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나와도 무죄 — 강제추행, 접촉 경위가 가른다
사건 개요
강제추행 사건에서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은 "당신의 DNA가 피해자의 신체나 옷에서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을 때입니다. 신체 접촉이 없었다고 발뺌해 온 경우라면 이 통보 자체가 사건을 끝장내는 증거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 많은 피의자·피고인이 이 시점부터 방어를 포기하고 혐의를 인정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합니다.
하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지점에서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DNA는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 그 접촉이 강제추행이라는 범죄를 구성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좁은 통로에서 스쳤거나, 넘어지는 사람을 붙잡았거나, 업무·간호 등의 사정으로 몸이 닿았거나 하는 경우처럼, 신체 접촉 자체는 사실이어도 그것이 폭행·협박에 의한 것이 아니고 추행의 고의도 없었다면 처벌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DNA가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강제추행이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검찰과 법원은 접촉의 존재가 아니라 그 접촉이 폭행·협박에 해당하는지,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유형력 행사였는지를 별도로 심리합니다. 이 지점을 정확히 다투면 DNA가 나온 사건에서도 무죄가 선고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의 승패는 크게 세 가지 지점에서 갈립니다. 첫째, 접촉이 있었던 구체적 경위—언제, 어떤 공간에서, 어떤 상황에서 몸이 닿았는지—가 우연·부주의·직무상 사정 등 비고의적 설명으로 재구성되는지입니다. 둘째, 형법 제298조가 요구하는 '폭행 또는 협박'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폭행·협박 선행형 강제추행의 '폭행 또는 협박'을,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형법상 폭행죄·협박죄와 같은 수준의 유형력 행사·해악 고지로 완화해 판단하도록 정리했습니다. 다만 이 기준이 완화됐다고 해서 폭행·협박 자체가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그 존재는 증명되어야 합니다. 셋째, 신체 접촉이 곧바로 '기습추행'으로 인정되려면 그 접촉이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이자 추행의 고의를 가진 행위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고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한 접촉은 애초에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DNA라는 과학적 증거는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직접 증명하지 않습니다. DNA는 '접촉의 존재'라는 사실 하나만을 가리킬 뿐이고, 나머지는 정황과 진술로 채워야 하는 공백입니다. 이 공백을 검찰이 어떻게 메우려 하는지, 그리고 그 메우는 방식에 허점이 있는지를 짚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접촉의 경위를 재구성해 '고의'와 '폭행'을 다투기
가장 먼저 손을 대는 부분은 접촉이 일어난 순간 그 자체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1) 접촉 직전·직후의 정황을 시간 단위로 복원합니다.
DNA 감정서는 "접촉이 있었다"는 결과만 알려줄 뿐, 그 접촉이 몇 초간, 어떤 방향으로,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졌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건 현장의 CCTV, 목격자 진술, 문자·통화 기록 등을 모아 접촉이 일어난 순간의 자세·동선·주변 상황을 시간 단위로 복원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좁은 통로에서 상대가 갑자기 멈춰 서거나 넘어지려는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몸을 붙잡은 사안에 대해, CCTV 영상과 접촉 직후의 언동·112신고 내용을 종합해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접촉 직후 어떤 말을 했는지, 곧바로 사과하거나 자리를 피했는지 같은 행동은 고의 유무를 가르는 핵심 정황이 됩니다.
2)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할 유형력 행사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분리해 검토합니다.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폭행·협박 자체는 여전히 구성요건입니다. 접촉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였는지, 아니면 상대방을 붙잡거나 부축하는 등 목적이 다른 동작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한 신체 접촉이었는지를 구분해 주장합니다. 후자라면 접촉은 있었어도 폭행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강제추행의 구성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3) 추행의 고의를 뒷받침할 정황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냅니다.
고의는 진술만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부인만으로 부정되지도 않습니다. 접촉 부위가 성적 의미와 무관한 상황(부축·정리·업무상 접촉 등)이었는지, 접촉 시간이 순간적이었는지, 피고인이 사전에 상대와 별다른 접점이 없었는지 등 고의를 뒷받침할 정황이 애초에 부족하다는 점을 사건 전체의 흐름 속에서 짚어 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DNA 증거의 증명력을 법정에서 정확한 범위로 되돌리기
DNA가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를 다투기보다, 그 증거가 실제로 무엇을 증명하는지를 정확히 짚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이차전이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DNA는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어도 옷, 손잡이, 공용 물건 등 매개물을 통해 옮겨질 수 있습니다(이차전이). 검출된 DNA가 직접 접촉의 결과인지, 매개물을 거친 전이의 결과인지는 감정 결과만으로 단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의 공간 구조, 접촉 가능한 매개물의 존재, 검출 부위와 양(量) 등을 따져 '직접 접촉'이라는 검찰의 전제 자체를 흔듭니다.
2) 채취·보관 절차의 하자를 확인합니다.
시료 채취 시점과 방법, 보관·이송 과정에서의 오염 가능성, 감정 기관의 분석 절차가 적법한 절차를 따랐는지를 기록으로 확인합니다.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감정 결과의 증명력 자체를 낮추는 근거가 됩니다.
3) 감정 결과와 공소사실 사이의 간극을 명확히 합니다.
감정서는 "이 DNA가 피고인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만 말합니다. 언제, 어떤 힘으로, 어떤 의도로 닿았는지는 감정서 밖의 영역입니다. 검찰이 이 간극을 진술이나 정황만으로 메우려 할 때, 그 진술과 정황이 실제로 폭행·협박·고의라는 구성요건을 채우기에 충분한지를 항목별로 짚어 법정에서 드러냅니다.
결론
DNA가 검출됐다는 통보는 사건을 무겁게 만들지만, 그 자체로 유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강제추행죄는 접촉의 존재가 아니라 폭행·협박, 추행의 고의,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라는 세 가지 요건이 갖추어졌는지로 판단됩니다. DNA는 그중 어느 것도 자동으로 증명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접촉이 있었던 순간의 경위를 얼마나 이른 시점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두는가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CCTV는 삭제되고 목격자의 기억은 흐려집니다. DNA 검출 통보를 받은 상황이라면, 그 접촉이 왜 일어났는지와 그것이 법이 정한 강제추행의 요건을 실제로 충족하는지를 처음부터 함께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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