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건의 변호 전략 - 병합의 중요성
보이스피싱 사건의 변호 전략 - 병합의 중요성
해결사례
사기/공갈기타 재산범죄수사/체포/구속

보이스피싱 사건의 변호 전략 병합의 중요성 

안영진 변호사

징역 3년 6개월

대****

1. 사건의 발단: 전국에 흩어진 20개의 지뢰, 그리고 25억 원의 피해액

"변호사님, 제 남편이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체포되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서 한 곳이 아니라 전국 여기저기서 조사를 받아야 한대요. 피해액이 25억 원이 넘는다는데,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하는 건가요?"

수척해진 얼굴로 상담실을 찾은 아내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참담했습니다. 급전이 필요했던 남편이 고액 알바라는 말에 속아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거책 겸 전달책으로 가담한 것입니다. 남편이 가담한 범행 건수는 무려 20건, 총 편취액은 25억 원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20여 개 경찰서에 남편의 사건이 뿔뿔이 흩어져 각각 별개의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피해액 25억 원. 단일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도 중형을 피하기 어려운 액수입니다. 그런데 20개의 사건이 각기 다른 법원에서 따로따로 재판을 받고, 선고가 20번 누적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징역 10년, 아니 그 이상이 선고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2. 변호인의 시선: 개별 대응은 필패다. 모든 사건을 하나로 묶어라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가장 치명적인 함정은 '개별 대응'입니다. 사건이 여러 경찰서에 분산되어 있다고 해서 변호인도 각 경찰서의 일정에 끌려다니면 필패합니다. 형법 제37조 이하에서 규정하는 '경합범' 법리에 따라, 여러 개의 범죄를 하나의 재판에서 병합하여 선고받는 것이 형량 감경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로도 20개의 사건을 따로 선고받는 것보다 하나로 병합하여 선고받을 때 형량이 20~30% 이상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원칙적으로 사건을 쉽게 병합해 주지 않습니다. 각 경찰서는 자신의 관할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타 관할 사건까지 합쳐서 수사하는 것을 극도로 꺼립니다.

저는 이 사건의 핵심이 '유무죄 다툼'이나 단순한 '반성문 제출'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이 사건의 승패는 오직 하나, 전국에 흩어진 20개의 시한폭탄을 하나의 재판정으로 끌어모으는 '사건 병합'에 달려 있었습니다.

3. 전략과 반전: 경찰, 검찰, 법원을 오가는 숨 막히는 시간 조율

20개의 사건을 하나로 병합하는 과정은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이었습니다. 각 사건의 진행 속도가 전부 달랐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건은 이미 법원에 기소되어 재판이 열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어떤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었으며, 또 어떤 사건은 아직 경찰에서 기초 조사만 진행 중이었습니다.

만약 법원에 먼저 기소된 사건의 선고가 내려져 버리면, 그 이후에 기소되는 사건들은 병합할 기회를 영영 잃게 됩니다. 저는 즉시 3단계로 나눈 '시간 조율 전략'을 실행했습니다.

첫째, 법원 단계의 시간 끌기입니다. 이미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재판부에 "현재 전국 각지에서 동일 피고인에 대한 여죄 수사가 진행 중이니, 모든 사건이 기소되어 병합될 때까지 선고를 미뤄달라"며 기일 연기 신청을 반복했습니다.

*위에 사진을 보시면, 피고인의 법정진술 옆에 괄호 부분에 4회 공판기일의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1회 내지 3회까지는 계속 부인하면서 증인신문하겠다. 피고인신문하겠다 계속 시간끌다가, 전체적으로 합쳐진 그 순간에 즉시 번의하여 인정하였습니다. 병합을 위해서 시간을 계속 끌되, 향후 인정하여 양형상 이점을 노린 전략이었습니다.

둘째, 검찰 단계의 읍소와 설득입니다. 검찰에 송치된 사건의 담당 검사실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피의자가 모든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으니, 주소지 관할 검찰청으로 사건을 이송하여 하나로 묶어달라"고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서면 한 장 제출하고 기다리는 식의 안일한 대응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담당 수사관과 검사에게 수십 차례 연락하며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발로 뛰는 변호가 필요했습니다.

셋째, 경찰 단계의 속도전입니다. 아직 경찰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건들은 최대한 빨리 검찰로 송치되도록 조사를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피의자 신문에 신속히 동행하고, 필요한 자료를 선제적으로 제출하며 수사 속도를 높였습니다.

법원에서는 최대한 시간을 늦추고, 경찰에서는 최대한 속도를 끌어올려 20개의 사건이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도록 정밀하게 통제한 것입니다. 전국을 오가며 수십 명의 수사관, 검사, 판사와 소통하는 피 말리는 작업이 수개월간 이어졌습니다.

4. 결과: 20개 사건의 완벽한 병합, 징역 3년 6월의 기적

근 1년 간의 치열한 노력 끝에, 기적적으로 전국 20개의 보이스피싱 사건이 하나의 재판부로 모두 병합되었습니다. 하나로 안 되면 두 개, 두 개가 안 되면 세 개라도 묶겠다는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총 편취액 약 25억 원. 일반적인 경우라면 징역 7년에서 10년 이상의 중형이 예상되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20개의 사건을 하나의 재판으로 병합하고, 그 안에서 피고인의 가담 정도, 반성 태도, 가족들의 탄원 등을 입체적으로 변론한 결과, 법원은 최종적으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액과 범행 횟수에 비추어 볼 때 기적에 가까운 선방이었습니다. 선고를 들은 아내는 법정 밖에서 제 손을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절망뿐이던 가족에게 다시 살아갈 희망이 생긴 순간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건, 변호사의 집요함이 형량을 좌우합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은 수사기관에 체포되는 순간부터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특히 여죄가 여러 건 있는 경우, 전국 경찰서에서 날아오는 출석 요구서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보면 사건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형량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납니다.

- 보이스피싱 수거책, 전달책으로 여러 건에 가담한 경우

- 전국 각지 경찰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경우

- 총 피해액이 크고 여죄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경우

- 이미 일부 사건이 기소되어 재판을 앞두고 있는 경우

이런 상황이라면 단순한 반성문 제출이나 읍소로는 절대 위기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사건의 흐름을 통제하고 흩어진 사건을 하나로 묶어내는 고도의 전략과, 수사기관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변호사의 집요함이 필요합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의 병합은 서면 몇 장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건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과 발로 뛰는 실행력이 형량을 결정짓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안영진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5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