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부증여·현물증여, 유류분에선 어떻게 평가할까
사건 개요
아버지가 생전에 장남에게 상가건물 한 채를 증여하면서, 그 건물에 걸려 있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함께 넘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남 입장에서는 순수한 공짜 증여가 아니라 채무까지 떠안는 '부담부증여'를 받은 셈입니다. 세월이 지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다른 형제자매들이 "그 건물도 유류분 계산에 들어가야 한다"며 유류분반환을 청구하면서 다툼이 시작됩니다.
문제는 이 재산이 현금이 아니라 부동산이라는 점, 그리고 순수 증여가 아니라 채무를 조건으로 한 부담부증여라는 점에서 이중으로 꼬입니다. "그 증여가 유류분 계산에 포함되느냐"는 사실 크게 다툴 일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 공동상속인이 받은 생전 증여는 특별수익으로서 시기를 불문하고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되기 때문입니다(민법 제1118조, 제1008조). 정작 실제로 부딪히는 문제는 "그 재산이 정확히 얼마로 잡히느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물증여재산은 증여 당시가 아니라 상속개시 당시의 가액으로 다시 평가하고, 부담부증여라면 그 부담(채무)의 가액을 공제한 순증여액만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넣어야 합니다. 이 두 단계를 정확히 밟았는지에 따라 최종 계산 결과가 수천만 원, 때로는 그 이상 벌어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판단이 갈리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현물증여재산을 어느 시점의 가액으로 평가하는가—증여 당시인지, 상속개시 당시인지, 그 사이 재산이 처분됐다면 처분 당시인지입니다. 둘째, 부담부증여의 부담(채무)이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수증자가 실제로 이행해야 하는 '진정한' 채무인지입니다. 셋째, 그 부담액을 공제하는 계산 순서와 기준 시점을 재산 가액과 어떻게 맞추는가입니다.
이 세 가지는 순서대로 이어져 있어, 평가 시점을 잘못 잡으면 그 위에 아무리 정교하게 부담을 공제해도 전체 숫자가 처음부터 틀어집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승부는 각 단계를 법이 정한 기준대로 순서대로 밟았는가에서 사실상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현물증여재산을 상속개시 당시 가액으로 정확히 재평가하기
첫 단추가 잘못 꿰이면 이후 계산이 전부 흔들립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재산의 가액을 확정합니다.
1) 수증자가 재산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상속개시 당시 시가로 평가합니다.
기준이 되는 것은 증여 당시의 가격이 아니라, 피상속인이 사망한 시점, 즉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입니다. 부동산이라면 감정평가를 통해 상속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한 시가를 산정하고, 필요하면 공시지가나 인근 실거래가 자료를 함께 제시해 감정 결과를 뒷받침합니다. 증여 당시 3억 원이었던 상가가 상속개시 시점에 6억 원으로 올랐다면, 유류분 계산에 들어가는 금액은 3억 원이 아니라 6억 원입니다.
2) 이미 처분되었거나 수용된 경우, 처분 당시 가액에 물가변동률을 반영해 환산합니다.
수증자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팔았거나 공익사업으로 수용당한 경우엔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를 그대로 쓸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처분 당시의 현실 가치를 기준으로, 처분 시점부터 상속개시 시점까지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해 상속개시 당시의 화폐가치로 환산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9다222867 판결). 환산에는 한국은행의 GDP 디플레이터 수치를 사용하며, '처분(증여)액 × 상속개시 당시 GDP 디플레이터 ÷ 처분(증여) 당시 GDP 디플레이터' 공식으로 계산합니다.
3) 금전을 증여받은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화폐가치를 환산합니다.
부동산이 아니라 현금을 증여받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증여 당시의 금액 그대로가 아니라, 증여 시점부터 상속개시 시점까지의 물가 변동을 같은 GDP 디플레이터 공식으로 반영해 상속개시 당시의 화폐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유류분 산정의 기초에 넣습니다. 이 환산을 빠뜨리면 오래전 증여일수록 실제보다 지나치게 낮은 금액으로 반영되는 결과가 생깁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부담부증여의 '부담'을 정확히 공제해 순증여액을 세우기
재산 가액을 정확히 잡았다면, 다음은 그 재산에 붙어 있던 부담(채무)을 걷어내는 단계입니다.
1) 수증자가 실제로 인수한 채무인지부터 확인합니다.
부담부증여로 재산을 넘기면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함께 넘기는 경우가 흔합니다. 대법원은 수증자가 인수하거나 부담하는 채무가 '진정한 것'일 때에 한해, 상속개시 당시 증여재산의 가액에서 그 채무부담액을 공제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104090, 2012다104106 판결). 실제로는 갚지 않을 채무를 서류상으로만 부담한 것처럼 꾸며 놓은 경우라면 공제 대상이 아니므로, 채무의 발생 경위와 실제 상환 내역을 함께 확인해 둡니다.
2) 공제할 채무액도 상속개시 당시의 화폐가치로 다시 환산합니다.
부담(채무)의 가액 역시 증여 당시 금액을 그대로 빼는 것이 아니라, 재산 가액과 마찬가지로 상속개시 당시의 화폐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공제 대상으로 삼습니다. 재산은 상속개시 당시 가액으로 올려서 평가하면서 채무는 증여 당시 금액 그대로 빼 버리면, 순증여액이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오류가 생깁니다. 그래서 두 숫자의 기준 시점을 반드시 맞추어야 합니다.
3) '증여가액 – 부담가액'으로 순증여액을 확정해 기초재산에 넣습니다.
앞의 두 단계를 거쳐 확정한 재산 가액에서 부담 가액을 뺀 나머지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가액입니다(민법 제1113조 제1항). 여기에 상속개시 당시 적극재산을 더하고 상속채무 전액을 공제해야 최종 기초재산이 확정되므로, 부담부증여 하나만 따로 떼어 계산하지 말고 전체 상속재산 구조 안에서 순서를 지켜 계산합니다.
결론
부담부증여나 현물증여로 재산을 넘긴 경우, 유류분 다툼의 승패는 "포함되느냐"가 아니라 "얼마로 잡히느냐"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가 시점을 상속개시 당시로 맞추고, 부담(채무)의 진정성과 공제 시점까지 정확히 계산해야 실제 액수에 가까운 숫자가 나옵니다.
오래전에 이루어진 증여일수록, 그리고 채무가 얽혀 있을수록 계산이 복잡해지고 다툼의 여지도 커집니다. 상속재산 중 부담부증여나 현물증여로 넘어간 부분이 있다면, 그 가액이 정확히 어떻게 산정되어야 하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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