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를 부인하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요? - 구속연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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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를 부인하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요? 구속연구4 

윤영석 변호사

수원 구속영장실질심사, "혐의를 부인하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요?" — 구속사유 반박 시리즈 ③ 증거인멸 우려

법무법인 베테랑 | 담당변호사 윤영석 보석제도 개선 연구로 2025년 학술상을 수상한 한국법무보호복지학회 부회장. 구속과 석방 제도를 실무와 학술 양면에서 연구하는 형사전문 변호사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도주 우려'를 사안의 중대성이 아닌 피의자 개인의 구체적 사정으로 반박하는 방법을 다루었습니다. 이번 칼럼은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호,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입니다.

이 항목이 까다로운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도주 우려가 피의자의 '생활'을 놓고 다투는 싸움이라면, 증거인멸 우려는 피의자의 '태도'를 놓고 다투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혐의를 다투는 피의자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논리가 등장합니다. "부인하고 있으니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방어권 행사는 구속 사유가 아닙니다

먼저 원칙부터 분명히 하겠습니다.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방어권의 행사이며, 방어권 행사 그 자체를 증거인멸 우려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부인하면 구속되고 인정해야 석방된다면, 무죄를 다툴 권리는 형해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무의 현실은 한 겹 더 복잡합니다. 영장청구서는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공범 또는 참고인과 말을 맞추거나 피해자를 회유할 우려가 있다"는 형태로, 부인 태도를 곧바로 인멸 우려의 정황으로 연결해 옵니다. 변호인이 해야 할 일은 이 연결 고리를 끊는 것, 즉 "다투는 것"과 "인멸하는 것"이 전혀 다른 행위임을 사실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법원이 실제로 확인하는 지점들

첫째, 인멸할 증거가 남아 있는가. 증거인멸 우려는 인멸의 '대상'이 존재해야 성립합니다. 압수수색이 이미 집행되어 휴대전화·컴퓨터 등이 확보되었고 디지털 포렌식이 진행 중이라면, 계좌 거래내역·통신기록·CCTV 같은 객관적 증거가 수사기관에 이미 넘어가 있다면, 피의자가 인멸할 수 있는 증거는 사실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수사 경과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핵심 증거는 전부 확보 완료"임을 의견서에서 명확히 하는 것이 이 항목 반박의 출발점입니다.

둘째, 증거의 성격이 인멸 가능한 것인가. 사건의 유무죄가 객관적 증거로 판가름나는 구조라면, 피의자가 무엇을 어떻게 해도 결론에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반대로 진술 증거의 비중이 큰 사건일수록 법원은 말맞추기·회유 가능성을 무겁게 봅니다. 내 사건의 증거 구조가 어느 쪽인지에 따라 변론의 무게중심이 달라져야 합니다.

셋째, 공범과 참고인의 존재입니다. 공범이 있는 사건, 특히 공범 간 진술이 엇갈리는 사건에서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를 가장 무겁게 판단합니다. 공범이 이미 조사를 마쳤거나 구속되어 있다면 말맞추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공범이 없다면 그 사실 자체를 분명히 소명해야 합니다.

넷째, 범행 전후의 실제 행동입니다. 수사 개시 전후로 휴대전화를 교체하거나 대화 내역을 삭제한 정황, 참고인에게 연락한 이력이 있다면 이는 가장 불리한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수사기관의 임의제출 요구에 응해 휴대전화를 스스로 제출한 이력은 인멸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인정 사건과 부인 사건, 전략이 완전히 다릅니다

인정 사건에서는 논리가 단순하고 강력합니다. 혐의를 전부 인정하는 피의자에게는 증거를 인멸할 동기 자체가 없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영장 기각 사례에서도 혐의 인정과 수사 협조는 도주 우려뿐 아니라 증거인멸 우려를 배척하는 핵심 논거로 작동했습니다. 인정 사건이라면 이 점을 정면에 내세우되, 자백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가 이미 확보되어 있어 자백 번복의 실익조차 없다는 점까지 짚어주면 논리가 완결됩니다.

부인 사건에서는 정교함이 필요합니다. 핵심은 "무엇을 근거로 다투는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피의자의 부인이 객관적 증거의 해석을 다투는 것이라면 — 예컨대 계좌 이체의 성격이 편취금인지 정상 거래인지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 다툼의 승부처는 이미 확보된 증거의 평가에 있을 뿐, 피의자가 새로 인멸할 것이 없습니다. 이 구조를 의견서에서 도식적으로 보여주면 "부인 = 인멸 우려"라는 연결이 끊어집니다.

여기에 더해, 부인 사건일수록 자발적 조치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실무상 효과적입니다. 피해자 및 참고인과 일체 접촉하지 않겠다는 서약, 합의나 피해 회복 논의는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서만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서면으로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피해자에 대한 직접 연락은 그 의도와 무관하게 회유·압박으로 평가될 위험이 크므로, 이 원칙은 석방 이후에도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실무에서 준비하는 것들

  • 수사 경과 정리표 — 압수수색 집행 일자, 임의제출 내역, 확보된 증거 목록을 시간순으로 구조화

  • 휴대전화 등 임의제출 확인 자료

  • 공범·참고인 조사 완료 여부에 관한 소명

  • 피해자·참고인 접촉 금지 서약서

  • 부인 사건의 경우, 다툼의 쟁점이 '이미 확보된 증거의 해석'임을 보여주는 쟁점 정리

그리고 심문기일에서 한 가지를 당부드립니다. 판사의 질문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과 수사를 비난하는 것은 다릅니다. 방어권을 행사하되 절차를 존중하는 태도가 서면으로 쌓아 올린 논리를 완성합니다.

마치며

증거인멸 우려 반박의 요체는 두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인멸할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 그리고 "다투는 것은 인멸하는 것이 아니다." 앞 문장은 수사 경과라는 사실로, 뒤 문장은 다툼의 구조를 보여주는 논리로 각각 소명해야 하며, 하루라는 준비 시간 안에 이 둘을 갖추는 것이 변호인의 일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성범죄·폭력 사건에서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는 '재범 위험성과 피해자 위해 우려' 판단을 다룹니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명문화된 이 고려사항이 실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어떤 조건 제시가 효과적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영장 청구 통지를 받으셨다면 심사까지 남은 시간은 통상 하루뿐입니다. 법무법인 베테랑은 수원지방법원 도보 거리인 광교스마트법조프라자에서 긴급 사건에 즉시 대응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베테랑 | Tel. 1660-4884 | www.veteranlaw.co.kr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로248번길 40, 602-606호 (광교스마트법조프라자 6층)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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