영업목적 전용성 — 다른 업종·다른 임차인도 쓸 수 있는 범용 시설인지.
건물의 구조, 계약상 사용목적, 위치, 주위환경 등 제반 사정.
부속물매수청구권이 막혀도 남는 길 — 비용상환청구권과의 차이
차임연체로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서, 설치에 들인 비용을 전혀 회수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626조는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을 위해 지출한 필요비와 임차물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지출한 유익비의 상환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권리의 대상은 부속물매수청구권과 달리, 임차물의 구성부분으로 흡수되어 더는 독립한 소유권의 객체가 되지 못하는 시설입니다.
즉 대법원이 88다카7245 판결에서 배제한 것은 어디까지나 민법 제646조에 근거한 부속물매수청구권입니다. 설치한 시설이 건물의 구성부분으로 흡수되어 애초에 부속물매수청구권의 대상이 아니었다면, 비용상환청구권이 성립하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할 문제로 남습니다. 두 권리는 발생 근거와 요건, 청구 대상 자체가 다른 별개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포기 가능 여부에서도 두 권리는 차이가 있습니다. 필요비·유익비 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계약 조항은 원칙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다뤄지는 반면, 부속물매수청구권의 포기 특약은 다음 항목에서 보듯 별도의 제한을 받습니다. 계약서에 두 권리를 뭉뚱그려 포기한다고 적혀 있더라도, 실제 효력은 어느 권리에 관한 조항인지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의 포기 특약, 항상 유효한 건 아니다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은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포기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652조는 제646조를 포함한 일부 조문에 위반하는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부속물매수청구권 규정은 임차인 보호를 위한 편면적 강행규정으로 다뤄지므로,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포기 특약은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다만 예외도 있습니다. 대법원 1992. 9. 8. 선고 92다24998, 92다25007 판결은 계약 체결 경위와 조건 전체를 살펴보아 그 포기 특약이 임차인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지 않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사안에서는 임차인이 증·개축한 시설을 포기하는 대가로 보증금과 차임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임대기간도 장기로 보장받은 사정이 함께 고려됐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포기 조항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부속물매수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 특약이 계약 전체에서 임차인에게 실질적인 이익 없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는지, 아니면 보증금·차임 조건 등에서 상응하는 대가가 있었는지를 함께 따져봐야 결론이 정해집니다.
실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차임연체로 해지 통보를 받은 임차인이라면, 부속물매수청구권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몇 가지를 순서대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지의 적법성부터 시설의 성격, 계약서 문구까지 단계별로 확인해야 불필요하게 권리를 포기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연체 개월수와 누적 금액이 2기(상가는 3기) 차임액 요건을 실제로 충족하는지 계산해 볼 것.
해지 통지의 발송·도달 여부와 시점을 확인할 것.
시설 설치 당시 임대인의 동의 여부를 문자·메일 등 기록으로 남겨둘 것.
시설이 분리 가능한지, 건물 구성부분으로 흡수됐는지 스스로 점검할 것.
계약서상 포기 특약 문구와 체결 당시 보증금·차임 조건을 함께 검토할 것.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유리하게 정리되면 부속물매수청구권이나 비용상환청구권을 되살릴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모든 요건이 임대인에게 유리하게 갖춰져 있다면, 매수청구보다는 시설 철거 범위나 원상복구 비용을 놓고 협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차임을 한두 달만 연체했는데도 부속물매수청구권을 못 받나요?
A. 아니요. 부속물매수청구권이 배제되는 것은 그 연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된 경우입니다. 일반 건물임대차는 민법 제640조에 따라 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이르러야, 상가건물임대차라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에 따라 3기의 차임액에 이르러야 해지 요건이 충족됩니다. 요건에 못 미치는 연체를 이유로 한 해지 통보는 그 자체로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Q. 임대인 동의 없이 설치한 시설도 부속물매수청구권 대상인가요?
A. 원칙적으로 민법 제646조는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부속시킨 물건을 요건으로 하므로, 동의 없이 임의로 설치한 시설은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임대인으로부터 직접 매수한 부속물이 있다면 이 역시 청구 대상이 됩니다. 동의 여부가 다투어질 때를 대비해 설치 경위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계약서에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포기한다는 조항이 있으면 그대로 따라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646조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편면적 강행규정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한 포기 특약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계약 전체를 살펴 그 특약이 임차인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유효로 볼 수 있습니다.
Q. 부속물매수청구권을 못 받으면 설치비용은 전혀 회수할 수 없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시설이 건물의 구성부분으로 흡수되어 독립한 소유권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라면, 부속물매수청구권이 아니라 필요비·유익비 상환청구권의 문제로 다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비용상환청구권은 계약서에 사전 포기 특약이 있으면 유효하게 배제될 수 있어 계약서 조항부터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임대인이 밀린 차임을 이유로 해지했는데 실제로는 요건에 못 미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연체 개월수와 누적 금액을 계약서상 차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2기(상가는 3기) 차임액에 실제로 도달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요건에 미달한 해지라면 그 효력을 다툴 수 있고, 이 경우 임대차관계가 여전히 존속하는 것으로 취급되어 부속물매수청구권도 살아 있는 상태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Q. 특수한 영업목적으로 맞춤 설치한 시설도 부속물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판례는 오로지 임차인의 특수한 영업목적에만 사용하기 위해 설치된 시설은 부속물매수청구권의 대상인 '부속물'로 보지 않습니다. 건물의 구조나 계약 당시 합의된 사용목적, 위치, 주위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범용적인 편익을 주는 시설인지가 관건입니다.
맺음말
부속물매수청구권은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로 설치한 시설을 돌려받을 수 있는 강력한 권리지만, 차임연체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에는 판례상 이 권리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해지 요건이 실제로 충족됐는지, 설치한 시설이 부속물 요건을 갖췄는지, 비용상환청구권 등 다른 경로는 없는지를 순서대로 따져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특히 상가 임차인이라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3기 요건과 민법의 2기 요건이 다르다는 점, 계약서상 포기 특약이 있어도 무조건 유효하지는 않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상가·사무실 임대차를 둘러싼 연체·해지 분쟁이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해지 통보를 받았다면 요건 충족 여부부터 차분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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