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기술이나 고객 데이터를 경쟁사에 빼앗긴 기업이 소송에서 마지막에 부딪히는 벽은 침해 사실의 증명이 아니라 손해액의 증명인 경우가 많습니다. 유출된 정보가 상대방 매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우리 회사 매출이 그 때문에 얼마나 줄었는지를 숫자로 증명하는 일은 성질상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손해액을 추정해 주는 특별 규정을 두고 있고, 고의 침해에는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을 명할 수 있는 제도까지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업비밀 침해 손해배상에서 손해액을 산정하는 세 가지 방식과 입증 부담을 덜어 주는 절차적 장치, 그리고 5배 배상이 적용되는 요건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영업비밀 침해 손해배상의 출발점 — 성립요건과 책임 근거
손해액 이야기를 하기 전에 청구의 뼈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합니다. 이 세 요건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그 정보는 영업비밀이 아니게 되어 손해배상 논의 자체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것은 비밀관리성으로, 회사가 그 정보를 실제로 비밀로 다루어 왔는지가 사내 규정과 관리 실태를 통해 검증됩니다.
비공지성 — 간행물·인터넷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야 하고, 일부 직원이 아는 것만으로는 공지된 것이 아닙니다.
경제적 유용성 — 그 정보를 가진 쪽이 경쟁에서 이익을 얻거나, 취득·개발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든 정보여야 합니다.
비밀관리성 — 대외비 표시, 접근권한 제한, 보안서약서 징구처럼 비밀로 관리하고 있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요건이 갖추어졌다면 배상 책임의 근거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1조입니다.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여기서 침해행위는 절취·기망 같은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사용·공개하는 경우뿐 아니라, 비밀유지의무를 지는 임직원이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이를 사용·공개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므로(제2조 제3호), 퇴사자에 의한 유출 사안 대부분이 여기에 들어옵니다. 결국 침해행위의 존재, 침해자의 고의·과실,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가 증명 대상이 되는데, 이 가운데 마지막 고리인 손해액이 실제 소송에서 가장 큰 관문이 됩니다.
손해액 추정 규정이 필요한 이유 — 일반 원칙의 한계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의 원칙에 따르면, 피해자는 침해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 상태와 현재 상태의 차이를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영업비밀 침해에서는 이 증명이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매출이 줄었다 해도 그것이 기술 유출 때문인지, 경기 변동이나 다른 경쟁사의 등장 때문인지 분리해 내기 어렵고, 정작 손해 산정에 필요한 침해자의 판매수량·이익률 같은 핵심 자료는 전부 침해자 내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는 바로 이 지점을 보완하는 규정입니다. 침해자의 양도수량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 침해자가 얻은 이익을 손해로 추정하는 방식, 실시료 상당액을 청구하는 방식이라는 세 갈래 산정 방법을 두고, 그래도 증명이 곤란하면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어느 방식을 주장할지는 피해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증거에 따라 선택하게 되며, 실무에서는 여러 방식을 함께 주장해 두고 심리 결과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 정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손해액 추정 규정의 본질은 증명 부담을 피해자에게서 침해자 쪽으로 옮기는 데 있다 — 어떤 산정 방식이 유리한지는 확보 가능한 증거가 결정한다.
양도수량 기준 산정 —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1항
첫 번째 방식은 침해자가 침해행위의 대상이 된 물건을 양도한 경우, 그 양도수량에 피해자의 단위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삼는 것입니다(제14조의2 제1항). 침해자가 판 만큼 피해자가 팔 기회를 잃었다고 보는 사고방식으로, 침해품 판매 수량과 피해자 제품의 단위당 이익만 증명하면 되므로 피해자 매출 감소 전체를 증명하는 것보다 부담이 훨씬 가볍습니다. 예를 들어 유출된 도면으로 만든 부품을 침해자가 1만 개 판매했고 피해 기업이 같은 부품 한 개당 5,000원의 이익을 얻고 있었다면, 5,000만원을 손해액으로 주장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한도와 공제가 있습니다. 이 금액은 피해자가 생산할 수 있었던 수량에서 실제 판매한 수량을 뺀 수량, 즉 피해자의 남은 생산능력 범위 안에서만 인정됩니다. 위 사례에서 피해 기업의 잔여 생산능력이 6,000개뿐이었다면 손해액도 6,000개 분을 한도로 계산됩니다. 또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사정, 예컨대 시장에 대체 경쟁 제품이 이미 존재했다거나 수요 자체가 줄었다는 사정이 인정되면 그 수량에 해당하는 금액은 빼야 합니다. 실제 소송에서 양도수량은 침해자의 세금계산서·거래명세·수출입 신고 자료 등으로 증명하게 되며, 이 자료들 역시 뒤에서 볼 자료제출명령의 대상이 됩니다. 결국 이 한도와 공제 사유, 그리고 수량 자료의 확보를 둘러싼 공방이 이 방식의 실질적인 전장이 됩니다.
침해자가 얻은 이익의 추정 — 제14조의2 제2항과 대법원 판례
두 번째 방식은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이익을 얻었을 때 그 이익액을 피해자의 손해액으로 추정하는 것입니다(제14조의2 제2항). 피해자 쪽 매출 자료가 아니라 침해자의 이익을 증명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피해 기업이 아직 제품화 전 단계였거나 매출 감소를 직접 증명하기 어려운 사안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침해자의 매출액에 이익률을 곱해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 기초 자료는 뒤에서 볼 자료제출명령으로 확보하게 됩니다.
이 조항의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1다310873 판결은 두 가지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침해자가 받은 이익은 그 내용에 특별한 제한이 없어 침해품 판매 이익에 한정되지 않고, 타인의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해 완제품 제조비용을 절감했다면 그 비용 절감 이익도 침해자의 이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피해자의 실제 손해가 추정액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추정을 뒤집으려면, 그 사유와 범위를 침해자가 주장·증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침해자의 이익액까지만 증명하면 되고, 그다음 공은 침해자에게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제2항의 추정이 작동하면 '그만큼 손해 보지 않았다'는 점은 침해자가 증명해야 한다 — 증명책임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 이 조항의 힘이다.
실시료 상당액 청구 — 손해배상의 최저선이 되는 제3항
세 번째 방식은 그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금액, 즉 실시료 상당액을 손해액으로 청구하는 것입니다(제14조의2 제3항). 침해자가 아직 제품을 팔지 못해 이익이 없다고 다투는 경우에도, 남의 영업비밀을 허락 없이 사용한 것 자체에 대한 대가는 물어야 한다는 취지이므로 사실상 손해배상의 최저선 역할을 합니다. 양도수량이나 침해자 이익의 증명이 모두 막힌 사안에서도 이 방식은 남아 있습니다.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동종 업계의 라이선스 계약 사례, 해당 기술의 개발에 투입된 비용과 기간, 기술가치평가 결과, 그 기술이 제품 전체 가치에서 차지하는 기여도 등을 종합해 산정합니다. 자기 회사가 과거에 비슷한 기술을 유상으로 사용허락한 계약서가 있다면 유력한 기준이 되고, 침해자와 라이선스 협상이 오간 적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제안된 금액도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실제 손해가 실시료 상당액을 초과한다면 그 초과분도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침해자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었던 때에는 법원이 배상액을 정하면서 그 사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입증이 막힐 때 쓰는 절차적 장치 — 자료제출명령과 비밀유지명령
어느 산정 방식을 택하든 기초 숫자는 침해자 손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3은 이를 위해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상대방에게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자료 소지자는 제출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침해자의 매출장부, 거래명세, 원가 자료를 소송 안으로 끌어오는 통로가 이 조항입니다. 역으로 피해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 자료 없이 법원의 재량 인정에만 기대기보다, 이 장치로 확보한 자료 위에 손해액 주장을 쌓는 편이 인정 액수를 키우는 길입니다.
소송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다시 새는 것을 막는 장치도 있습니다. 제14조의4의 비밀유지명령은 소송기록에 포함된 영업비밀을 소송 수행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원의 명령으로,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손해액 심리를 위해 우리 쪽 기술 자료나 매출 자료를 법정에 내야 하는 피해 기업에게는, 소송이 2차 유출의 통로가 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안전판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장치를 동원해도 손해액 증명이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자료제출명령(제14조의3) — 침해자의 매출·원가 자료 확보 통로.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비밀유지명령(제14조의4) — 소송에서 공개되는 영업비밀의 목적 외 사용·공개를 금지. 2차 유출 방지 장치.
상당한 손해액 인정 — 증명이 극히 곤란한 경우의 보충 장치. 다만 기초 자료를 낼수록 인정 액수도 커집니다.
고의 침해라면 최대 5배 —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면 법원은 위 방식으로 산정된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 종전에는 한도가 3배였으나, 2024. 2. 20. 개정되어 2024. 8. 21. 시행된 부정경쟁방지법이 이를 5배로 끌어올렸고, 시행 이후의 고의 침해행위부터 적용됩니다. 전보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우리 손해배상 체계에서 이례적으로 강한 제재로, 기술 탈취를 남는 장사로 만들지 않겠다는 입법 의지가 반영된 것입니다.
배수를 정할 때 법원은 침해자의 우월적 지위 여부, 고의의 정도, 침해행위의 기간과 횟수, 침해로 얻은 경제적 이득의 규모, 피해 기업의 손해 규모, 침해자의 피해 구제 노력 등을 고려합니다. 따라서 퇴사 직전 대량의 자료를 다운로드해 경쟁사로 옮기고 곧바로 동종 제품을 출시하는 것처럼 계획성이 뚜렷한 사안일수록 높은 배수가 문제될 수 있고, 침해 경고를 받고도 사용을 계속했다면 고의 인정에 결정적으로 불리해집니다. 피해 기업으로서는 경고장 발송과 그 수령 사실, 침해자의 이후 행태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배수 판단 단계에서 의미 있는 증거가 됩니다. 또한 배수는 앞선 추정 규정으로 산정된 손해액을 기초로 적용되므로, 산정 단계에서 인정 액수를 최대한 키워 두는 것이 징벌적 배상 단계에서도 그대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 자료라고 해서 전부 영업비밀로 보호되나요?
A. 아닙니다. 비공지성·경제적 유용성·비밀관리성 세 요건을 모두 갖춘 정보만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보호됩니다. 특히 대외비 표시나 접근권한 제한 없이 전 직원이 자유롭게 열람하던 자료는 비밀관리성이 부정되어 청구가 무너질 수 있으므로, 평소의 관리 체계가 곧 소송의 승패 자료가 됩니다.
Q. 침해자가 얼마를 벌었는지 알 수 없는데 어떻게 청구하나요?
A.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3의 자료제출명령을 신청해 침해자의 매출·이익 관련 자료 제출을 법원이 명하도록 할 수 있고, 소지자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거부할 수 없습니다. 확보된 매출액에 이익률을 곱해 제2항의 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Q. 침해자가 아직 제품을 팔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을 못 받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제14조의2 제3항에 따라 그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해 통상 받을 수 있는 실시료 상당액을 손해액으로 청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판매 실적이 없어도 무단 사용 자체에 대한 대가는 인정되므로, 이 방식이 손해배상의 최저선 역할을 합니다.
Q. 손해액의 5배 배상은 어떤 경우에 적용되나요?
A.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며, 5배 한도는 2024. 8. 21. 시행된 개정법에 따른 것으로 시행 이후의 고의 침해행위에 적용됩니다. 법원은 고의의 정도, 침해 기간과 횟수, 침해로 얻은 이득 규모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배수를 정합니다.
Q. 손해배상 청구에도 시효가 있나요?
A. 있습니다.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침해 정황을 인지한 시점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므로 조기에 청구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소송을 같이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두 절차는 별개로 진행되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압수 자료나 피의자 진술이 민사 손해배상 소송의 증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실무상 병행 전략이 자주 쓰입니다. 다만 형사에서 요구되는 증명 수준과 민사의 손해액 산정은 별개 문제이므로 각각의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맺음말
영업비밀 침해 손해배상의 승패는 침해 사실 자체보다 손해액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자료 위에서 산정하느냐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가 마련한 양도수량 기준, 침해자 이익 추정, 실시료 상당액이라는 세 갈래 길과 자료제출명령·비밀유지명령 같은 절차적 장치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인정 액수가 크게 달라지고, 고의 침해라면 최대 5배 배상까지 시야에 넣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침해 정황을 처음 인지한 시점의 초동 대응이 중요합니다. 유출 경로와 접근 기록을 보전하고, 어떤 산정 방식이 유리한지에 맞추어 증거 확보 계획을 세우는 일은 소 제기 전에 끝나 있어야 합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처럼 제조업체와 연구 인력의 이동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분쟁이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침해가 의심되는 단계에서 일찍 법적 대응 전략을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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