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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계약 불이행, 대체거래 차액부터 특별손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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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계약 불이행, 대체거래 차액부터 특별손해까지 

김상훈 변호사

납기를 정해 부품이나 원자재를 발주했는데, 공급업체가 "재고가 없다", "단가가 안 맞는다"며 인도를 미루거나 아예 발을 빼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장 생산라인은 돌려야 하니 급한 대로 다른 업체에서 더 비싼 값을 주고 물건을 구해 메우게 되는데, 그렇게 더 든 돈을 원래 공급업체에게 받아낼 수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계약서에 손해배상 얘기가 딱히 없는데 청구가 되느냐", "얼마를 어떻게 계산해서 받느냐"를 두고 막막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체거래로 더 든 차액은 원칙적으로 청구할 수 있지만, 그 청구가 온전히 받아들여지려면 밟아야 할 순서와 남겨야 할 증거가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납품 지연·거부에 이행을 더 기다릴지, 대체거래로 갈지부터 갈리는 대응

공급업체가 납품을 하지 않을 때 발주자가 서는 길은 크게 둘입니다. 하나는 계약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행을 계속 청구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계약을 정리하고 다른 업체에서 물건을 조달한 뒤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는 길입니다. 뒤쪽의 핵심 수단이 바로 대체거래, 즉 같은 목적의 물건을 제3자에게서 다시 사들이는 것입니다.

어느 길로 갈지는 물건의 성격과 급박함에 따라 갈립니다. 규격품·부품·원자재처럼 시장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언제 줄지 모르는 원래 업체를 붙들고 있기보다 빨리 대체거래로 급한 불을 끄고 그 차액을 청구하는 편이 실익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시장에 대체품이 없는 특수 제작물이라면 이행 자체를 강제하는 방향을 먼저 검토하게 됩니다.

문제는 급한 마음에 대체거래부터 해치우고 나서, 정작 원래 업체에 청구할 단계가 되었을 때 "그 가격이 적정했느냐", "왜 하필 그 업체에서 샀느냐"를 두고 다툼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대체거래로 더 든 차액을 온전히 받아내려면, 계약을 어떻게 정리하고 그 과정을 어떻게 증거로 남기느냐가 처음부터 함께 설계되어 있어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종류채무의 이행지체와 전보배상, 대체거래 차액이 통상손해가 되는 구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출발점은 민법 제390조입니다.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다만 채무자에게 고의·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원자재가 시장에서 사라진 천재지변급 사정이 아닌 한, 단순히 "단가가 안 맞아서" 납품을 안 한 것은 공급업체의 귀책사유로 평가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납품계약에서 먼저 짚어야 할 것은 그 채무의 성질입니다. 규격이 정해진 부품·원자재를 일정 수량 공급하기로 한 계약은 특정한 그 물건이 아니라 같은 종류의 물건 일정량을 대상으로 하는 종류채무입니다. 종류채무는 그 물건이 시장에 존재하는 한 조달이 가능하므로 이행불능이 잘 인정되지 않고, 대개 이행지체가 문제 됩니다. 대체거래가 자연스러운 해법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시장에서 같은 물건을 구할 수 있으니, 발주자가 직접 구해 메우고 그 차액을 손해로 청구하는 구조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이행지체가 문제 되는 이상, 계약을 정리하려면 원칙적으로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한 뒤 그 기간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아야 해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44조). 다만 공급업체가 "못 준다"며 미리 이행거절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경우에는 최고 없이 곧바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상인 사이의 매매에서 특정 일시·기간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확정기매매라면, 이행시기를 넘긴 순간 상대방이 즉시 이행을 청구하지 않는 한 계약은 해제된 것으로 간주됩니다(상법 제68조). 그리고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에는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민법 제551조).

이행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즉 전보배상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최고했는데도 이행하지 않거나 지체 후의 이행이 채권자에게 이익이 없을 때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95조). 그렇다면 그 배상액은 얼마로 잡느냐 — 여기서 시가(市價)가 기준이 됩니다.

손해배상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통상손해를 한도로 합니다(민법 제393조 제1항).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전보배상의 손해액을, 이행지체의 경우에는 최고한 상당한 기간이 지난 무렵의 시가를, 이행불능의 경우에는 이행불능 당시의 시가를 표준으로 산정한다는 태도를 확립해 왔습니다. 즉 그 물건을 다시 구하는 데 드는 값과 원래 계약대금의 차액이 통상손해의 뼈대입니다. 여기서 대체거래가 등장합니다. 발주자가 합리적인 시점에 합리적인 방법으로 실제 대체품을 사들였다면, 그 대체거래대금과 계약대금의 차액이 곧 손해가 되고, 실제 지급한 대체거래 가격은 그 시점 시가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국제물품매매에 적용되는 협약(CISG)이 계약 해제 후 합리적 기간·방법의 대체거래에서 계약대금과 대체거래대금의 차액을 배상받도록 정한 것(제75조)도 같은 발상입니다.

다만 대체거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굳이 훨씬 비싼 곳에서 사거나,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손해를 방치했다면 그 부분까지 전부 떠넘길 수는 없습니다. 채권자에게 그런 사정이 있으면 법원은 배상책임과 금액을 정할 때 이를 참작합니다(과실상계, 민법 제396조). 그래서 대체거래는 "그 상황에서 합리적이었다"고 설명될 수 있는 시점·가격·상대방이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규격 부품 1만 개를 개당 1만 원(계약대금 1억 원)에 납품받기로 했는데 공급업체가 납기에 인도하지 않아, 최고 후 계약을 해제하고 다른 업체에서 개당 1만 2천 원(합계 1억 2천만 원)에 급히 조달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대체거래 차액 — 2천만 원(1억 2천만 원 − 1억 원)이 통상손해의 뼈대입니다.

  • 여기에 조달을 서두르느라 쓴 긴급 운송비·검수비 등 합리적 부대비용이 있다면 함께 청구 대상이 됩니다.

  • 반면 시세가 개당 1만 500원이었는데도 사정을 알아보지 않고 1만 2천 원짜리를 샀다면, 그 초과분은 과실상계로 깎일 수 있습니다.

대체거래 차액을 넘어서는 손해는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예컨대 그 부품으로 만들 완제품을 하위 거래처에 납품하기로 했는데 납품이 늦어져 위약금 500만 원을 물었다면, 이는 통상손해가 아니라 특별손해입니다. 특별손해는 공급업체가 그 사정(하위 계약의 존재와 납기)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배상 책임이 있습니다(민법 제393조 제2항). 그래서 하위 거래처 계약의 존재를 발주 단계에서 미리 알렸는지가 이 부분 청구의 성패를 가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납기 최고부터 대체거래 증거 확보, 차액 청구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납기 도과 즉시 내용증명으로 최고하고 대체거래를 예고 —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촉구하되, 그 기간 안에 인도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고 다른 업체에서 조달해 그 차액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함께 밝혀 둡니다. 이 문서가 이행지체의 기산점과 귀책, 그리고 대체거래가 예고된 정당한 조치였음을 동시에 남깁니다. 공급업체가 이미 "못 준다"고 밝혔다면 그 회신을 확보해 두면 최고 없이 해제할 근거가 됩니다.

  • 대체거래는 합리적으로, 그리고 흔적을 남긴다 — 가능하면 복수 업체의 견적을 받아 시세를 확인한 뒤 조달하고, 발주서·세금계산서·대금 지급 내역·운송비 영수증을 빠짐없이 보관합니다. 나중에 "그 가격이 시가였느냐", "왜 그 업체냐"를 다툴 때, 합리적으로 알아보고 정한 가격이라는 점을 이 자료들이 증명합니다. 급할수록 이 기록을 놓치기 쉬운데, 기록이 없으면 차액 자체를 인정받기 어려워집니다.

  • 절차에 맞춰 계약을 해제 — 일반 이행지체라면 최고 기간이 지난 뒤 해제 통지를, 확정기매매이거나 상대방이 이행을 거절한 경우라면 곧바로 해제 의사를 내용증명으로 명확히 전달합니다. 해제 시점과 방식이 분명해야 이후 전보배상 청구의 기초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 차액은 통상손해로, 그 이상은 특별손해로 나눠 청구 — 대체거래대금과 계약대금의 차액 및 합리적 부대비용은 통상손해로 청구하고, 하위 거래처 위약금·생산 차질로 인한 손해 등은 특별손해로 구성해 공급업체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함께 입증합니다. 계약서에 지체상금이나 위약금(손해배상액의 예정) 조항이 있다면 그에 따라 청구해 손해액 입증 부담을 덜 수 있고, 다만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다는 점(민법 제398조 제2항)도 감안합니다.

  •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으면 가압류부터 — 공급업체가 자력이 부족하거나 재산을 은닉할 정황이 있다면, 본안소송의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상대방의 예금채권·매출채권·부동산에 가압류를 먼저 신청해 책임재산을 확보해 둡니다. 가압류는 본안보다 빠르게 결정되지만 법원이 정한 담보를 공탁하거나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부분도 함께 준비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대체거래는 서두르되 증거는 남기며 순서를 밟는 이유

납품이 막혔을 때 가장 위험한 태도는 "곧 주겠지"라며 급한 조달만 해치우고 정작 최고·해제 같은 절차를 뒤로 미루는 것입니다. 대체거래는 서둘러 급한 불을 끄되, 그 가격이 합리적이었음을 보여줄 자료를 남기고 계약을 정리하는 순서가 함께 가야 그 차액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습니다.

납품이 지연되거나 거부되고 있다면, 대체거래가 필요한 상황인지부터 점검하시고, 최고·해제 절차와 통상손해·특별손해의 구분까지 염두에 둔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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