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자가 "몰랐다"고 잡아뗄 때, 위자료는 어떻게 될까
사건 개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분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고민은 "이혼까지 갈 것인가"입니다. 그런데 상담을 해보면 뜻밖에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이도 있고, 배우자와는 정리하고 다시 살아보려 합니다. 다만 상간자만은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실제로 법은 이런 선택을 그대로 허용합니다. 배우자와 이혼하지 않고도, 상간자만을 상대로 단독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막상 상간자에게 소송을 걸면, 상대는 거의 예외 없이 두 가지 방어선 중 하나를 폅니다. "그 사람이 결혼한 줄 몰랐다"거나, "만날 당시 이미 사실상 남남이나 다름없는 부부였다"는 것입니다. 카카오톡 대화나 목격 진술만으로 소송을 시작했다가 이 두 항변 앞에서 막막해지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두 항변은 각각 무너뜨리는 방법이 정해져 있습니다. "몰랐다"는 항변은 상대가 알 수 있었다는 정황으로, "이미 파탄났다"는 항변은 증명책임의 소재를 이용해 되받아칠 수 있습니다. 승패는 이 구조를 이해하고 처음부터 증거를 그에 맞춰 모았는지에서 갈립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상간자가 상대방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고의 또는 과실)입니다. 둘째, 부정행위 당시 혼인관계가 이미 객관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로 파탄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사실을 누가 증명해야 하는지입니다. 셋째, 배우자와의 이혼 여부와 무관하게 상간자만을 단독 피고로 청구할 수 있는지입니다. 넷째,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언제부터 계산하는지입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게 배상책임을 지웁니다. 부부공동생활은 배우자 상호간 정조의무를 핵심으로 하므로, 제3자가 이를 침해하면 원칙적으로 이 조항의 불법행위가 성립합니다. 다만 그 원칙이 그대로 인정되려면 위 네 가지 지점이 먼저 정리되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몰랐다"는 항변을 정황으로 무너뜨리기
법원은 통상적인 남녀 관계에서 상대에게 배우자가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확인할 의무까지는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확인해 보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상간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알 수 있었음'을 증명 가능한 형태로 쌓습니다.
1) 인식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모읍니다.
SNS 프로필과 게시물에 남은 배우자·자녀 사진, 결혼식이나 가족 행사에 참석한 지인의 진술, 함께 살던 집이나 생활권을 공유한 정황, 대화 내용 중 상대가 기혼임을 암시하는 표현 등을 시점별로 정리합니다. 이런 정황이 쌓이면 "확인할 의무가 없었다"는 항변과 별개로, 실제로는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2) "몰랐다"와 "확인해도 몰랐을 것이다"를 구분해 반박합니다.
상간자 측이 흔히 뒤섞어 쓰는 두 주장을 분리해서 다룹니다. 전자는 사실관계로 반박하고(위 정황 증거), 후자는 애초에 통용되지 않는 항변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법이 확인의무를 요구하지 않는 것과, 실제로 인식할 수 있었던 상태였던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3) 배우자와 상간자, 누구를 상대로 청구할지 설계합니다.
배우자와 상간자는 함께 혼인 파탄에 책임을 지는 관계이지만, 피해자는 둘 중 누구에게든, 또는 둘 다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와는 관계를 회복하려는 경우라면 상간자만을 단독 피고로 삼아 소를 제기하면 되고, 이는 이혼 여부와 무관하게 가능합니다. 소송 상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증명 부담과 회수 가능성이 달라지므로, 사건 초기에 이 설계부터 정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혼인파탄' 항변 무력화와 시효 관리
두 번째 방어선은 "만날 당시 이미 부부관계가 끝나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며 혼인생활의 실체가 객관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정도에 이른 뒤라면, 그 이후의 만남은 더 이상 불법행위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항변을 다루는 방식이 소송의 승패를 가릅니다.
1) 증명책임을 상간자 측에 지웁니다.
혼인이 이미 파탄났다는 사실은 그렇게 주장하는 상간자 측이 증명해야 하는 항변사실입니다. 청구인이 먼저 "파탄나지 않았다"를 입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원칙을 소송 초반부터 분명히 하고, 상대가 제출하는 파탄 근거(별거 기간, 이혼소송 계속 여부 등)의 허점을 짚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2) '파탄'의 문턱을 구체적으로 짚습니다.
단순한 잦은 다툼이나 일시적인 별거, 혹은 "사이가 나빴다"는 정도로는 파탄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객관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러야 하며, 이를 반박하기 위해 가족 행사 참석 사진, 함께 지출한 생활비·양육비 내역, 명절이나 기념일을 함께 보낸 정황 등 실질적 혼인생활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자료를 준비합니다.
3) 소멸시효를 계산해 대응 일정을 짭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부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다만 부정행위로 인해 실제 이혼까지 이어진 사안이라면, 손해의 범위가 이혼이 성립되는 시점에야 확정된다고 보아 그 시점부터 별도로 3년을 다시 살펴야 한다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협상이 길어질 조짐이 보이면 시효 중단 조치를 미리 취해 시효 도과로 권리를 잃는 상황을 막습니다.
결론
상간자를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는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저절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상대가 "몰랐다"거나 "이미 끝난 부부였다"고 발뺌하는 순간부터가 진짜 싸움의 시작입니다.
이 두 방어선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에 따라 결과가 갈리며, 그 준비는 소송을 시작하기 전, 증거를 모으는 단계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합니다. 배우자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갈지와 별개로, 상간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문제로 고민 중이시라면 지금 가진 정황과 자료로 승산이 있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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