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실질심사와 도주 우려 - 구속연구3
구속영장실질심사와 도주 우려 - 구속연구3
법률가이드
고소/소송절차수사/체포/구속

구속영장실질심사와 도주 우려 구속연구3 

윤영석 변호사

수원 구속영장실질심사, "중형이 예상되면 무조건 구속되나요?" — 구속사유 반박 시리즈 ② 도주 우려

법무법인 베테랑 | 담당변호사 윤영석 보석제도 개선 연구로 2025년 학술상을 수상한 한국법무보호복지학회 부회장. 구속과 석방 제도를 실무와 학술 양면에서 연구하는 형사전문 변호사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주거 부정' 사유를 서류로 방어하는 방법을 다루면서, 주거 소명이 도주 우려 방어의 절반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칼럼은 그 나머지 절반,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3호의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즉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도주 우려'입니다.

"죄가 무거우니 도망갈 것이다"라는 논리의 함정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도주 우려는 대개 이런 구조로 주장됩니다. "본건은 법정형이 중한 범죄로서 실형 선고가 예상되는바, 피의자가 이를 면하기 위하여 도주할 염려가 있다."

즉, 사안이 중대하다는 사정이 곧바로 도주 우려의 근거로 쓰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중한 범죄의 피의자는 예외 없이 구속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이는 불구속 수사 원칙과 무죄추정 원칙에 정면으로 반합니다. 예상 형량은 도주 우려 판단의 한 요소일 뿐이며, 법원은 결국 "이 피의자가, 자신의 구체적 사정 속에서, 실제로 도망할 사람인가"를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변호인의 역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사안의 중대성'이라는 추상적 주장을 '이 사람의 구체적 생활'이라는 사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것입니다.

법원이 도주 우려를 판단하는 실제 요소들

첫째, 수사 협조 이력입니다. 소환에 성실히 응해 왔는지, 자진 출석했는지, 연락 두절이나 잠적 시도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수사 개시 후 단 한 번도 출석을 미루지 않은 이력은 그 자체로 "도망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입니다. 출석 일시가 기록된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의견서에 첨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둘째, 생활 기반의 견고함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다룬 주거·가족·직장 소명이 여기서 다시 작동합니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은 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경험칙입니다.

셋째, 신분상·현실상 도주 가능성입니다. 학업이나 직장, 병역 등 신분 관계로 소재가 상시 파악되는 사정, 출국 이력이나 해외 연고가 없는 사정, 도피 자금을 마련할 형편이 아닌 사정 등은 도주가 관념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는 소명이 됩니다.

넷째, 범행 후의 태도입니다. 혐의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피의자와, 진술을 번복하며 소재를 감추려 한 피의자를 법원은 다르게 봅니다. 인정 사건에서 진지한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은 "재판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연결됩니다.

사례 — 중대 사건에서도 도주 우려 판단은 개별적입니다

법무법인 베테랑이 수행한 사건 하나를 소개합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사건이었습니다.

이 조항은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대폭 강화된 규정으로, 법정형이 매우 무겁고 죄질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엄중하여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경우가 잦은 유형입니다. 이 사건 역시 피해자가 여러 명이고 범행이 수 회에 걸쳐 있어, 사안의 중대성만 놓고 보면 구속을 면하기 어려워 보이는 사건이었습니다.

변호인은 도주 우려 판단을 '사안의 중대성'이 아닌 '피의자 개인의 구체적 사정'으로 옮기는 데 변론을 집중했습니다. 피의자가 혐의를 전부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점, 나이가 어리다는 점,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는 점, 그리고 신분 관계상 소재가 상시 파악되어 현실적으로 도주가 어렵다는 점을 자료와 함께 적극적으로 소명했습니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피의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결과가 갖는 의미는 처벌을 피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구속영장실질심사는 유무죄나 형량을 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구속의 필요성만을 판단하는 자리이고,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재판은 받되, 가두어 둘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피의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피해 회복에 나설 시간을 갖게 되었으며, 이는 재판 단계에서의 양형에도 이어지는 출발점이 됩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리 중한 혐의라도 도주 우려는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하루라는 준비 시간 동안 피의자의 구체적 사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조화하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실무에서 준비하는 것들

영장 청구 통지를 받은 직후 도주 우려 반박을 위해 확보하는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수사기관 출석 이력 정리 (일자별 자진 출석·조사 응낙 경과)

  • 재직·재학증명서 등 신분 관계 소명자료

  • 여권 사본과 출입국 사실증명 — 해외 도피 가능성이 없음을 선제적으로 소명

  • 가족의 신원보증서와 탄원서

  • 인정 사건의 경우 반성문과 피해 회복 계획 (공탁·합의 추진 경과 포함)

그리고 심문기일 당일, 피의자 본인의 진술 태도가 이 모든 서면을 완성합니다. 판사 앞에서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의사를 어떻게 전달할지는 반드시 변호인과 사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마치며

도주 우려는 여섯 가지 구속 사유 중 검사가 가장 손쉽게 주장하고, 변호인이 가장 정교하게 다투어야 하는 항목입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추상적인 '사안의 중대성'을 구체적인 '이 사람의 삶'으로 반박하는 것.

다음 칼럼에서는 인정 사건과 부인 사건에서 방어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는 '증거인멸 우려'를 다룹니다. 특히 혐의를 다투는 것 자체가 증거인멸 의도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변론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영장 청구 통지를 받으셨다면 심사까지 남은 시간은 통상 하루뿐입니다. 법무법인 베테랑은 수원지방법원 도보 거리인 광교스마트법조프라자에서 긴급 사건에 즉시 대응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베테랑 | Tel. 1660-4884 | www.veteranlaw.co.kr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로248번길 40, 602-606호 (광교스마트법조프라자 6층)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소개된 사례는 의뢰인 보호를 위해 세부 사실관계를 변경·생략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윤영석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34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